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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람들〉
▲ 책표지 〈개성공단 사람들〉
ⓒ 내일을여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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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너도나도 바라는 바다. 보수기독교인이든 진보기독교인이든 너나 할 것 없이 통일은 뜨겁게 기도한다. 이전의 장로 대통령이 집권할 때도, 현재의 박근혜 정부 때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통일대박까지 꿈꾸고 있지 않던가?

다만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로 'DMZ평화공원' 염원이 물거품 되지 않나 싶다.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해야겠지만 그래도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놔야 한다. 그것만이 신뢰 프로세스를 계속 추구할 수 있는 길이다.

물론 통일을 위해 그보다 한 발짝 더 나서야 할 게 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을 진정성 있게 지키는 게 그것이다. 그것들을 관통하는 기본원칙이 '신뢰'요, 곧 '상호존중'이다. 그것이 한반도를 '대결 프로세스'로 몰아세우지 않고 진정한 통일대박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이전의 장로 대통령이 집권할 때도 보수든 진보든 모든 기독교인들이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현재의 박근혜 정부 아래 대부분의 국민들도 통일을 염원한다. 하지만 그걸 기도나 구호로 그칠 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남과 북의 5만 3,000여 근로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키는 것 말이다.

"개성공단은, 사실상 '기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이토록 엄혹한 남북의 적대와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장난처럼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수많은 민간인들이 함께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면서 민족의 내일, 평화와 통일의 미래들을 만들어가고 있다."(33쪽)

김진향·강승환·이용구·김세라의 <개성공단 사람들>에서 밝혀주는 이야기다. 남북이 상호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황 속에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통일을 일군다는 게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미가 둑을 허물 듯 그들이 통일의 물꼬를 트는 사람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개성공단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개성공단은 그저 남북한경제협력사업에 불과할 뿐이지 통일까지 내다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개성공단은 북한에게 일방적인 '퍼주기 사업'일 뿐이라는 게 그것이다. 이른바 북한의 노동자들이 일한 몫을 북한정부나 고위 관료들이 착취할 것으로 내다봤던 것 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진한 개성공단의 특징적 의의를 유추할 수 있다.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통일 유업을 이어받는 관점에서 통일한반도의 미래사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염두에 두고 개성을 그 수도로 남북이 함께 개발, 발전시켜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을 것이라는 평가다."(52쪽)

이른바 북쪽에서는 '고려연방제' 통일을 위해 개성공단을 촉발시켰다는 뜻이다. 그걸 내다본 북측은 러시아와 중국과 중동 등지에 노동력을 송출하고서 받을 수 있는 월평균 임금액 300달러∼1000달러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50달러로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 임금을 확정했다고 한다. 그를 바탕으로 남측 기업들이 초기에 성공해서 다른 공단으로 확대하길 바랐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쪽에서는 그런 북측의 통일을 달가워할 리 없다.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의 〈박근혜의 통일박대 대결 프로세스〉를 보면 이전 정부나 현 정부는 오히려 '흡수통일'을 바라보는 것 같다.

설령 북한이 연방제 통일을 내다보든, 우리가 흡수통일을 바라보든, 통일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장으로 개성공단을 활용한다면 서로가 윈-윈 하는 셈이지 않을까 싶다. 그 절차나 방식은 '신뢰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면 서로가 더 나은 방안을 얼마든지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가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개성공단이 북한에게 일방적인 '퍼주기 사업'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노동보수의 30%는 사회주의 국가시책 운영기금으로 공제하고 나머지 70%는 생활용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공급권으로 지급한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다.

"5만 3,000여 명의 북측 근로자 임금과 세금을 합쳐 1년에 약 1억 달러(약 900 억원) 정도가 북측에 들어가고, 우리는 그곳에서 최소 약 15억∼30억 달러 이상의 생산액을 올린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공단의 1년 생산액은 약 5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이 수치에는 허점이 있다. OEM(주문자상표제작-단순임가공)이 주유를 이루는 개성공단의 경우, 기어들의 생산액은 임가공료(봉제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를 공장도가나 소비자가로 환산하면 그 차이는 최소 5∼10배, 그 이상도 될 수 있다."(54쪽)

그만큼 우리로서 손해 볼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성공단이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란다. 그런데 그게 어디 개성공단으로 그칠 일이겠는가? 개성공단이 활성화된다면 '북한의 지하자원개발'은 물론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황해경제권' 개발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과 러시아가 밀고 들어오는 유라시아 루트도 우리가 먼저 선점할 수 있지 않을까?

"'신원' 같은 회사가 모범사례인데, 그들은 근로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합니다. 현지 법인장과 주재원들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이 매일 출근하는 북측 근로자 한 명 한 명에게 아침 인사를 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하고 있어요."(84쪽)

현재 개성공단 내에 성공한 기업들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으로 '신원'을 꼽은 것이다. 그 기업은 북측 근로자들을 통제하거나 갑질의 횡포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을 존중하고, 자율성까지 보장해 준다고 한다. 그로 인해 더 높은 생산성 성과를 낸다고 한다. 그만큼 신뢰가 신뢰를 낳고 호의가 호의를 낳고 있다는 뜻이다. 진정한 '신뢰 프로세스'란 그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뭘 내다봐야 할까. 이전의 장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급랭해진 개성공단을 다시금 활성화시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굳건하게 하는 것도 그로부터 시작할 일이다. 부디 통일대박을 꿈꾼다면 개성공단 출구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 여담이긴 하지만 8.15 대사면에 기업주들을 포함한다고 하니 이왕이면 개성공단 기업주들도 대거 사면해 줬으면 좋겠다.


개성공단 사람들 -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

김진향 외 지음, 내일을여는책(2015)


태그:#〈개성공단 사람들〉, #통일대박,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박대 대결 프로세스, #기적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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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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