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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 동안 충남 예산군 슬로시티대흥에 머물며 연속강연을 펼친 부부화가 이담, 김근희씨가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은 바로 이 '어떻게'의 문제다.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시간은 어떻게 쓰고 있는가, 사물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고 있는가.

 늘 함께 있는 부부는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서로를 ‘김선생’‘이선생’혹은 ‘빵장’이나 ‘나무꾼과 선녀’로 자연스럽게 달리 부른다. 강연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는 이담, 김근희씨.
 늘 함께 있는 부부는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서로를 ‘김선생’‘이선생’혹은 ‘빵장’이나 ‘나무꾼과 선녀’로 자연스럽게 달리 부른다. 강연을 마친 뒤 산책을 하고 있는 이담, 김근희씨.
ⓒ <무한정보신문>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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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있으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세상에 생뚱맞게 의식주라니. 두 사람은 말로써가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모습을 공개하고 수강자들과 직접 해보면서, 일반화된 삶의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해 공감을 얻었다.

첫날 강연주제인 '적게 갖고 풍요롭게 살기'에 대한 슬라이드 설명을 시작으로, 둘째날에는 재활용바느질과 통밀빵 반죽하기 실습, 셋째날에는 자연그림그리기 실습, 넷째날에는 통밀빵 굽기와 통밀빵 간단 점심으로 마무리됐다.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내로라하는 그림책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두 사람은 2년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야생화에 반하고, 그들의 삶을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붙들려 5년째 설악산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강연이라기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작은 운동이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부부가 주거니 받거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한 이야기의 울림이 너무 커 인터뷰를 청했다.

슬로시티대흥에서의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문답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지면의 한계와 기자의 전달력 부족으로 미처 전하지 못하는 더 많은 이야기는 부부가 함께 쓴 책 <삶을 바꾸는 톱질- 재활용목공인테리어>, <고치고 만들고 가꾸는- 조각보 같은 우리집>과 김근희씨가 직접 만든 인터넷 누리집(domandk.com)을 통해 들으면 좋겠다.

"재활용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 속초에서 예산까지 먼 거리이고, 강연규모도 작은데 어떻게 선뜻 응했나?
"작년에 달팽이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할 때, 하루를 묵으며 느린꼬부랑길을 걸었는데, 마을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그리고 여기는 진짜 '주민이 행복한 마을'같다. 외부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이 행복한, 그게 진짜 마을 아닌가. 또 서울에서도 강연을 하지만, 문화강좌는 지역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 수는 중요하지 않다. 필요한 곳에서 소통하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대흥슬로시티에 보탬이 된다면 언제든 달려 오겠다."
 
  자연 뿐만 아니라 전통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근희씨는 옛것의 좋은점을 살리고 싶은 마음을 바느질에도 담는다. 우리의 전통 포장방법인 보자기가 대표적이다. 직접 만든 보자기는 그 자체가 선물이 된다. 김근희씨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보자기 하나가 돌고 돌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쌀포대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이 이렇게 근사할 줄이야.
 자연 뿐만 아니라 전통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근희씨는 옛것의 좋은점을 살리고 싶은 마음을 바느질에도 담는다. 우리의 전통 포장방법인 보자기가 대표적이다. 직접 만든 보자기는 그 자체가 선물이 된다. 김근희씨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보자기 하나가 돌고 돌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쌀포대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이 이렇게 근사할 줄이야.
ⓒ 이담·김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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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쓰게 된 식탁의자가 재봉틀대로 변신했다.
 못쓰게 된 식탁의자가 재봉틀대로 변신했다.
ⓒ 이담.김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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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업이 화가이자 작가이고 강연까지, 하는 일이 많은데, 먹고 입는 것, 가구까지 모두 직접 만드는 게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모두 바쁘다고 하는데, 무엇 때문에 바쁜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은 왜 버는가? 소비하기 위해서다. 쇼핑도 습관이다. '내 옷장으로 쇼핑을 가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미 만들어진 것에 마음을 맞추려니 만족스럽지 못해 계속 소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돈이 또 필요하고 시간은 없고…. 그러면서 행복한가? 돈을 덜 벌고 소비를 줄이면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에 내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있는 것 고쳐 쓰다보면 아무리 바빠도 즐겁다. 내 삶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가진 것은 적지만,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전자제품과 신발 같은 것을 빼고 부부가 입은 옷부터 가방, 노트북파우치, 지갑, 물병싸개까지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다. 심지어 가슴에 단 노란리본도 천연염색을 해 자체 제작했다. 바느질은 아내, 목공은 남편의 몫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 가능하면 재료를 사지 않고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쌀포대, 재활용쇼핑백, 옷, 가구… 남들이 쓰다버린 물건이 두 사람의 손을 거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 재활용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5년 전에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 유학을 갔는데, 동시에 공부할 형편이 안돼 2년씩 번갈아 대학원에 다녔다. 절약을 하려면 먹는 것, 입는 것, 심지어 전시회에 쓸 액자까지 직접 만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재활용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우리가 하는 목공이나 바느질은 생산이 목적이 아니라, 소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 재능이 남다르니 재활용품도 작품이 되지, 아무나 하겠나?
"그렇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자꾸 실수를 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나오고 기술도 는다. 실수는 끝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하면 된다. 작품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즐기는 게 중요하다. 쓰레기도 줄이고 가계부도 가볍게 하는 재활용 바느질과 목공, 있는 것만 활용하고 더 이상 만들지 않게 소비를 줄이면 지구환경도 그만큼 좋아진다. 우선 집에 있는 것부터 활용해 시도해보자. 가족이 쓰던 물건에는 추억과 역사가 있기 때문에 재활용해 만들고 나면 더 의미있고 소중하게 생각된다."

- 강좌에 통밀빵 굽기가 들어가 있는데?

"먹을 게 넘쳐나고 너무 먹어서 탈인 세상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밀은 껍질이 20%이고, 그 중에 3%가 눈인데 거기에 영양분이 가장 많다. 도정을 하면 50%상태로 당분만 남는다. 시중에 파는 빵은 거기에 또 첨가물을 많게는 20가지 이상 넣는다. 빵을 집에서 통밀로 만들어 먹어야하는 이유다.

또 모든 식재료는 제철에, 가까운 곳에서, 생산자를 알고 사야한다. 가장 좋은 게 오일장이다. 오일장을 이용하다보면 마음이 통해 식구처럼 된다. '누구네 쌀' '누구네 채소'인지 다 알기 때문에 먹을 때도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유통마진이 줄어드니 생산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이런 상부상조가 전국적으로 번지면 좋을 텐데…. 다만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다."

 빵을 굽는 일은 남편 이담씨의 몫이다. 이틀에서 일주일까지 저온숙성 시간에 따라 부드러움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영양만점 통밀식빵.
 빵을 굽는 일은 남편 이담씨의 몫이다. 이틀에서 일주일까지 저온숙성 시간에 따라 부드러움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영양만점 통밀식빵.
ⓒ 이담·김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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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밀빵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통밀빵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 슬로시티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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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그림그리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그림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잘 그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남의 것과 비교하지 마라. 이번 수업에서도 한 수강생이 '20년만에 그린다'며 낯설어하더니 너무 잘 그리더라. 정답은 없다. 대상을 바라보고 몰두하다 보면 그게 명상이고 마음치유가 된다. 모든 걸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진짜 실물을 볼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연물도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만나고…. 실물을 보고 실제크기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집에 나를 맞추지 말고, 집을 나에게 맞춰라

- 자연주의 삶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지 않나?
"우리도 지금 속초에서 아파트 생활을 한다. 직접 농사짓지 않아 식재료만 오일장에서 구하지, 요리하고 바느질하고 목공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계만 쓰지 않으면 목공작업도 먼지나 소음이 없다. 특히 재활용가구는 마감처리가 다 돼 있어 훨씬 손이 덜 간다. 어디서 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옷이든, 가구든, 집이든 거기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나한테 맞춰야 한다."

 슬로시티대흥 첫 번째 문화특강 ‘적게 갖고 풍요롭게 살기’에서 재활용품을 활용한 돗자리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슬로시티대흥 첫 번째 문화특강 ‘적게 갖고 풍요롭게 살기’에서 재활용품을 활용한 돗자리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 슬로시티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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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자면 '자신이 주도하는 삶'에 대한 강조인가?
그렇다. 틀에 맞추지 말고 내가 선택해서, 내가 좋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행복이다. 모든 게 정답은 없다. 작은 기쁨을 느끼며 성실함으로 꾸준히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목적은 이뤄지지 않아도 괜찮다.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화가나 작가라기보다 '삶의 혁명 전도사' 같은 두 사람의 본업을 소개해야겠다.

서울대 서양화과 동창인 부부는 사람과 이야기, 이웃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chool of Visual Arts) 대학원에서 비주얼에세이, 비주얼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부부는 한국과 미국에서 지금까지 7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그 가운데는 "아니, 이 책도?"하고 깜짝 놀랄 정도의 스테디셀러와 베스트셀러가 다수 있다(부부의 인터넷누리집을 방문하면 책이 일목요연하게 분류돼 있다). 1996년 '볼로냐 어린이도서전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작품인 <폭죽 소리>는 부부의 공동작품으로 지금까지 30쇄 이상 찍었다. <명량해전의 파도소리>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됐고, <겨레전통도감-살림살이>는 한국출판문화대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출간된 책들도 권위있는 상을 받은 작품이 여러 권이다.

특히 이담 작가가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에 낸 첫 번째 책 <야구가 우리를 살렸다 Baseball Saved Us>는 지금도 미국내 필독서로 꼽히며, 70쇄 이상 찍은 스테디셀러다. 미국에 오래 머물 계획이 아니던 부부를 20년 동안이나 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소박한 일상과 자연, 잊히는 옛것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비주얼에세이 작업을 하는 두 사람의 작품방식은 전혀 다르다. 부인은 붓그림을, 남편은 붓을 전혀쓰지 않고 왁스를 긁어내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공동작업이 아닌, 단독 작업을 할 때도 같이 공부하고 의논하고 평하며 철저히 자체검열을 거친다고 한다.

'배움을 교육비와 맞바꾸지 않고 스스로 하는 공부'를 지향하는 부부는 지금까지 거주조건의 제 1순위를 '도서관이 가까운 곳'으로 뒀다고 한다. 이번 강연에 참여하면서 부부는 미래 슬로시티대흥의 도서관에 자신들의 그림책들을 기증했다. 작가가 직접 기증한 책들을 종자삼아 만든 슬로시티대흥 도서관이 기대된다.

"성실히 살다보면 옮겨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 다시 우리나라에 정착해 자연주의 삶을 계속 전파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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