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a Cueva(동굴)> 여름 휴가로 외딴 섬을 찾는 5명의 남녀들. 해안가에 위치한 동굴을 발견하고는 탐험하기로 하는데....

▲ 영화 여름 휴가로 외딴 섬을 찾는 5명의 남녀들. 해안가에 위치한 동굴을 발견하고는 탐험하기로 하는데.... ⓒ morena films


칠흑같이 어둡고 습한 곳, 그곳은 외딴 섬에 있는 동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음식도 마실 물도 없습니다. 사람이 다쳐 쓰러져 있고, 출구는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절망합니다. 그리고 극한의 공포를 마주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동굴 안에 갇힌 5명의 남녀 이야기를 지친 카메라로 풀어갑니다. 폐쇄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종류의 영화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영화 <La Cueva>(아래 <동굴>)입니다. 영화 초반, 5명의 젊은 남녀가 외딴 섬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나체로 수영을 하기도 하고, 산 너머 발견한 폭포에서는 다들 물속으로 뛰어들며 맘껏 물놀이를 합니다. 그리고는 밤새 술을 마십니다.

다음 날 아침, 숙취로 인해 무거운 머리를 털고 일어난 친구들은 텐트 부근에서 작은 동굴을 발견합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던 그들은 동굴 안으로 발길을 내딛는데…….

핸드헬드 기법의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 영화 <동굴>

영화 <동굴>은 2014년 제18회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한 스페인 영화입니다. <동굴>은 폐쇄되고 암흑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절망과 공포란 것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긴박한 카메라 워크로 보여줍니다.

또 극한의 두려움을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과정을 다소 과장되고 거칠지만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분열하며 대립하는지, 그 결과 다수의 동의하에 살인을 저지르고 인육을 먹게 되는 장면은 어떤 도덕적 잣대를 디밀 수 있는지 고민거리를 던져줍니다.

<동굴>은 핸드헬드 기법을 활용한 페이크 무비입니다.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지친 모습은 흡사 좀비처럼 보입니다. 1999년 블레어 위치 이후 핸드헬드 기법의 영화는 독특한 장르로 자리 잡으며 주로 스릴러나 호러 영화에 사용되었습니다. 유명한 <파라노말>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영화는 ▲ 등장인물 중에 촬영하는 사람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목소리만 나오며 ▲ 카메라(화면)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는 관객이 직접 등장인물들과 함께 뛰고 있다는 착각을 주고 ▲ 카메라맨은 중요한 순간에 셀프 촬영을 하며 관객의 불안감을 상승시킵니다 ▲ 관객은 등장인물의 심리적 동요에 쉽게 빠져들고, 공포와 절망 또한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스너프 기법과 핸드 헬프 기법​

핸드 헬프 기법은 스너프 영화와도 비슷한 궤적을 가집니다. 1996년에 개봉한 스페인 영화 <떼시스>가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포감을 느꼈던 영화라서 지금도 숨통을 조이는 그 텐션은 두고두고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떼시스>는 스너프 필름, 즉 잔인하게 살인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촬영한 필름을 두고 벌이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1999년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한 영화 <8mm>​에서는, 스너프 필름의 유통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한동안 '스너프'란 단어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떼시스>와 <8mm> 1996년 개봉된 스페인 영화 <떼시스>는 스너프 필름을 주제로 한 살인게임입니다. 1999년에 개봉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8mm>는 스너프 필름이 유통되는 세계를 접하게 된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 영화 <떼시스>와 <8mm> 1996년 개봉된 스페인 영화 <떼시스>는 스너프 필름을 주제로 한 살인게임입니다. 1999년에 개봉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8mm>는 스너프 필름이 유통되는 세계를 접하게 된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 파라마운트, United Internation

'스너프 영화' 역시 ​핸드 헬드 기법과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필름을 보는 관객이 눈앞에서 살인과 강간, 폭력을 눈앞에서 그대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잔혹한 현장을 보면서도 이를 제지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상황! 어떤 면에서는 관객이 가해자이기도 하며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스너프 기법과 핸드헬드 기법은 관객에게 공포와 절망감을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화 기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히치콕 감독의 서스펜스 스릴러 기법이 현재 거의 모든 스릴러 영화에 사용되고 있다면, 스너프 영화나 핸드헬드 기법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로 B급 영화에 사용됩니다.

저예산으로도 수준 높은 영화를 완성할 수 있지만, 스토리와 카메라 워크가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지 않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등장인물의 연기는 다큐 형식을 띠어야 하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작위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한 마디로 셀프카메라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요.

​<동굴>은 진일보한 파라노말 시리즈

​핸드 헬프 기법의 대표적인 영화는 '파라노말'시리즈입니다. 폴더가이스트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심령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몰입도가 떨어지고 필요 없는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관객의 감정이입도 예전 같지 않고요.

그에 비해 영화 <동굴>은 일단 장소 선정부터 한 방 먹이고 들어갑니다. 여름휴가로 외딴 섬을 찾은 5명의 남녀, 눈부신 태양과 부서지는 파도, 푸른 바다. 이어지는 동굴 입성 장면은 대조적으로 구도를 잘 잡았습니다. 그리고 좁은 동굴에서 길을 잃은 그들. 이어지는 생존을 위한 사투!

<'La Cueva (동굴)> 동굴 속에 갇힌 5명의 남녀는 4일을 굶주리자, 제비뽑기로 자기들 중 한 명을 죽여 먹잇감을 삼자는 제안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과 인육 먹는 장면!!

▲ <'La Cueva (동굴)> 동굴 속에 갇힌 5명의 남녀는 4일을 굶주리자, 제비뽑기로 자기들 중 한 명을 죽여 먹잇감을 삼자는 제안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과 인육 먹는 장면!! ⓒ morena films


등장인물들은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좁고 낮은 동굴을 거의 기어 다니다시피 하며 출구를 찾습니다. 이들의 꽁무니를 계속 따라다니는 관객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그리고 동굴의 폐쇄적인 환경에서 죽고 죽이는 장면이 흑백 화면으로 조명이 꺼졌다가 켜짐이 반복됩니다. 동굴 안에서 4일을 넘어서며 가지고 있던 플래시나 핸드폰의 배터리가 거의 다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장감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설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셈이죠.

이제 그들은 물도 음식도 없습니다. 한 명이 제안을 합니다. 제비뽑기를 하여 자기들 중에 한 사람을 죽여서 배를 채우자고 말입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자기들이 살아나가더라도 다 이해를 할 거라며 설득을 합니다. 물론 이 제안을 한 남자도 제비뽑기의 대상입니다. 여자 한 명이 반대를 하지만 굶주린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어 보입니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동료를 먹잇감으로 살해하는 인간들

먹잇감으로 뽑힌 사람은 두 명의 여자 중 금발머리 여자. 그녀의 애인이 머리를 붙잡고 다른 한 명이 몸통을 꼭 잡은 후 날카로운 종유석으로 그녀의 가슴을 찌릅니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인육을 먹습니다. 아마도 허벅지 살부터 먹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추격신! 끝까지 살인을 반대했던 여자 한 명이 남은 플래시와 카메라를 훔쳐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도망치는 주인공과 관객은 호흡이 가빠집니다. 카메라 조명으로 앞을 비추며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관객도 흔들리는 카메라 시선으로 앞을 보며 어지러워집니다. 그러다가 자기를 쫓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보기 위해 가끔  뒤를 돌아봅니다. 때론 카메라를 떨어뜨려 갑자기 화면이 암흑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바닥을 더듬어 카메라를 집고 도망갈 구멍을 찾습니다.

순간, 갑자기 카메라 앞에 나타난 살인자! 도망치던 여주인공과 관객은 최악의 상황을 맞습니다. 4일 동안 동굴을 기어 다니느라 흙투성이가 된 몸에 인육을 먹어 얼굴이 온통 시뻘겋게 돼버린 살인자!

<'La Cueva (동굴)> 유일하게 동료를 먹잇감으로 살해하는 것에 반대한 여자는 카메라와 플래시를 훔쳐 도주한다. 이 사실을 알고 뒤를 쫓는 한 남자의 피말리는 추격전!

▲ <'La Cueva (동굴)> 유일하게 동료를 먹잇감으로 살해하는 것에 반대한 여자는 카메라와 플래시를 훔쳐 도주한다. 이 사실을 알고 뒤를 쫓는 한 남자의 피말리는 추격전! ⓒ moreno films


​우여곡절 끝에 동굴을 탈출한 여주인공은 지치고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이 빠져나온 그곳을 쳐다봅니다. 좁고 어두운 동굴. 그 안에서 자기를 쫓아오던 남자아이가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는 어두운 동굴 안에서 극도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혼자 동굴을 탈출한 여주인공이 살짝 웃으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갑니다.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홀로 살아남았다는 만족감? 자기를 죽이려던 남자아이가 이제는 죽게 될 거라는 섬뜩한 웃음?

핸드 헬프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영화로 생각합니다. 외딴 섬에 있는 동굴에 갇힌 남녀의 이야기는 진부한 설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의 장치 안에서 스토리와 미장센을 어떻게 녹여 가느냐가 주된 역할인데, 영화 <동굴>은 이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괜찮은 호러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거기에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한 사람을 죽여 먹이로 삼자는 제안을 하고, 모두의 동의를 얻어 실행에 옮긴다는 행위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은 성찰은 아니더라도 토의해 볼 수 있는 좋은 주제로 보입니다.

인육 동굴 핸드헬프 페이크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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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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