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두 번째 4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화는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2-9로 완패했다. 지난주 KIA와의 3연전에서 충격의 스윕패를 당했던 한화는 SK에게마저 무너지며 6위로 추락했다. 48승 48패로 5할승률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주 KIA전에 이어 김성근 감독의 전매특허인 '벌떼야구'를 구사하고도 승부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뼈아픈 결과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서 또다시 선발투수의 조기강판과 불펜진을 대거 투입하는 강수를 썼으나 경기 내내 한번도 추격의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힘은 힘대로 쓰고 소득은 거두지 못하면서 이번주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후반기, 극심하게 흔들리는 한화 마운드

한화는 후반기 들어 4승 8패로 부진하다. 여기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마운드 붕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정적이다. 한화는 현재 많은 선수들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4일 SK전에서는 공격의 핵인 이용규와 정근우가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이용규는 KIA전에서 당한 사구로 종아리 부상을 얻으며 한달 가까이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정근우는 가벼운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 출전은 가능했지만 보호 차원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가 한꺼번에 빠진 한화 타선의 무게감은 극명하게 떨어졌다.

장기 레이스에서 어느 팀이든 선수들의 부상공백은 피할 수 없다. 경기 중에 당하는 부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마운드 운영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화의 현재 최대 취약 요소가 빈약한 선발진과 그로 인한 불펜진의 과부하다.

김성근 감독은 전반기 내내 특유의 벌떼야구를 통한 변칙적인 마운드 총력전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후반기로 접어들며 한화 마운드가 극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오히려 전반기에 누적된 김성근 감독의 무리한 투수운용이 가져온 후유증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날 한화의 선발투수는 김민우였다. 고졸신인으로 올시즌 처음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김민우는 불펜에서 뛰다가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7월 25일 삼성전부터 선발로 전환했다. 김민우는 첫 경기에서 비록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4.2이닝간 노히트 피칭으로 강렬한 이상을 남겼다.

하지만 김민우는 30일 삼성전에서 3.2이닝 2안타 5사사구 2실점, 그리고 지난 4일 SK전에서 1이닝 2피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갈수록 구위와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고 있다. 3경기 사이에 4일 휴식 만에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프로 무대가 처음이고 선발투수 보직도 갑자기 부여받은 신인에게 2주 사이에 갑자기 불어난 투구수와 부족한 휴식일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첫 경기인 삼성전에서 호투하고도 승리 조건을 앞둔 상황에서 교체를 단행하는 등, 김성근 감독 역시 선수의 자신감을 살려주고 육성하거나 선발투수로서의 책임감보다는, 그냥 팀사정상 먼저 나오는 투수에 불과한 듯한 태도로 선수를 다루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선수가 자신감이나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더구나 5일 선발로는 탈보트가 예정되었는데 그 역시 4일 휴식 만의 등판이다. 탈보트는 7월 21일 KT전(6이닝 3실점)이후 7월 26일 삼성전(6.2이닝 3실점)-7월 31일 KIA전(4이닝 7실점)에 이어 벌써 3연속 4일 휴식 후 등판을 강행하고 있다.

'믿는 투수만 계속 기용', 투수들 체력 저하로 이어져

이처럼 선발투수의 당겨쓰기 등판에 대하여 펑크난 로테이션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는 기용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입 가능한 선발 자원으로는 배영수나 송은범도 있었다. 일정상으로는 29일 두산전에 등판했던 배영수가 오히려 김민우-탈보트보다 먼저 나서야할 순번이었고 지난 등판에서 내용도 좋았다.

28일 두산전에 등판한 송은범 역시 중간에 1일 KIA전에서 불펜으로 1.2이닝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선발투수의 불펜 겸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김성근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선발 등판이 ) 무리가 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굳이 김민우와 탈보트를 '더 무리시키는' 길을 선택했다.

데이터에 민감한 김 감독의 성향상 상대 전적을 고려한 기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배영수는 한화의 다음 상대인 LG전에서 2경기에서 5.1이닝간 1패 평균자책점 3.38로 더 좋았으나 SK전에서는 0.1이닝간 3실점으로 믿을 만한 기록이 없다. 반면 탈보트는 올시즌 SK전에서 12이닝간 2승 0.75로 매우 강했다.

그러나 이는 데이터를 단편적으로만 해석한 경우다. 투수의 몸상태를 기준으로 했을 때 탈보트는 휴식일이 길어질수록 더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는 것이 기록으로서 증명된다. 탈보트는 4일 휴식 후 등판했던 7경기에서는 2승4패 평균자책점이 무려 7.53까지 올라간다.

반면 5일 이상 휴식을 취한 경우에는 6승 3패 4.96로 시즌 평균(5.43)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특히 초반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온 5월 뒤로는 5일 휴식 후 등판 경기에서 자책점이 3.26까지 낮아진다.

탈보트가 한화에서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였던 6월에는 한 차례를 빼면 5일 휴식이 잘 지켜졌고 탈보트는 완투승 1회 포함 4승 1패, 자책점 2.65으로 에이스의 위용을 증명했다. 그러나 7월 들어 다시 4일 휴식 후 등판이 늘어나면서 1승 3패에 월별 자책점이 6.67로 더욱 높아졌다. 투수의 성향보다는 감독 개인의 판단을 더 중시하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마운드 운용이 불러온 부작용일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성근 감독의 마지막 보루이던 불펜진이 후반기 들어 난타를 당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흔들리고 있다. 권혁, 윤규진, 박정진, 송창식 등 한화의 주력 필승조는 후반기 들어 나란히 자책점이 급격히 높아진게 사실이다.

부진도 문제지만, 크게 이기는 경기건 지는 경기건 아랑곳하지 않고 '믿는 투수만 계속 기용하는' 김성근 감독의 운용이 투수들의 체력 저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4일 SK전에서도 김성근 감독은 김민우의 조기강판 이후 무려 7명의 불펜투수를 가동했고 권혁을 제외한 모든 필승조가 마운드에 올렸음에도, 정작 한화는 경기 종반인 7~8회에만 구원진이 무려 6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무리한 마운드 운용에 대한 비판에도 '그래도 이긴다'는 명분으로 버텨왔던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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