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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상한제(Price Ceiling)의 대표적 예시인 최저임금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를 단순하게 본다면, 최저임금제의 장점은 미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임의적으로 설정하기에 노동의 수요자들은 사람을 적게 쓰려고 하고, 노동자들은 구직을 더 열심히 하기에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최저임금제가 미숙련 근로자의 고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실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시장가격(임금)이 왜곡된 시장실패가 일어났다고 짐작할 수 있다. 왜곡의 원인으로는 소상공인 협의회 등 자영업자들과 관련된 이익단체들의 압력 등이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제 인상을 반대하는 논리로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시장논리로만 본다면 이 상황은 원래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경쟁력 없는 가게들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해가며 어찌어찌 연명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경쟁력이 없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50대에 기업을 퇴직하고, 노후자금 준비가 없는 이들이 달콤한 프랜차이즈 홍보에 넘어가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기에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힘들다. 기획재정부가 201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창업한 99만 4천명의 신규창업자 들 중 84만 5천명이 2013년까지 폐업하며 폐업률 85%를 기록했다고 한다. 음식점의 경우 95%라고 한다.

현재 최저임금 이슈의 프레임은 미숙련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의 갈등으로 엮고 있지만, 위의 이런 사실들을 생각해보면 사실 이들 중 진실된 '갑(甲)'이 있을까?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4)>는 김경묵 감독의 퀴어 독립영화다. 이 영화는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군상을 다루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영화 결말에서 편의점 사장은 결국 빚더미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다. 실제로 편의점 주인의 잇단 자살은 뉴스기사에서도 종종 화제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최저임금제도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미숙련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준다는 효과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퇴직 후에 무리해서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연금체계를 만들거나, 산업구조를 재편해서 50대 퇴직 이후 자영업 외의 선택지를 제시해줘야 한다. 또한 한국의 경우 주거비는 물론 전반적인 생활비의 도시-지방 간 차이가 크다. 퇴직 후 대도시의 삶이 아닌 귀농 등으로 소비자체가 적은 삶을 긍정적으로 조명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법들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태그:#최저임금제, #가격하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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