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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한 이곳에 무얼 심지?
▲ 바보농장 초기의 모습 휑한 이곳에 무얼 심지?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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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뾱뾱"

또 스마트폰 모임 앱의 알림 소리가 울린다. 사회생활 하면서 다양한 온오프상의 모임에 가입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그 모임들의 공통된 소통 매개체는 스마트폰이다. 새로운 메시지가 뜨면 반가워서 읽기도 하고, 때로는 귀찮아서 어떤 모임의 메시지는 아예 차단을 하기도 한다. 방금 전 메시지는 반가운 메시지에 속하는 알림소리이다.

"여주 말린 것 판매합니다. 건여주 100g에 5000원…."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 경산지회에서 하는 '바보농장' 사업의 첫 결실이다. 작년 정기모임에서 우연히 제안한 바보농장 사업이,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드디어 오늘 그 첫 열매를 보게 된 것이다.

바보들의 농사 도전, 그 첫 열매

바보농장 초기부터 수확까지 휴일,평일 구분없이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고생하신 모임의 큰 형님 한상현 회원. 작동법도 몰라 초기에는 경운기로 사고도 많이 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사꾼이 다 되었다.
▲ 한상현 회원 바보농장 초기부터 수확까지 휴일,평일 구분없이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고생하신 모임의 큰 형님 한상현 회원. 작동법도 몰라 초기에는 경운기로 사고도 많이 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사꾼이 다 되었다.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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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하던 밭이 이렇게 푸르게 바뀌었다.
▲ 여주 수확 휑하던 밭이 이렇게 푸르게 바뀌었다.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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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구경북을 보수의 대표지역으로 말한다. 특히 이곳 경산지역은 박근혜 정부의 실세라 불리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노무현 재단이라는 모임이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체가 신기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이 곳 TK지역에서도 바보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였다. 경산지회에서는 바보농장 이외에도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추도 행사를 대규모로 남천변에서 열고, 노란리본을 경산 시내 곳곳에 붙이고 각종 강연을 개최하고 영화제도 열었다.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주말이 되면 회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와서 함께 일하고 끝나면 막걸리도 한 잔 하고, 토론하고, 노래하고…."

바보농장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큰 형님 한상현 회원의 말이다. 작년 바보농장 사업을 제안한 양철수 회원이 선뜻 땅을 제공하고, 한상현 회원이 주체가 되어 함께 밭을 갈고 돌을 캐냈다. 김영철 대표와 배정훈 사무국장이 노무현재단 측에 요청하여 정식 지원을 받아냈다. 회원들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컨테이너를 십시일반 모금하여 설치하고 화장실까지 만들었다.

봄이 되자 재배작물을 여주로 결정하고, 파종부터 시설 설치, 제초작업까지 모두 회원들이 함께 했다. 얼마 전 여주가 탐스럽게 열리자 자축하는 의미로 노무현 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 회원들을 초청해서 바보농장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수익금은 전액 연탄 봉사에 쓸 예정"

회원들에 한해 시중가 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 건여주 제품 회원들에 한해 시중가 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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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8월에 회원들은 바보농장에서 여주를 수확하고 일일이 손으로 썰고 건조기에 넣고 선별해서 제품포장을 했다. 비록 정식상품은 아니지만, 배정훈 사무국장이 여주의 효능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각자 알아보라는 다소 불친절한(?) 문구까지 넣은 스티커도 제작해서 포장지에 붙였다. 모임에 주문을 받는다는 공지글을 올리자 1차분이 조기 마감되어 버려 현재 2차분 생산에 돌입하였다. 수익금 용도를 묻자 배정훈 사무국장은 여주를 건조기에 넣으며 이렇게 말한다.

"수익금요? 생산비는 어차피 자발적 회비로 이미 충당했으니, 수익금 전액은 연말에 독거노인 연탄 지원 사업에 전액 사용할 겁니다."

바보 같은 말이다. 농장은 양철수 회원의 자발적 제공으로, 각종 농자재 구입비는 회원들의 회비로, 인건비는 한상현 회원이 주도한 노력봉사로….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업이 바로 <바보농장>의 바보사업인 것이다.

오는 가을에는 바보농장에서 <바보농장 음악회>가 열린다. 함께 노래 부르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후식으로는 여주 달인 물로 속을 달랠 것이다. 어제는 누군가를 좋아해서 함께 했지만 오늘은 같은 희망을 노래하고 내일은 자랑스러운 우리가 될 그날을 기다리며 회원들은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여주 수확을 기념해 재단회원들을 초청해 삼겹살파티를 열었다.
▲ 삼겹살 파티 여주 수확을 기념해 재단회원들을 초청해 삼겹살파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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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으로 단체 한 컷!
▲ 단체사진 기념으로 단체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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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무현재단, #바보농장, #경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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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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