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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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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6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적극적인 대국민 직접 정치를 통해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나서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담화의 핵심 내용은 노동시장·공공부문·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국민도 동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노동개혁은 일자리, 기성세대 기득권 양보해야")

박 대통령은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고 혁신과 개혁의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며 "나라와 개인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 협력하며 힘찬 행진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네 번째 담화에서도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 박 대통령

하지만 박 대통령의 취임 후 네 번째인 이날 담화에서도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대국민 담화 때와 똑같이 박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없이 미리 준비된 원고만 읽어 내려간 일방통행식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3월 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촉구를 위한 담화문과 2014년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2014년 5월 19일 세월호 참사 후 국가개조 방안 발표 당시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것은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 때뿐이다.

청와대는 전날(5일)까지만 해도 국민들과 소통하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마지막에 백지화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재벌 총수 사면 문제 등 다른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경우 박 대통령이 강조하려는 4대 구조개혁 메시지가 흐려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댔다.

결국 국민이 궁금해 하고 원하는 메시지보다는 청와대가 국민에게 하려는 말만 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정보원의 해킹 파문,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 재벌 총수 사면설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메르스 사태 책임론에 대한 대국민 사과도 물론 없었다.

이에 따라 4대 개혁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정작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적극적인 소통은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희생만 요구한 '노동개혁'... 기업 책임은 외면

특히 담화 내용도 사실 새로울 게 없었다. 공공·금융·교육 개혁 추진 방향은 그동안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내용이었다.

이날 A4용지 13장 분량의 담화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노동개혁'을 다룬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라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성세대가 양보할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또 노동 유연성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예전처럼 일단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고용이 보장되고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으로는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이 결정되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주문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20·30대 및 50·60대의 세대 간 밥그릇 다툼으로 만들고,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쉬운 해고'를 노동계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은 것이다. 반면 기업들에 대해서는 "임금체계가 바뀌고 노동 유연성이 개선되면 기업들은 그만큼 정규직 채용에 앞장서 달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노동 유연성 강화를 위한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투자와 고용에 나서지 않고 있는 재벌·대기업의 책임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롯데 일가의 경영권 다툼을 계기로 높아지고 있는 재벌개혁 요구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앞세운 노동개혁은 노동개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노동자만 희생하라는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여전한 야당과의 불통... 독백으로 끝난 담화 발표

야당과의 불통도 여전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에 국정운영에 협조를 구하는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기보다 불만을 쏟아냈다. "3년 이상 국회에 묶여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하루속히 통과시켜서 서비스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 관광진흥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이 법이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의료 민영화' 우려 해소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합리적 대안을 내놓고 야당을 설득해 협조를 구하기보다 야당의 반대를 정략적인 것으로 몰아붙여 무조건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박 대통령의 '화법'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박 대통령은 오는 15일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앞두고 있음에도 이날 별도의 담화 발표 자리를 마련하는 등 대국민 여론전에 의욕을 보였다. 또 박 대통령의 네 번째 대국민 담화에 '국민'이라는 단어도 29번 언급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독백으로 끝난 이 날 대국민 담화 발표는 청와대의 고질병인 '불통'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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