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7일, 한국 언론들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한국 대표단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역대 참가한 28번의 대회에서 19번이나 우승했고, 종합 5연패를 달성했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아직 공식결과 발표가 안 된 CNC밀링 분야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반영한다 해도 순위 변화는 없다.
▲ 2015 상파울루 국제기능올림픽의 국가별 총 점수표 아직 공식결과 발표가 안 된 CNC밀링 분야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반영한다 해도 순위 변화는 없다.
ⓒ 윤선훈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한국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과연 몇 점을 받았을까.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폐막식을 마친 뒤 총/평균점수, 총/평균 메달 점수, 이렇게 네 가지 방식으로 국가별 순위를 산정한다. 총 점수는 각 국가에 속한 선수들이 기능 경기에서 딴 점수를 합산한 점수이고, 평균점수는 이를 참가한 선수들의 수로 나눈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05년 핀란드 헬싱키 대회부터 총 메달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국가별 순위를 산정해 왔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메달 점수는 각각 금메달 4점, 은메달 3점, 동메달 2점, 그리고 메달리온 포 엑설런스(Medallion for excellence, 500점 혹은 500점을 넘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시상하는 상, 아래 '우수상'으로 표기) 1점으로 구성된다. 각 국가의 선수들이 딴 메달의 점수를 합해 국가별 총 메달 점수를 계산한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07년 일본 시즈오카 대회를 시작으로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회까지 한국이 4회 연속 종합우승을 했다고 추산했다(국제기능올림픽은 격년으로 열린다).

이번 브라질대회 메달 점수는 어떨까? 한국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 우수상 14개로 총 93점을 획득했다. 뛰어난 성적이긴 하지만 한국보다 더 높은 점수를 딴 나라가 있다. 바로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6개, 우수상 18개로 총합 104점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11점 많은 점수다. 물론 아직 CNC밀링 분야 수상자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점수 차가 커 브라질을 따라잡을 순 없다.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 지난 2011년 및 2013년 대회에선 확실히 총 메달 점수에서 한국이 1위였다. 2011년 영국 런던 대회에서 한국은 총 93점으로 2위인 일본(73점)을 멀찌감치 따돌렸으며, 2013년 독일 라이프치히 대회에서도 한국은 89점을 획득해 2위인 스위스(73점)를 제쳤다. 2013년 대회의 경우 총 점수에선 일본, 대만, 프랑스에 이은 4위에 머물렀지만, 메달 점수에서 앞섰기에 우승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브라질이 총 메달 점수에서 한국을 확실히 앞섰기에, 한국이 1위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언론들이 일제히 한국이 1위라고 보도한 이유는 한국의 금메달 수가 가장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 총 메달 점수는 물론 총 점수(각 국가에 속한 선수들이 참여한 각 기능 경기에서 딴 점수를 합산한 점수, 한국은 2만1225점)에서도 브라질(2만5783점)에 뒤진다.

하지만, 금메달 수는 12개로 단연 1위다. 브라질(11개)은 물론 일본-대만(5개), 중국(4개) 등을 압도한다.

네이버 뉴스 갈무리. 한국 언론들의 국제기능올림픽 관련 보도
 네이버 뉴스 갈무리. 한국 언론들의 국제기능올림픽 관련 보도
ⓒ 윤선훈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국제기능올림픽에선 공식적으로 금메달 수만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총 메달 점수를 기반으로 순위를 산정해 왔다. 관행과 달리 고용노동부는 금메달 수를 브라질과 단순 비교해, 마치 금메달을 더 많이 따서 한국이 우승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만들어 내보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종합우승 산정은 총 점수와 총 메달 점수, 평균점수와 평균 메달 점수등을 합산하여 산정한 점수"라며 "합산 결과, 한국이 브라질보다 1점 정도 높았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들으려 한국산업인력공단 기능경기팀에 연락했으나 전원 브라질에 있어 연락이 어려웠다.

한편 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과 상당수 한국 언론들은 대회 최고 득점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인 '알베르트 비달상'에 대해서도 일부 정보를 누락했다. 보도자료에는 서정우(20) 선수가 대회 참가 1200여 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알베르트 비달상을 수상한 것처럼 돼 있다.

그러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역시 자동차 정비 직종에 참가한 브라질의 루이스 카를로스 산체스 마차도와 피부미용 직종에 참가한 영국의 빅터 베르나르도 선수도 서정우 선수와 동일한 571점을 획득했다. 공식적으론 이들 셋이 알베르트 비달상을 공동수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한국 선수가 단독으로 MVP를 수상한 것처럼 알렸다.

현재 한국 선수단은 폐막식을 마친 후 브라질의 산업 현장을 시찰 중이며, 오는 21일 오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귀국할 예정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태그:#국제기능올림픽, #5연패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