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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봉산면에서 합천을 행해 탈핵희망 순례를 하고 있다.
▲ 탈핵희망 도보순례 150일째를 맞아 거창군 봉산면에서 합천을 행해 탈핵희망 순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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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은 탈핵희망도보순례단(단장 성원기 강원대 교수)이 3년 전 고리1호기 앞을 출발하여 전국을 순례한 지 150일째를 맞이하는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경남 거창군 봉산면에서 출발한 탈핵희망도보순례단은 합천에 있는 원폭피해자복지센터를 방문하여 2차 대전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에서 원폭 피해를 받아 요양 중인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핵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며 피해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탈핵희망도보순례단이 도착하자 80여 명의 원폭 피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순례단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순례단장인 성원기 강원대 교수는 "순례단이 전국을 순례를 하면서 정부와 국민들을 향해 호소했다"며 "이 지구상에서 핵무기는 영원히 추방되어야 하며, 핵발전 또한 사고가 났을 때에는 핵무기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보았듯이 핵폭탄 몇 발에 의하여 2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평생을 각종 암과 질병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또 "그 후손들에게까지 유전자 손상을 입혀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핵발전소 사고 또한 그러하다, 과거 체르노빌도 그렇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핵무기는 물론 핵발전소도 우리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바로 여러분이 그 피해 당사자들이다"라며 "우리는 전국을 돌면서 이런 사실들을 널리 알리고, 정부와 많은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어르신의 쾌유를 바라며, 일본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2차 대전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정당하게 치료 받고, 배상을 받을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원폭피해자 2세인 유정화씨는 이날 낮부터 탈핵순례단과 함께 걷고, 원폭피해자복지회관으로 순례단을 안내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고통 받았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재생 에너지 통해 핵발전소를 없앨 수 있어

조현철신부 등 탈핵순례단은 16일 합천원폭피해자복지센터를 방문하여 위문하고, 탈핵을 위해 뜻을 함께 하기로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 탈핵순례단, 합천원폭피해자복지센터방문하여 위로 조현철신부 등 탈핵순례단은 16일 합천원폭피해자복지센터를 방문하여 위문하고, 탈핵을 위해 뜻을 함께 하기로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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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일째 순례길에는 특별히 합천의 원폭피해자복지센터를 방문하여 위로의 말씀을 전달하면서 탈핵의 길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기도 하였다.
▲ 탈핵희망 도보 순례단의 합천원폭피해자복지센터 방문 150일째 순례길에는 특별히 합천의 원폭피해자복지센터를 방문하여 위로의 말씀을 전달하면서 탈핵의 길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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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원폭 피해자 한 분이 질문을 던졌다.

"탈핵을 하면 전력 공급에 대한 충분한 대안이 있느냐?"

이에 대하여 성원기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은 55개가 가동되던 핵발전소들 운행을 다 정지하고도 전력대란과 같은 사태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국민들이 힘을 모아 절약하면 되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태양광과 풍력, 지열, 소수력 등 얼마든지 재생에너지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900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여름과 겨울 성수기 때는 7800만~8000만kw의 전기를 생산하여 쓰고 있고, 봄·가을에는 6000만kw 정도 생산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처럼 전국 지자체들이 나서고,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정부가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정책을 편다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절약을 중심에 놓고 국민들이 발전소가 될 수 있는 길을 여는 정책 전환이 시급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일본인 피해자와 같은 수준의 대우 해야

16세 때 히로시마에서 원폭피해를 당했다는 안월선할머니는 일본인 피해자와 한국인 피해자의 차별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실상을 말하고 있는 안월선 할머니 16세 때 히로시마에서 원폭피해를 당했다는 안월선할머니는 일본인 피해자와 한국인 피해자의 차별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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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탈핵순례단 방문을 환영해 주기 위하여 나온 안월선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할머니는 몇 세 때, 어디에서 원폭 피해를 입으셨나요?
"16세 때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당했어."

- 우리나라에는 원폭피해자 분들이 얼마나 되나요?
"전국적으로 2582명인데, 이곳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는 110명이 요양 중이야."

- 할머니들은 현재 어떤 질병을 앓고 있거나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요?
"갑산샘암이 제일 많고, 위암, 폐암, 간암, 혈액암 등 다양한 암이 있어. 고혈압, 당뇨 등 많은 성인병들을 앓고 있고, 몸이 불구가 되어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어."

성원기교수, 조현철 신부 등 탈핵순례단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을 잡으면서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
▲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위로의 인사말을 건네는 순례단 성원기교수, 조현철 신부 등 탈핵순례단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을 잡으면서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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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 때문인가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에게는 진료비로 연간 1인당 17만3000엔이 지급되는데 일본인 피해자들은 거의 두 배 지급을 받아. 이런 차별을 받는 것이 부당해서 2012년부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데, 1심에서는 우리가 승소했어. 일본 정부가 이에 불복하여 고법 재판이 진행 중이야.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니 일본 정부가 요즘은 조금 대우를 낫게 해 주려는 노력을 보여. 그런데 정작 환율이 낮아지면서 별로 도움이 되질 않아. 그렇다고 병원 진료비를 다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1년에 정해진 금액 이상은 지급하질 않아."

- 생계 문제는 어떻게 지원해 주나요?
"일본 정부가 지원해 주는 돈으로 한국 보건복지부에서 그걸 쌀이나 부식 등을 사서 지원해  주고 있지,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지는 않아."

합천성탕 박인수 신부와 신도 등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탈핵 순례단을 따뜻이 맞이해 주었다.
▲ 합천성당에서의 탈핵 마무리 미사 합천성탕 박인수 신부와 신도 등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탈핵 순례단을 따뜻이 맞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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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탈핵희망도보순례를 주도하고 있는 예수회 조현철 신부는 같은 예수회의 김영근 신부와 함께 원폭피해자들을 위한 미사를 공동 집전하며 위로하기도 하였다.

광복절인 15일에는 천주교원주교구에서 20여 명이 참여했고, 예수회에서 신부, 수녀 등 10여 명, 거창지역 주민 등 전체 50여 명이 아이들과 함께 참가했다. 150일째를 맞은 지난 16일에는 예수회인권연대의 박문수 신부와 연구센터의 연구원인 박유미 연구원 등 10여 명, 마산교구청 소속 수녀 6명 등 20여 명이 23.5km를 걷고, 합천읍내의 시장 등을 돌면서 합천지역 주민들에게 탈핵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탈핵도보순례를 끝내고 합천성당에 도착하였더니 박인수 신부 등 여러 신도들이 나와 따뜻하게 환영해 주면서 성당에서 잠자리를 내 주기도 하고 저녁과 아침 식사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태그:#합천, #원폭피해자, #탈핵순례 15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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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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