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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문화가 없는 인도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나하르가르포트
 술 문화가 없는 인도에서 맥주를 마시며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나하르가르포트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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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건 국외건, 여행에서 좋은 가이드를 만난다는 건 덤이며 행운입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해외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가이드는 건강하고, 배려심도 좋고, 인성도 좋고, 열정적이고 박식해야 합니다.

덤과 행운으로 만난 인도 가이드 산토스

아무리 인성이 좋아도 아는 게 별로 없으면 여행 내내 밋밋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껍데기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아는 건 많은데 배려심도 없고 인성이 좋지 않으면 자칫 독선적인 진행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 산토스(36, MR.SANTOSH)는 덤이며 행운이었습니다. 먼저 한국말을 아주 잘했습니다. 웬만한 한국사람 만큼이나 잘했습니다. 한국말로 한국 사람들을 웃기고 울릴 정도였습니다.

한국말로 한국인을 웃기고 울리는 인도사람 사토스
 한국말로 한국인을 웃기고 울리는 인도사람 사토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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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산토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 산토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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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가 한국말 실력을 내보인 건 처음만나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자동차로 목적지까지 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니 미리 용변을 보라는 안내를 했습니다. 남자라면 가는 도중에라도 차를 멈추고 대충 해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한국인 정서로 봐 그렇게 하기가 조금 곤란하니 '조금씩 싸서 말려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출발하기 전에 모두 해결하고 오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산토스는 서울대학교에서 8개월간 한국어 교육을 받았고, 그 후 두 차례정도 더 한국으로 들어와 공부를 했다고 했습니다. 산토스에게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있어 제일 어려운 게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받침과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원하다'는 말을 예로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갔습니다. 아버지는 물이 뜨거운 온탕에 들어가 '어! 시원하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시원하다'고 하는 말을 정말 시원(cool)한 것으로 생각해 물로 풍덩 뛰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시원한(Cool)한 물이 아니라 아들에게는 너무 뜨거운(Hot) 물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아들이 물 밖으로 후다닥 뛰어 나오며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는 말로 '시원하다'는 말이 용도와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경우를 설명했습니다.

산토스는 한국말만 잘하는 인도사람이 아니라 한국을 잘 알고, 인도 역사를 만히 아는 열정적이고 배려심도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산토스는 한국말만 잘하는 인도사람이 아니라 한국을 잘 알고, 인도 역사를 만히 아는 열정적이고 배려심도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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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는 사람들을 챙겼습니다.
 산토스는 사람들을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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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는 산토스
 열정적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는 산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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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도 가끔은 셀카를 찍었습니다.
 산토스도 가끔은 셀카를 찍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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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는 한국말을 잘할 뿐 아니라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자세히 알고 있었습니다. 곁들여 설명하는 인도 역사 또한 자세하고 깊었습니다. 어디를 방문하건  방문하고 있는 곳에 대한 설명은 항상 폭넓고 자세하고 재미있고 쉬웠습니다. 산토스는 배려심도 있었고 인성도 좋았습니다. 열정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을 챙겼습니다. 냉정하고 이성적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여자와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남자)들에게 인도는 여행을 하기엔 아주 젬병인 곳입니다. 인도에는 술 문화가 없다고 했습니다. 술 문화가 없으니 여자랑 어울려 볼기회도 거의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던 사람, 어울리면 당연히 술잔을 나누던 남자에게 일주일 내내 요구되는 금주는 채찍질 없는 형벌일 수도 있습니다. 산토스는 술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줬습니다. 맥주 몇 잔으로 만족을 해야 하는 정도였지만 술이 배고팠던 사람들에겐 오아시스에 버금갈 환희의 시간이었을 겁니다.    

술 문화가 없는 인도에서 마시는 맥주 몇 잔은 오아시스에 버금가는 시원함입니다.
 술 문화가 없는 인도에서 마시는 맥주 몇 잔은 오아시스에 버금가는 시원함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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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랬습니다. "인도는 가 봐도 후회하고, 가보지 않아도 후회하는 곳"이라고. 하지만 이번에 인도를 다녀 온 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금 가보지 않으면 지금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인도로 변모 돼 있을 것입니다. 인도는 아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짧게 다녀와 길게 쓰는 '신왕오천축국전'을 갈무리하며...

인도의 현재는 개발과 발전이 가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변화이자 변모 가속형 발전이었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분과 발전이라는 미명이 경쟁적·유무형적으로 가속 될수록 지금 가야만 볼 수 있는 인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불법(佛法)을 전하기 위해서였고, 달마가 동쪽으로 가 한 일은 불법을 전한 일입니다. 필자가 서쪽 인도로 간 까닭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 그 불교발상지인 인도가 서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필지가 인도에서 머무는 동안 보고 듣고 느끼며 깨달은 것은 '혼돈'과 '카오스' 뒤에서 꿈틀대고 있는 무궁무진한 저력입니다. 남한의 33배쯤 된다는 광활한 국토, 13억쯤 된다는 엄청난 인구, 가속을 더해가고 있는 현재진행 개발과 발전에 대한 욕구…

환하게 웃고 있는 인도 어린이들이 인도를 변모시킬 잠재력입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인도 어린이들이 인도를 변모시킬 잠재력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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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팔아야 만원도 안 될것 같은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인도를 변모 시킬 숨어있는 저력으로 보였습니다.
 다 팔아야 만원도 안 될것 같은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인도를 변모 시킬 숨어있는 저력으로 보였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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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바구리로 돌을 날라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인도를 움직이게 할 잠재력입니다.
 대나무 바구리로 돌을 날라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인도를 움직이게 할 잠재력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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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봐야 만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을 내다팔고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구는 아직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는 국토를 일깨울 응축된 저력으로 보였습니다. 대나무 바구니로 돌을 나르며 도로공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딛고 있는 작은 변화는 13억 인구를 움직이게 할 충동질 같은 저력으로 보였습니다.

지금·여기서 내가 본 인도는 '혼돈'과 '카오스'로 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지저분하고 게으르고 미개하고 더럽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카오스라는 궤도를 벗어나는 날, 인도는 정말 대단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기대를 갖습니다. 혼돈(混沌)이라는 껍질이 깨지는 날, 인도에서 분화구처럼 쏟아낼 그 어떤 저력이 정치경제적 세계질서와 문화 등에 어떤 형태로 어떻게·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인도를 떠나 비행기에서 몇 시간을 머물다 다시 한국에 도착하니, 떠나면서 벌었다고 생각했던 3시간 30분이 어느새 다시금 늦춰지니 시간도 인생도 돌고 도는 물레방아며 도로아미타불 굴레입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 일정이었을지언정 이번 여행은 자신의 생각 깊이를 넓혀주고, 내가 살아갈 여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해줄 삶의 자양분 역할을 해 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인도는, 인도는 변하고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인도는, 인도는 변하고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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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짧게 다녀와 길게 쓰는 신왕오천축국전>⑥은 '빵! 빵!' 경적 천국 인도, 보복 운전 없는 이유①, 갠지스강 일출, 왜 백두일출이라 부를까요②, 왁자지껄 인도결혼식, 불꽃놀이에 야외에어컨까지③, '19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 다 있네요④, 알몸으로 수행하는 '누드교', 사이비 아닙니다⑤에 이어지는 마지막 내용입니다.



태그:#산토스, #인도, #갠지스강, #카주라호,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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