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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읍 도(都)는 금문에서 보듯 놈 자(者)와 고을 읍(邑)이 결합된 형태이다.
▲ 都 도읍 도(都)는 금문에서 보듯 놈 자(者)와 고을 읍(邑)이 결합된 형태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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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으로 1년간 파견을 가게 되었는데, 발령지가 린이(臨沂)다. 꽤 오래 중국을 공부했는데도 과문한 탓인지 처음 듣는 도시다. 산둥성 17개 시(市) 중에서 면적이 가장 크고, 인구도 천만 명으로 최대인 도시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 내가 알지 못하는 이렇게 큰 도시가 또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니 참 갈 길이 멀고 막막해지는 느낌이다.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가 발표한 2015년 중국 400개 도시에 대한 분류에 따르면, 1선 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에 톈진이 추가되었으며, 신1선 도시로 충칭, 청두, 항저우, 난징 등 15개, 2선 도시로 쿤밍, 쑤저우, 하얼빈, 린이 등 36개, 3선 도시 76개, 나머지는 4선 도시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새로운 도시가 계속 생겨나고 기존의 도시들도 몸집을 더 키우고 있다.

도읍 도(都, dōu, dū)는 금문에서 보듯 놈 자(者)와 고을 읍(邑)이 결합된 형태이다. 주나라 때 노예가 사는 곳을 읍(邑),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종묘와 군왕 등 통치자가 있는 곳을 도(都)라고 했다. 놈 자(者)는 군왕이 제사 때 쓰는 축문을 나뭇가지나 흙으로 덮어 놓은 것으로, 부락(邑)의 주변으로 언덕(阝)을 쌓고 축문을 땅에 묻어 복을 부르고 재앙을 쫓는 의식에서 도읍 도(都)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또 그 언덕 안의 노예, 군왕 등 모든 사람을 포함하기 때문에 '모두' 라는 부사적 의미도 생겨난 걸로 추정된다. <삼국지연의>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 중 하나인 조자룡을 "몸 전체가 모두 담 덩어리(一身都是膽)"라고 칭송하는데, 이때 도(都)는 모두의 의미로 쓰였다.

서진(西晉)시대 좌사(左思)는 원래 제나라 사람으로 제 수도 린쯔(臨淄)를 배경으로 한 <제도부(齊都賦)>를 쓰고, 10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삼국시대 위촉오의 수도였던 뤄양, 청두, 난징의 모습을 그린 <삼도부(三都賦)>를 썼는데, 책이 유명해지자 많은 지식인들이 앞 다투어 이를 필사하다보니 뤄양의 종이 값이 올랐다는 '낙양지귀(洛陽紙貴), 도중지귀(都中紙貴)'의 성어가 생겨났다.

흔히 중국의 8대 고도(古都)로 시안, 뤄양, 난징, 베이징, 카이펑, 항저우, 안양, 정저우를 뽑는다. 도읍 도(都)의 글자 형태처럼 고도엔 한결같이 군주를 보호하기 위한 성곽이 언덕처럼 둘러쳐져 있다. 현대화 과정에서 축문이 묻힌 성곽이 허물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전통의 가치가 높게 재인식되며 대체로 복원되어 과거의 위용을 되찾는 모습이다. 전통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각 도시의 모습에서 성곽 아래 묻힌 축문이 여전히 복을 부르고 재앙을 쫓는, 그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태그:#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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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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