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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세월호 참사 특조위가 요구한 예산안 중 절반에 해당하는 89억 원만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위원들이 일할 수 있게 예산을 즉시 집행하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정부가 4일 세월호 참사 특조위가 요구한 예산안 중 절반에 해당하는 89억 원만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위원들이 일할 수 있게 예산을 즉시 집행하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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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5일 오후 10시 1분]

정부가 4일 국무회의를 통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예산을 애초 요구안에서 약 44% 삭감한 가운데, 이를 두고 '진상규명 무력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관련 기사: 정부, 4·16 특조위 예산 절반 삭감).

박원석 정의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은 이날 오후 '박근혜 정부, 예산 무기로 세월호 진상규명 무력화'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예산 삭감은 특조위의 정상적인 활동을 사실상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특조위의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라고 평했다.

특조위도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같은 날 밤 긴급히 성명을 낸 특조위는 "현장조사처럼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여비'를 87% 삭감하는 등, 예산 삭감으로 인해 특조위 활동이 현격히 제한됐다"며 "특조위 활동에 방해된 정부의 모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썼다. 매사에 조심스럽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조위는 지난 2월 17일 정부에 2015년 예산안을 제출한 뒤 지속해서 예산 배정을 촉구했으나, 6개월이 다 되도록 단 한 푼의 예산도 받지 못했다. 기재부 측은 "조직이 제대로 확정되지 않았다(기재부 세월호대책TF팀장, 5월 8일)", "조직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안 되고 있다(최경환 기재부 장관, 7월 17일)"는 등의 이유로 예산 지급을 미뤘다.

참사 방지 위한 기록 예산, 90% 삭감

정부는 특조위가 요구한 총예산 160여 억 원 중 89억 원만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특히 기관운영비에서 34%를, 후자인 진상조사비에서 무려 69%를 삭감했다.
 정부는 특조위가 요구한 총예산 160여 억 원 중 89억 원만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특히 기관운영비에서 34%를, 후자인 진상조사비에서 무려 69%를 삭감했다.
ⓒ 세월호 특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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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장관 명의로 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제출된 '세월호 특조위 예산 관련 의안서'를 보면, 정부는 특조위가 요구한 총예산 160여 억 원 중 89억 원만을 통과시켰다. 예산은 크게 인건비·운영비 등 '기관 운영비'와 진상조사를 위한 '참사 조사비'로 나뉘는데, 정부는 기관운영비에서 34%를, 조사비는 무려 69% 삭감했다.

특조위 요구안 중 구체적으로 삭감된 곳은 어디일까. 예산안 중 가장 크게 깎인 항목은 '자료기록관 설치·운영'이다. 애초 제시한 5억8300만 원 중 90% 가까이 깎여 6200만 원이 통과됐다. 이는 사상 초유였던 4·16 세월호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 서재와 정보관리시스템 구축 등 관련 자료를 남기는 작업에 쓰일 예산이다.

그 외에도 80% 이상 삭감된 예산 항목은 네 부분이나 된다. 자료수집과 현장조사, 피해자 진술청취 등에 쓰이는 '여비'가 87%(요구안 8억 원→확정안 1억 원), 조사비용 중 '참사 실태조사와 연구비'가 84%(3억 원→5천만 원), 해양안전 분야대책이 담기는 '안전사회 건설 종합대책 수립비용'이 83%(7억 원→1억 원) 가까이 깎였다.  

특조위는 특히 진상조사비가 삭감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문제 삼았던, 직원들 생일축하비와 체육대회 비용 등은 얼마든 줄여도 된다"며 "그러나 특조위 설립취지인 진상조사 사업비를 무참히 깎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특조위는 지난 2월 17일 정부에 2015년 예산안을 제출한 뒤 지속해서 예산 배정을 촉구했으나, 6개월이 다 되도록 단 한 푼의 예산도 받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4월 30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 특조위 위원들의 모습.
 특조위는 지난 2월 17일 정부에 2015년 예산안을 제출한 뒤 지속해서 예산 배정을 촉구했으나, 6개월이 다 되도록 단 한 푼의 예산도 받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4월 30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는 특조위 위원들의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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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는 지난달 27일 <조선일보> 보도로 '예산 과다청구'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조선일보>는 "체육대회 252만 원, 생일축하비 655만 원 등 업무와 무관한 비용을 포함해놓고 예산 지급을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당시 논란이 된 복리후생비는 "(예산안) 160억 원 중 몇 백만 원"일 뿐이라는 게 특조위 측 설명이다. 일부분을 침소봉대했을 뿐 아니라, 이와는 관련 없는 예산이 삭감됐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파견 공무원 혜택 뺏으라고?" 특조위, <조선> 반박).

특조위는 "국무회의 의결도 당일 기자들에게서 들었을 정도로 사전 협의가 없었다"라고 비판했지만, 기재부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기재부 특조위 담당자는 5일 "이번 안은 기재부 내에서 심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공식 협의는 아니지만) 물밑 협의가 있었다, 저희는 얘기하자고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조위는 "정식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 면피용 팩스 한 장이 전부였다"고 재반박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 "8월 4일까지 특조위 예비비를 준다고 여야가 합의해 이에 따른 것뿐"이라며 "내년 예산안 편성 시기도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예산은) 이미 확정된 이상 더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결정난 예산은 내려놓고, 특조위가 사업소개서 등을 가져와 2016년 예산을 논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특조위는 '예산 반 토막' 소식에 크게 실망한 눈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이번 예산은 활동을 방해하는 수준이지만,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승객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여전히 실종상태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77일째의 일이다.


태그:#세월호 특조위, #세월호 인양, #특조위 예산, #세월호 예산 , #특조위 예산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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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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