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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대규모 도시가 건설될 경우 밝은 빛이 늦반딧불이의 서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현재 늦반딧불이의 서식처에서 본 도시 모습 이곳에 대규모 도시가 건설될 경우 밝은 빛이 늦반딧불이의 서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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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다. 어둠에서 작은 빛이 생긴다면 이 빛은 종종 희망이 되기도 한다.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 깜깜한 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 빛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도시를 찾아오는 것일 수 있겠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해봤다.

대전의 도시에서 암흑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월평공원 갑천변의 숲길은 그야말로 칠흑이었다. 달빛도 없는 어두운 밤 천변을 걸으며 나는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고요함 속에 평정심을 만끽할 수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음과 사람들의 소리와 다른 느낌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였다.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돈다. 자연의 소리에 이끌려 어둠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8월의 한복판인 지난 24일 자연의 소리에 이끌려 월평공원과 갑천의 중심에 다녀 왔다. 금정골과 갑천이 만나는 곳!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을 싸워 막으려다 실패하여 월평공원 관통 도로 완공된 곳! 이곳에서는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가 자연의 소리를 방해하고 있었다. 방해되는 소리가 고요함과 평정을 깨뜨려 한복판을 조금 벗어나 더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늦여름밤을 밝히는 반딧불이의 빛

그곳에서 작은 빛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라는 유행가 가사에서나 볼 수 있는 개똥벌레. 그를 월평공원 갑천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여름철 하늘을 날아다니는 개똥벌레를 도시 숲에서 만나는 일은 참 색다른 경험이다. 정확하게는 '늦반딧불이'이다. 많지는 않았지만 10여 개체 이상의 작은 불빛들이 별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무식한지라 반딧불이를 보고 떠오르는 말이 고작 '형설지공'이라는 사자성어뿐이었다. 그래도 암흑에서 만난 작은 빛은 희망을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충분했다.

작은 빛을 뿜으며 암컷을 찾는 늦반딧불이는 깨끗한 자연생태의 상징이 되곤 한다. 무주 반딧불이 축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반딧불이 서식을 상품화하며 청정한 무주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반딧불이가 대전지역에 서식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최근 대전의 반딧불이에게는 큰 위협이 닥쳤다.

환경부의 산화기관에서 설치한 늦반딧불이 서식 푯말
▲ 늦반딧불이 서식푯말 환경부의 산화기관에서 설치한 늦반딧불이 서식 푯말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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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 도로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업을 대전시가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찬반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대전시 갑천지구 개발사업(아래 갑천지구)이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반딧불이의 서식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산책로에 반딧불이 서식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푯말이 버젓이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서 어디에도 반딧불이의 서식상황은 찾을 수 없다.

무주 반딧불이 서식지는 반딧불이의 생태적 가치가 인정돼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기도 하다. 서식지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생태적 가치가 높아 서식지를 보전하고 있다. 종은 아니지만, 서식지가 매우 중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환경영향평가서에 서식에 대한 상황을 기록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낭만의 대명사 같은 밤의 늦반딧불이의 불빛은 사실 번식을 위한 행위이다. 암수가 서로 빛을 보고 찾아 종족 번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경우 강한 불빛이 반딧불 번식의 장애가 된다. 강한 불빛으로 인해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너무 강한 불빛으로 인해 반딧불이 불빛이 가려지면서 번식을 못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전시의 갑천지구 개발, 반딧불이 서식장애 유발?

2013년 월평공원에서 촬영한 늦반딧불이의 모습(24일 촬영은 하지 못했다)
▲ 월평공원에서 확인한 늦반딧불이 2013년 월평공원에서 촬영한 늦반딧불이의 모습(24일 촬영은 하지 못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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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갑천지구가 들어올 경우 반딧불이 서식장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규모로 개발하는 5500세대의 택지에서 발생하는 많은 양의 빛이 반딧불이 서식에 분명 영향을 줄 것이다. 15~20층 고층아파트 맞은편에서 뿜어내는 불빛으로 숲의 어둠을 뺏어가면서 반딧불이의 불빛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조도의 불빛으로 어둠이 사라진다면, 번식을 위해 밝히는 늦반딧불이의 불빛은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서식하던 늦반딧불이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갑천지구 환경영향평가서에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논란을 다시 한 번 제기할 수밖에 없다(관련 기사 : 이렇게 쉽게 잡는 고기, 대전시는 왜 못 잡나!).

달팽이를 주로 먹고 살아가는 늦반딧불이는 아직도 월평공원 갑천에 꾸준히 서식하고 있다. 만약 갑천지구가 현재대로 강행된다면 수년 안에 월평공원 갑천에서 멸종될지 모른다. 자연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대전시의 안일한 갑천지구 계획이 철회되기를 바란다. 대전시는 늦반딧불이 멸절의 주범이 되는 잘못을 중단해야 한다. 강력한 빛 공해에서 늦반딧불이가 지켜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늦반딧불이, #갑천, #4대강, #친수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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