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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생존과 시청 자주권 사수 공동대책위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결정한 방송광고 결합판매 고시 철회와 함께 연구용역 결과의 즉각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OBS 생존과 시청 자주권 사수 공동대책위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결정한 방송광고 결합판매 고시 철회와 함께 연구용역 결과의 즉각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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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결국 OBS경인TV(이하 OBS)에 사형 선고를 했다.

방통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OBS에 대한 방송광고 결합판매 비율 상향 조정 없이 광고판매 최소 지원 규모를 일부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OBS의 광고 결합판매 비율 상향 조정을 요구해온 언론·시민사회단체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시민사회단체 120여개가 구성한 'OBS 생존과 시청 자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OBS 공대위)'와 OBS지부는 18일 과천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OBS 말살 정책 즉각 철회와 OBS에 대한 특단의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방통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OBS에 대한 광고 결합판매 비율을 기존 3.4870%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OBS와 OBS공대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광고 결합판매 비율 1%(=60억원) 상향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방통위는 미디어크리에이트 재허가 조건으로 '중소 지상파방송 사업자(OBS)의 광고판매 최소 지원 규모를 지역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동등한 수준'이 되게 했다. 이는 현재 92%인 OBS의 광고판매 최소 지원 규모를 지역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같은 97% 수준으로 끌어 올리게 재허가 조건으로 강제한 것이다. 이럴 경우 OBS의 광고판매액은 연간 10억 원 정도 증가한다.

OBS 프로그램 질 저하와 정리해고 예상

방통위의 이번 결정으로 15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 주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건강한 지역 민영방송을 표방해온 OBS의 프로그램 질 저하뿐 아니라, OBS 종사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등이 예상된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앞뒀던 OBS 노사는 지난 5월 극적으로 정리해고 철회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OBS 노동자들의 희생에 근거한 것이었다. 수년째 임금이 동결됐고, 경력직 기자들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공중파 방송사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OBS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40명 정리해고를 계획했다. 이에 OBS지부는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금 10%를 반납하고 호봉을 1년간 동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OBS공대위는 "광고 결합판매 비율 1% 상향 조정은 OBS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OBS에 연간 10억 원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방통위는 OBS에 대한 응급조치조차 외면한 채 아예 문을 닫으라고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방통위를 성토했다.

또한 "15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을 대표하는 방송을 이렇게 능멸(凌蔑)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묻고, "OBS 말살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방통위는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이번 광고 결합판매 비율 고시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OBS공대위는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의 의견대로 2017년부터 방송 프로그램 자체 제작 비율에 따른 광고 결합판매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려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이를 적용해야한다"고 한 뒤 "이 제도 시행에 대한 방통위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프로그램 자체 제작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지역방송사들에는 준비할 시간을 줘야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OBS공대위는 "방통위는 지난해와 똑같은 OBS의 광고 결합판매 비율 고시를 철회하고, OBS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방통위가 이를 외면하면 ▲방통위가 잘못 산정한 신생 방송사 가중치에 대한 행정소송 ▲공적 책임을 방기한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대한 매체 조정 투쟁 ▲프로그램 자체 제작 비율에 따른 광고 결합판매 인센티브제 도입 운동을 시청자운동으로 벌이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OBS를 살리기 위해 숱하게 요구하고 투쟁했는데, 사실상 OBS 죽이기 정책이 결정됐다"며 "OBS 구성원들이 열정을 갖고 좋은 방송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역방송사 죽이기로 일관하는 방통위를 해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임순혜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는 "OBS는 경인지역 시청자들이 3년 넘은 고생 끝에 만든 방송사"라며 "경인지역의 시청자로서 방통위가 지금이라도 광고 결합판매 비율 일방 결정을 철회하고 재조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종편 특혜와 큰 차이 ... "행정소송ㆍ매체조정 투쟁 전개"

방통위는 친여권 성향의 방송을 유지하는 종편에 대해선 OBS와는 다르게 온갖 특혜를 줘왔다. 지상파 채널과 인접한 '황금' 채널을 배정해줬고, 지상파와 달리 출범 후 3년 동안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을 거치지 않고 광고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해줬다. 참고로 미디어렙은 방송사나 포털사이트 등, 매체기업의 위탁을 받아 광고를 수주하고 대행수수료를 받는 회사이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OBS지부는 18일 "OBS를 살리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도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8년 전 개국 당시와 비교해 방송 인력은 무려 40%나 줄어들었고, 지상파 최저 수준인 방송 3사 임금의 절반을 감내하고도 끊임없이 정리해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지역방송 유일의 프로그램 100% 자체 편성에 40% 자체 제작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다시 임금 10%를 반납하고 호봉을 동결했다"며 "이는 오로지 경인지역 시청자 주권을 살려내라는 천명을 다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OBS지부는 ▲지난해와 같은 2015년 OBS 결합판매 고시 취소 ▲자체 제작에 따른 결합판매 인센티브제를 제안한 연구용역 결과 반영 ▲독립 민방 OBS 최소 생존 조건인 광고 결합판매 비율 1% 상향 조정 등을 촉구했다.

이훈기 OBS지부장은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우리 생존권과 지역 시청권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향후 OBS공대위와 함께 행정소송, 매체 조정 투쟁, 방통위 예산 삭감 투쟁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방통위는 18일 전체회의에 보고한 2015 광고 결합판매 비율에 대해 9월 6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의결하고, 행정예고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쳔(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OBS, #OBS경인TV, #방송통신위원회, #미디어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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