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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주목받은 가운데, 이들이 대규모 참여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보건 노동자들은 2명 중 1명꼴로 폭언·폭행 등을 당했고, 성희롱·성폭력 등을 당한 노동자도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11일 보건의료노조 주최로 보건의료노동자 1만 8천여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의료 노동자들이 병원 현장에서 겪는 폭언과 폭행, 성희롱·성폭력 경험 실태는 심각했다.
 11일 보건의료노조 주최로 보건의료노동자 1만 8천여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의료 노동자들이 병원 현장에서 겪는 폭언과 폭행, 성희롱·성폭력 경험 실태는 심각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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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아래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과 이목희·이인영·정진후 의원실 공동주최로 발표됐다. 발표를 맡은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현장 노동자들이 겪는 언어폭력, 성희롱 등의 주된 가해자는 환자와 보호자, 의사였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의료 노동자들이 병원 현장에서 겪는 폭언과 폭행, 성희롱·성폭력 경험 실태는 심각했다. 응답에는 '환자·보호자로부터의 인격적 존중'(52.3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실제 보건 노동자들은 10명 중 5명에 해당하는 49.8%(8,694명)가 환자·보호자에게서 폭언폭행이나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희롱(1,556명)이나 성폭력(62명)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총 10%를 넘어,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의사로부터 폭언(16%)과 상급자의 폭언(14%)은 물론, 아예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람도 990명(5.4%)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터에서의 안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조사 결과, 한 응답자는 "남자 환자가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제 명찰과 가슴을 손으로 만졌다, 하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어 그냥 참고 지나갔다"고 답했다. 한 병원에서는 "한 주치의가 '일도 못하는 것들만 모아놨다'고 폭언했지만 조치는 없었다"는 답변이 나오는가 하면, 환자가 만취 상태로 간호사를 폭행해 강제 퇴원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대책이나 대응은 미비했다. 불쾌한 언행을 경험한 이후 사업장에서 적절한 휴식을 보장받은 비율은 4.6%(677명) 정도였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언어 폭력을 경험해도 '혼자 그냥 참고 넘어가거나'(폭언·폭행 86.2%, 성희롱 51%), '주위에 도움을 요청'(폭언·폭행 49.2%, 성희롱 43.5%)하는 데 그쳤다. 노동조합이나 법적 대응 등 공식 루트로 해결하는 비율은 10명에 2명꼴이었다.

감정 노동으로 인한 병원 현장에서의 소진 실태도 심각했다. 보건의료 노동자의 감정노동과 소진 정도는 타 서비스산업이나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의 사업장에 비해서도 매우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 '감정 노동 수행 80% 이상'이라는 의견이 26.8%, '업무 소진 80% 이상 증상'이 1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어떨까.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환자나 보호자를 대할 때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하거나(71.5%),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고(67.2%), 환자·보호자를 응대할 때 실제 기분이 되도록 노력(54.8%)한다고 답변했다. 오 국장은 "이같은 감정 소모에도 별다른 제도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 간호사들 장시간 근로 작년보다 심해져, 노동시간 줄여야" 

보건의료노조 측은 "지난 10여 년간 공공성보다 이윤추구가 강화되다 보니, 업무량이 증가하는 등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은 "채혈실 인력부족으로 인해 근무자들의 체력이 고갈되고, 친절도가 떨어져 환자 배려를 할 수 없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업무에서 실수하는 확률이 높아졌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 2007)는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중요 요소로 노동시간 개선을 꼽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간호사들의 경우 주당 52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하는 비율이 보건의료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사업장 내 장시간 근로(주당 52시간 이상) 비중은 2011년 18.7%에서 2015년 21.6%로 상승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순 추계로 보면 현재의 장시간 근로 규모를 법정 근로시간(40시간 근로)으로 줄이고, 신규 인력을 채용할 경우 보건의료노조 사업장에만 700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환자와 직원이 서로 존중하는 병원을 위해 현장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조사의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근로시간, 업무만족도, 감정노동 등 여러 분야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 및 부서별 조합원 면담조사가 실시됐다. 설문조사에는 조합원 1만 8629명이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015년 165개 지부 4만 6000여 명 조합원이 함께하는 3대 캠페인운동으로 '환자존중, 직원존중, 노동존중 병원 만들기'를 확정했다. 이어 ▲안전한 병원 만들기 ▲폭언·폭행과 성희롱·성폭력 없는 따뜻한 병원 만들기 ▲근무시간  지키기 등을 3대 추진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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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