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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6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추천과 선임을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S와 방문진 이사 추천과 선임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KBS와 방문진의 차기 이사 추천과 선임 건을 의결하려 했지만,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방통위 자체적으로 최소한의 인선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을 강행할 경우, 정파적 나눠먹기가 불가피하다는 문제를 제기 하면서 회의가 연기되었다.

그동안 공영방송사 이사의 추천과 선임은 관행적으로 KBS의 경우, 11명의 이사 중 정부·여당에서 7명을 추천하고 야당에서 4명을 추천해 왔으며,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경우, 9명의 이사 중 정부·여당에서 6명을 추천하고, 야당에서 3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정치권이 KBS와 방문진 이사를 직접 추천해 공영방송사 이사회를 구성하다 보니,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공영방송사 이사회가 정치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파적 기구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런데, 이처럼 관행적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비율을 나눠서 추천하고, 방통위가 형식적인 의결과정을 거쳐 이를 승인해 주는 선임 절차는 법령상 전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적임자 인선이라는 인사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방통위원들 간의 협의를 통해 공영방송 이사로서의 합리성과 전문성 그리고 품격을 갖춘 적임자를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선발해 이사로 임명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통위는 이러한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정치권에서 추천한 인사를 그대로 임명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방통위는 정치권의 추천과 관계없이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공영방송의 공적책임과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를 합의를 통해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우리나라 공영방송 이사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BBC Trust는 의장, 부의장, 일반이사 등 총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중 이사 4명은 각각 잉글랜드, 스코트 랜드, 웰스, 노스 아일랜드 등을 대표하는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 경영위원회의 경우도, 경영위원 선발과정에서 각 분야 별 전문가들을 지역별 안배를 통해 일본의 8개 지역에서 각 1명씩, 그리고 일본 전국에서 4명을 선출하여 총12명을 일본 참의원과 중의원 양원의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공영방송 이사회는 우리나라처럼 정치권이 비율을 나누어 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직접 추천하게 되면 공영방송 이사회가 정치적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방송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편성·제작의 자율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통위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여 공영방송 이사회와 정치권의 유착 고리를 끊어야 한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이 공영방송 이사회에 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진봉 시민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노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방송통신위원회, #공영방송 이사, #KBS , #방송문화진흥회, #최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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