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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읍의 한 아웃도어 전문점이 폐업을 하면서 영업종료 현수막을 붙였다.
 사천읍의 한 아웃도어 전문점이 폐업을 하면서 영업종료 현수막을 붙였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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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정촌면에 들어선 대형아울렛으로 인해 사천에서 소형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면적 2만6537㎡에 입점 브랜드 150여 개 규모의 모다아울렛 진주점이 정촌산단 내에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부터 아웃도어 전문관 운영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1년 가까이 지나고 있는 셈이다.

서부경남, 그것도 사천과 인접한 곳에 대형아울렛의 출현은 사천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관련 통계가 없어 정확한 진단은 어려우나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 표정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6일 방문한 사천읍의 한 아웃도어 전문점은 썰렁했다. 다양한 상품으로 채워져 있어야 할 전시대는 텅 비어 있었고, 빈 포장지만 가게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매장 주인 A씨는 가게를 비우는 중이었다.

"2011년부터 4년간 가게를 운영했죠.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지난해 모다아울렛이 들어선 이후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1년 가까이 버텨 봤는데 무의미한 것 같아 접었습니다."

그는 사천읍에 있는 유사한 매장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매장과 나란히 있던 또 다른 아웃도어점은 이미 문을 닫은 채였다. 이 매장을 운영했던 B씨와 전화로 얘기를 나눴다.

"나도 매출이 반토막이 났죠.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면 (손님들이)돌아오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럴 조짐이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남짓 전에 문을 닫았습니다."

대형아울렛의 등장에 타격이 심각한 곳은 아웃도어점만이 아니었다. 사천읍에서 일반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C씨. 그도 폐업을 검토하고 있었다.

"좀 있으면 진주혁신도시에 롯데아울렛이 들어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우리 같은 가두점이나 대리점은 더 이상 가망 없다고 보면 돼요. 언제 문 닫을지 시점만 보고 있습니다."

이렇듯 인근 진주시에 들어선 대형아울렛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천의 관련 상권을 붕괴시키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사천읍지역에 집중됐다. 동지역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진 탓에 영향을 덜 받는 셈이었는데, 그래도 상인들의 불안감은 비슷했다. 동지역에서 의류 매장을 하나 더 운영한다는 B씨는 "사천읍에 비하면 좀 나은 것 같아요. 하지만 타격을 받는 건 마찬가지고 상인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동지역 즉 삼천포지역의 경우 상권이 비교적 독립적이다. 그러나 이런 곳일수록 대형 매장이 진출할 경우 흡입력과 파괴력 또한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인들 또한 위기를 직감하는 눈치다. 여기에 최근 대형 마트가 들어설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상식처럼 되고, 돈이 돈을 벌도록 제도가 뒷받침하는 현실 앞에서 지역경제 살리기에 힘써야 할 사천시도 길을 잃은 모습이다. "우리라고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일반 소비자들로선 더 좋아하는 측면도 있어요." 사천시 관계자의 한탄이다.

그러나 이런 푸념만 쏟아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중소상인들이 문을 닫는 동안 대형매장은 배를 불리고, 사천시민들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있다. 점점 가난한 사천시가 되어 가는 것이다. 시민들의 눈이 어쩔 수 없이 사천시로 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형아울렛, #아웃도어, #중소상공인, #사천, #뉴스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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