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이 이긴다>의 한 장면.

영화 <사랑이 이긴다>의 한 장면. ⓒ 민병훈 필름


"진작 1등 할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노력하지 않았던 거야?"

전교 3등에서 전교 1등으로 성적을 올린 딸 수아(오유정 분)에게 엄마 은아(최정원 분)가 매몰차게 몰아친다. 엄마의 다그침에 잠시 멍해진 수아는 울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24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에 첫 공개된 영화 <사랑이 이긴다>의 한 장면이다. 영화를 연출한 민병훈 감독은 시사 직후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강조했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임을 상기시키던 민 감독은 "한 해에 150명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라며 "영화를 통해 실제 학부모들로 하여금 우리 아이들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생각이었다"고 운을 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는 사람들이 저마다 파편화돼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족은 무엇인지, 행복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경제 성장도 좋고, 우수한 성적도 좋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너무 불안하게 살고 있다"는 민 감독은 "엄마인 은아 역시 역설적으로 이 사회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개런티에 선뜻 참여한 배우들 "길거리에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미안했다"

제19회 BIFF '사랑이 이긴다', 작지만 강하게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영화<사랑이 이긴다>의 민병훈 감독과 배우 장현성, 최정원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부터 11일까지 7개 극장 33개 상영관에서 79개국 314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해운대 비프빌리지와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야외무대인사와 오픈토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광장에서 아주담담 등이 진행된다.

▲ 제19회 BIFF '사랑이 이긴다', 작지만 강하게 2014년 10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당시 모습. 영화<사랑이 이긴다>의 민병훈 감독과 배우 장현성, 최정원 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출연 배우들 역시 저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최정원, 장현성, 최민철 등 주요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했다는 게 민 감독의 전언이다.

뮤지컬 배우로 명성을 쌓은 최정원은 <사랑이 이긴다>가 자신의 첫 영화 출연작이 됐다. 최정원은 "실제 내 딸의 이름도 수아인데 시나리오를 읽으며 진짜 이런 부모가 있을까 생각하며 봤다"며 "학창시절 워낙 공부를 못해 우리 부모는 공부하란 말을 한 번도 안 해 이 캐릭터가 실감나진 않았지만, 상상 속으로 은아 같은 엄마를 만들어가며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은아의 남편이자 극중 딸의 고민에 무감각한 아빠로 등장한 장현성은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인 두 아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을 보면 내 어릴 때와 달리 매우 바쁘게 살더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해서 번 돈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집 대출금을 갚아가는 평범한 가장"이라면서도 "집에서 유난히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닌데... 바쁜 아이들을 보며 일단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장현성은 "이런 환경을 만든 어른들이 문제다. 나 역시 대선-총선, 각종 투표를 수 십 번 했지만 그 투표의 결과물이 지금의 사회환경일 것"이라며 "3일에 한 번씩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라는 통계가 처음엔 와닿지 않았지만 작품을 하면서 실감나기 시작했는데, 길거리에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미안했다"고 속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한 사람의 시민이자 배우로서 인물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책임감 느꼈다"며 "화려한 블록버스터나 상업 영화도 많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이런 작품을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도박에 빠진 택시 운전사 가장으로 분한 최민철 역시 "원래 아내가 영어 유치원 이런 거에 별 생각 없었는데 동네 아줌마들과 대화한 후 그런 말을 꺼내더라"며 "부모와 아이들의 행복 기준이 잘못된 건 아닌지 당장 우리 아파트 동네 주민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한편 <사랑이 이긴다>는 입시 스트레스 속에서 부모의 사랑이 갈급했던 여고생과 그 가족이 겪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앞서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으며, 2015 함부르크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국내 개봉은 오는 9월 10일이다.

 영화 <사랑이 이긴다> 포스터.

영화 <사랑이 이긴다> 포스터. ⓒ 민병훈 필름



사랑이 이긴다 민병훈 장현성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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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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