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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양측은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는 가운데 전병욱 목사측이 이미 예고했던 세 번의 해명성 고지가 지난 8일로 완성된 셈이다. 이제 전병욱 목사가 홍대새교회 교인들을 앞세워 자신의 성추행 사실과 그간 드러난 일들을 세세히 따져보자고 하고 있으니, 전 목사의 성추행 의혹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오마이뉴스> 2015.8.11.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간간이 기고도 하며 많은 애정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8월11일(화)자 '성추행 의혹' 전병욱 목사 "침묵하니 악의적 왜곡"이란 제하의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해야 하겠습니다. 전 전 목사가 시무하던 삼일교회에 출석했던 성도였고, 그의 성추행 행각을 고발한 책 <숨바꼭질>의 공동편집자입니다. 그리고 전 목사가 합당한 징계를 받고 치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그의 성추행 행각이 처음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던 2010년 9월부터 현재 시점까지 자신이 직접 해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시무하던 삼일교회의 위세 뒤로 숨었다가 2012년 5월 홍대새교회(이하 새교회)를 개척하면서 새교회 성도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웠습니다. 이런 행태는 그에 대한 면직재판이 진행됐던 2014년 11월과 12월 극에 달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목사에 대한 징계(교회 용어로는 치리)는 해당 교회가 속한 노회가 합니다. 교단 아래 노회, 노회 아래 교회가 있는 구조입니다. <숨바꼭질> 출간 이후 전 목사에 대해 징계권을 갖고 있던 예장합동 교단 산하 평양노회는 재판국을 꾸리고 전 목사를 피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전 목사는 1차 재판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는 2차 재판 때부터 모습을 드러냈는데, 취재진들에게는 철저하게 몸을 숨겼습니다. 당시 새교회 측 성도들은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서 상황을 체크하고, 전 목사가 취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몸을 던졌습니다. 새교회 성도들은 취재진에게 협박과 폭언을 서슴지 않았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재판은 4차례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종결됐습니다. 이 와중에 전 목사는 저를 비롯해 <숨바꼭질> 공동편집인, 삼일교회 이 모 장로, 나 모 장로, 그의 성범죄를 고발하기 위해 개설된 카페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네티즌 등 17명을 무더기로 고소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전 목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무더기 고소고발은 새교회 부교역자인 황 모 목사와 다른 성도 명의로 이뤄졌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6월 전 목사의 고소고발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저로서는 사태가 바로잡히나 생각했습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상 전 목사도 떳떳하게 잘못을 인정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너무나도 순진했습니다. 새교회 측은 7월 검찰에 항고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수긍할 수 있습니다. 새교회 측은 7월18일과 25일, 그리고 8월8일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성도 명의로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의 내용은 무척 길지만 요점은 간단합니다. "전 목사는 성중독자가 아니며, 성추행 의혹과 관련 하나의 사건은 있었지만 '구강성교'라는 꽤 높은 수위의 추행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새교회 측은 그러면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전 아무개씨의 행실을 문제삼는 한편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전병욱 목사 성추행은 사실 

삼일교회 시무당시 새벽기도회에서 안수기도를 해주던 전병욱 목사.
 삼일교회 시무당시 새벽기도회에서 안수기도를 해주던 전병욱 목사.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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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지점에서 <오마이뉴스>의 8월11일자 기사에 유감을 표시하고자 합니다. 해당 기사는 새교회 측이 발표한 3차 성명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삼일교회와 새교회 측 주장이 엇갈린다고 갈음했습니다.

먼저 전 목사의 성추행 행각은 주장이 엇갈린다는, 언론이 흔히 사용하는 대립구도로 전달될 성질이 아닙니다. <숨바꼭질>에서 고발한 내용은 실제 피해자들, 그리고 직접 피해자와 접촉한 법조인의 증언을 토대로 구성한 '사실'입니다. 또한 '2년 내 목회 / 2년 후 수도권 목회 금지', '전별금 및 성중독 치료비 수수' 등의 내용도 상당한 사실적 근거가 있는 쟁점들입니다.

단, 삼일교회가 카리스마가 강했던 전 목사가 성추문이라는 미증유의 스캔들에 휘말리자 이에 대해 어찌 대응할지 몰라 미숙하게 처리한 탓에 논란의 소지를 남겼고, 새교회 측은 이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 목사가 카리스마가 강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 목사 부임 전, 삼일교회는 그저 그런 동네교회에 불과했습니다. 전 목사가 이런 교회를 신도 2만 명 규모의 대형교회로 키워놨으니 그의 카리스마는 가히 독보적이었던 셈입니다.

새교회 측은 세 번의 성명을 통해 전 목사에게 제기된 모든 쟁점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여러 문건들을 공개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 목사에게 심각한 수위의 추행을 당한 전 아무개씨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탐사 보도의 대상이 되어 봤다면 알 것입니다. 언론이 취재원의 신상을 보호해주기 위해 음성변조와 얼굴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해당 사건의 이해당사자들은 누구인지 금방 눈치 챈다는 것을 말입니다.

새교회 성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져 보겠습니다. 먼저 새교회 측이 공개한 문건들은 모두 입수 경로가 의심스러운 것들입니다. 새교회 측은 놀랍게도 면직재판이 진행되면서 얻은 정보와 자료들을 성명에 공개했습니다. 삼일교회가 전 목사에게 피해당한 자매들에게 1억 가량의 보상을 지급했다는 내용과 원고인 삼일교회가 재판국에 제출한 소장 내용 일부가 그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건 피해자 전 아무개씨의 사진과 증언을 공개하면서 그를 '꽃뱀'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한 때 전 목사를 영적 아버지로 따르던 성도였습니다. 설사 새교회 주장대로 "이건 좀 지나치지 않은가"하는 행동을 했더라도 목사가 그를 욕보이고, 그의 진술을 거짓으로 몰아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새교회의 성명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전 목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 목사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시점인 2010년 9월 이후 자신이 직접 나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2010년 11월1일 삼일교회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리고 사의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사과문마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적어도 새교회 성명대로 전 목사가 성중독자가 아니며, 다수의 성추행도 없었고, 성중독 치료비도 받아가지 않았다면, 이는 전 목사 스스로 나서서 떳떳하게 주장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새교회 성도들 뒤로 숨었습니다. 그렇게 떳떳한 사람이 왜 재판국에 피고 신분으로 출석하면서도 성도들을 방패막이 삼았는지, 세 차례의 성명을 내면서 새교회 성도들 전체를 내세웠는지 의문입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언론이 새교회 측 주장을 다룰 때, 새교회 측 입장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저들이 근거로 내놓은 자료들을 어떤 식으로 입수했는지, 왜 전 목사가 나서지 않았는지 한 번은 문제를 제기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오마이뉴스> 기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숨바꼭질> 편집진들은 언론에 많이 노출됐고, 그래서 검색이나 SNS를 통해 쉽게 접촉이 가능했음에도, 오로지 새교회 측 주장에만 의존해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향후 삼일교회와 <숨바꼭질> 편집진들은 새교회 성명에 하나하나 반박할 방침입니다. 이 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난다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할 것입니다.

언론에 부탁드립니다. 전 목사의 무죄주장은 5년 만에 침묵을 깼다는 점에서 실로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그 주장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으며, 이 문제점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추측이지만 새교회의 성명은 삼일교회, 혹은 저를 비롯한 <숨바꼭질> 편집진들이 해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입장표명을 유도하고 입장이 나오면 이를 왜곡해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런 의도에 말려들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전 목사의 성추행 행각은 '논란'거리가 아니고 따라서 대립구도로 몰아갈 쟁점이 아닙니다. 전 목사의 성추행 행각은 낱낱이 드러나야 하고, 그래서 그가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기보다 과거 행각에 대해 적절히 징계 받아야 합니다. 또 그가 다시는 성추행 행각을 벌이지 못하도록 치유의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부디 이 점 잘 명심하면서 전 목사 사건을 다뤄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소통채널은 열려 있습니다. 단지 드러난 성명서 문건에 의존하지 마시고, 관련자들을 찾아 접촉한 뒤 자세한 전후맥락을 듣고 기사를 써주시기 바랍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는 식의 뻔한 기사는 안 될 말입니다.


태그:#숨바꼭질, #전병욱,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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