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 속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메리칸 울트라 포스터

아메리칸 울트라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기억을 잃은 전직 특수요원이 자신을 노리는 적대 세력과 맞서 싸우다 기억을 되찾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다가 결국 내재해 있던 본능에 눈을 뜨고 적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은 많은 영화팬에게 익숙한 전개다. <본 시리즈>나 <롱키스 굿나잇>, <써틴>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차용한 이러한 컨벤션은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굳이 스포일러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이 영화 <아메리칸 울트라>는 우리가 그간 익숙하게 보아왔던, 이러한 플롯을 따르고 있는 영화다. 마이크(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랑하는 여자친구 피비(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에게 프로포즈를 꿈꾸고 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그는 단 한 번도 그가 사는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다.

원숭이 만화를 그리며 가끔 친구에게 마리화나를 얻어 피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낙일 정도로 무료한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어마어마한 일이 닥친다. 마이크를 제거하기 위해 킬러들이 접근하고 심지어 그가 살고 있는 마을을 통째로 날려버리려고까지 한다.

과거 비밀 프로젝트의 유산이었던 특수요원(?) 울트라, 그리고 그를 제거하려는 CIA의 비밀 조직과 그를 보호하려는 프로젝트의 책임자 등등, 이 영화는 <본 아이덴티티>의 영에이지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게다가 주인공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주커버그 역으로 그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제시 아이젠버그와 <트와일라잇>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아닌가? 진부한 이야기를 젋은 개성파 배우들과 독특한 미장센으로 채운, 이 영화는 펑키 스파이 액션 영화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제시 아이젠버그(마이크 역)와 크리스틴 스튜어트(피비 역)는 <어드벤쳐 랜드>이후 다시 만나 호흡을 맞췄다.

제시 아이젠버그(마이크 역)와 크리스틴 스튜어트(피비 역)는 <어드벤쳐 랜드>이후 다시 만나 호흡을 맞췄다. ⓒ (주)누리픽쳐스


마이크의 친구 로즈 역의 존 레귀자모는 특유의 입담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이코 킬러 래퍼 역의 월튼 고긴스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어둡고 차가운 색감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촬영과 묵직하면서도 자유로운 화각을 선보인 카메라 워킹과 현란한 편집 등도 만화 같은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데 충분히 그 기능을 다했다고 본다. 미국 10대 청소년들이 '지상 최고의 파티'를 열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X>로 데뷔한 니마 누리자데 감독은 이 영화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연출로 익숙하지만 전혀 새로운 액션을 완성해 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 전개가 단조롭고 진부하며,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예이츠는 왜 울트라(마이크의 코드 네임)을 제거하려 애쓰며, 빅토리아 라세터는 왜 목숨을 걸고 마이크를 보호하려는지, 전혀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자신의 정체와 능력을 알게 된 마이크의 행동 또한 쉽게 납득이 되지 않으며 영화의 방향처럼 갈팡질팡 할 뿐이다. 특히나 크루거로 나온 빌 풀만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지만 전혀 뜬금없이 느껴질 정도로 그의 존재나 행동 역시 개연성이 없다. 이런 부분들이 <본 아이덴티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익숙한 장르 영화의 컨벤션에 진부한 캐릭터들이지만 새롭게 변주를 하려 한 감독의 노력은 가상하나 아마도 국내 관객에게 호응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과 많은 장치들이 새로움보다는 낯선 이질감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너구리 컵라면이 반갑게 느껴질 수는 있겠다. 영화는 오는 27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아메리칸 울트라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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