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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해방 70돌

시지 <종소리> 제63호
 시지 <종소리> 제63호
ⓒ <종소리> 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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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종전 이후에도 귀국치 못하고 줄곧 일본에 머물러 사는 재일 동포들은 조국해방 기념하는 행사를 일본 각지에서 열었다.

특히 올해는 조국해방 70돌로 그 의의가 컸다. 그분들은 70년이라는 긴긴 세월 대한해협 건너 일본 땅에서 해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청 높이 부르면서 남북이 통일잔치를 할 날을 기대하며 살아왔다.

계간지 시지 <종소리> 2015년 여름 호는 유난히 그런 소망의 시들을 많이 담고 있다. 종소리에 수록된 주옥 같은 21편의 시 가운데 지면 관계상 3수만 조국의 동포에게 소개한다.

서귀포방송국

           허옥녀

철부지 때 학교에서 돌아오며는
의례히 엄마 앞에서 교과서를 펴들고
또랑또랑 글 읽는 저를 보시고

크거들랑 고향에 돌아가서
서귀포방송국의 아나운서가 되어라
웃으시며 말씀하시던 우리 어머님

고향이 무언지 알지는 못해도
서귀포방송국은 평생토록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세월은 하염없이 흐르고 흘러
머리엔 서리꽃 하양게 피어
어느새 지팡이를 찾는 몸이건만

오늘도 그 희망 버리지 못함은
체념을 모르는 꿈같은 소원이
내 삶의 기둥이기 때문이어라.

헛소리는 그만해라 웃지 마시라
아침마다 우리 글 읽을 때며는
푸르른 남해바다 내 가슴에 스며들고
서귀포방송국이 어서 오라 부르거니

버리지 않으리다 평생소원을
내 기어이 살아 마이크를 잡고
꿋꿋이 살아온 동포들의 참 모습
전하리라 통일경축방송국에서

제주 서귀포 앞바다
 제주 서귀포 앞바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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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김길호

70년간 한 여름 매미 울음처럼
통일! 통일! 부르짖으면서도
유전병처럼 통일 병을 못 고치고 있다.

30년이 일 세대라면 삼 세대에 걸친
대물림이다.

함께 가는 통일의 길, 평화와 풍요의 사랑 길!
통일의 힘은 국가의 영원한 자원.
미래의 무궁한 에너지!
통일 이룰 8천만, 평화와 화합의 전도사!

통일은 이렇게 밝은 미래를 보증한다는
화려한 구호들은 허공에 메아리치고,
<우리의 소원>만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 세대에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
후손들에게 절대 이 통일 유전병을
대물림해서는 안 되는데.

녹쓴 철조망

          김철 (중국 베이징 거주 동포)

새와 짐승만이 누리는
무한 자유의 낙원
철조망엔
7천만 겨레의
숱한 그리움이 걸려

울다 지친 휴전선
새처럼 바람처럼
지뢰밭을 누비며 날고픈
주체할 수 없는 갈망!

가슴에도 걸려있는 가시철망 거두어
용광로에 처넣어 쟁기를 만들고
가벼운 저 구름 하얀 넋이 되어
남과 북 훨훨 거침없이 날아봤으면

아, 이 절망의 지뢰밭
당장 갈아엎어야 할
지구촌의 마지막 저주받은 쑥대밭!


태그:#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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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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