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랑이 이긴다>의 한 장면. ⓒ 민병훈 필름
"진작 1등 할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노력하지 않았던 거야?"전교 3등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을 올린 딸 수아(오유정 분)에게 엄마 은아(최정원 분)가 매몰차게 몰아친다. 엄마의 다그침에 잠시 멍해진 수아는 울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24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에 첫 공개된 영화 <사랑이 이긴다>의 한 장면이다. 영화를 연출한 민병훈 감독은 시사 직후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강조했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임을 상기시키던 민 감독은 "한 해에 150명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라며 "영화를 통해 실제 학부모들로 하여금 우리 아이들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생각이었다"고 운을 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는 사람들이 저마다 파편화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족은 무엇인지, 행복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경제 성장도 좋고, 우수한 성적도 좋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너무 불안하게 살고 있다"는 민 감독은 "엄마인 은아 역시 역설적으로 이 사회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개런티에 선뜻 참여한 배우들 "길거리에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미안했다"
▲ 제19회 BIFF '사랑이 이긴다', 작지만 강하게 2014년 10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당시 모습. 영화<사랑이 이긴다>의 민병훈 감독과 배우 장현성, 최정원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출연 배우들 역시 저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최정원, 장현성, 최민철 등 주요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했다는 게 민 감독의 전언이다.
뮤지컬 배우로 명성을 쌓은 최정원은 <사랑이 이긴다>가 자신의 첫 영화 출연작이 됐다. 최정원은 "실제 내 딸의 이름도 수아인데 시나리오를 읽으며 진짜 이런 부모가 있을까 생각하며 봤다"며 "학창시절 워낙 공부를 못해 우리 부모는 공부하란 말을 한 번도 안 해 이 캐릭터가 실감나진 않았지만, 상상 속으로 은아 같은 엄마를 만들어가며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은아의 남편이자 극중 딸의 고민에 무감각한 아빠로 등장한 장현성은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인 두 아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을 보면 내 어릴 때와 달리 매우 바쁘게 살더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해서 번 돈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집 대출금을 갚아가는 평범한 가장"이라면서도 "집에서 유난히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닌데... 바쁜 아이들을 보며 일단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장현성은 "이런 환경을 만든 어른들이 문제다. 나 역시 대선-총선, 각종 투표를 수 십 번 했지만 그 투표의 결과물이 지금의 사회환경일 것"이라며 "3일에 한 번씩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라는 통계가 처음엔 와닿지 않았지만 작품을 하면서 실감나기 시작했는데, 길거리에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미안했다"고 속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한 사람의 시민이자 배우로서 인물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 느꼈다"며 "화려한 블록버스터나 상업 영화도 많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이런 작품을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도박에 빠진 택시 운전사 가장으로 분한 최민철 역시 "원래 아내가 영어 유치원 이런 거에 별 생각 없었는데 동네 아줌마들과 대화한 후 그런 말을 꺼내더라"며 "부모와 아이들의 행복 기준이 잘못된 건 아닌지 당장 우리 아파트 동네 주민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한편 <사랑이 이긴다>는 입시 스트레스 속에서 부모의 사랑이 갈급했던 여고생과 그 가족이 겪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앞서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으며, 2015 함부르크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국내 개봉은 오는 9월 10일이다.
▲ 영화 <사랑이 이긴다> 포스터. ⓒ 민병훈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