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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또 다른 부자감세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ISA는 서민의 목돈마련을 위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금융계좌로,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또 5년간 매년 2000만 원 한도로, 수익 200만 원까지 세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고소득자들에겐 세제혜택을 기댈수 있는 반면,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는 하나의 통합계좌에 예적금, 펀드뿐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할 수 있는 만능통장을 말한다.

금융위는 "선진국보다 한국은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크게 낮은 상황이고, 저금리 지속 등으로 자금운용 수단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그간 특정계층 위주로 이루어져 온 재산형성 세제지원 프로그램의 수혜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며 도입 취지를 밝혔다.

한 달 납입 한도 166만 원... '그림의 떡'

5년 만기인 이 통장 안에서 펀드나 적금 등을 운용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200만 원까지는 비과세이다. 200만 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서만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9.9% 세율이 적용된다.

연간 20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어 5년의 의무 가입 기간을 감안하면 ISA에서 최대 1억 원까지 활용할 수 있다. 다만 5년간 자금을 인출해서는 안 된다. 가입조건도 따로 없다.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단, 연 금융 소득이 2000만 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된다.

문제는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연간 납입 한도 2000만 원을 1개월 단위로 따지면 166만 원이다. 실제로 한 달에 이 같은 돈을 재테크로 활용할 여력이 있는 서민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서민 재테크 수단인 재형저축 가입자의 월평균 납입금액은 20만 원(연평균 약 240만 원)에 불과하다. 재형저축 연간 납입 한도 1200만 원의 20%밖에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ISA가 아무리 파격적인 절세 효과를 준다 해도, 여유자금이 없는 서민들에겐 결국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형저축, 소장펀드 폐지...기존 가입자는 납입금 제외한 금액만 ISA 납입 가능

재형저축, 소장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비교
 재형저축, 소장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비교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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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연 5000만 원 이하 근로자 등 서민, 중산층을 위한 세제혜택 상품인 재형저축과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는 올해 폐지된다. 정부는 ISA 도입 취지의 하나로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대표적 근로자, 자영업자 재산 형성 지원 상품인 재형저축과 소장펀드 재설계'를 들었다.

소장펀드는 연 5000만 원 이하 근로자가 가입하게 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ISA는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또한 기존 재형저축, 소장펀드 가입자는 매월 돈을 납부하고 있는 납입액을 제외한 금액만 ISA로 운용할 수 있다. 재형저축에 1000만 원을 냈다면 ISA에는 한도인 연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만 납입이 가능하단 얘기다.

ISA 도입에 서민들은 시큰둥하지만 고소득자들은 반기는 눈치다. 고소득자들도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ISA를 가입할 수 있어지면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 정부는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에는 연간 총 급여 5000만 원 이하로 제한을 뒀다. 고소득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부자 감세 논란..."부유층에 비과세, 저율과세 혜택 주는 것"

그러나 정부는 ISA 가입조건에 소득 기준을 두지 않았다. "일반 국민에게도 재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충분한 돈을 계좌에 넣어 굴릴 수 있는 부자들만 세금 혜택을 크게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전체 금융소득자의 0.3%에 불과해 상당수 부유층도 ISA 가입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기존에 재형저축 가입 대상자인 서민 중산층의 경우 세제혜택이 불리해질 수 있는 반면, 부유층에게는 비과세 등의 혜택이 새롭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의원은 "1500억 원 규모의 서민 중산층 세제지원이 5500억 원 규모의 부유층 세제지원으로 대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IS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재형저축, #소장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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