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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임대 수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함에 따라 세입자들은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과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주거 불안정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주거권은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주거비로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장기간 거주하면서, 비자발적 퇴거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주거권 보장을 위해 <오마이뉴스>에 '주거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설 연휴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전셋값 동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이주와 봄 이사수요 등이 겹치면서 전세수요는 여전한데 전세 물건은 품귀 현상을 보이며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걸려있는 게시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설 연휴 이후에도 아파트 매매·전셋값 동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이주와 봄 이사수요 등이 겹치면서 전세수요는 여전한데 전세 물건은 품귀 현상을 보이며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걸려있는 게시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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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씨가 1년 전 경제부총리로 취임하면서 LTV(부동산담보인정비율) 및 DTI (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를 통해 세입자를 포함한 국민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의 시동을 걸었고,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는 재건축가능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앞당기고, 국회에서는 재건축시 발생한 수익의 일부에 대해 부과하는 '재건축초과이득세'를 3년간 보류하면서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보장해줘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정부는 정책 목표를 국민들, 특히 전세세입자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기존 주택을 구입하거나 신규 주택을 분양받도록 하는 데 두었고, 이를 통해 부진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했다.

'빚내서 집 사라 정책' 추진 1년이 지난 지금, 세입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파트 재건축 완화 악순환... 밀려나는 세입자들

전세 세입자들에게 지난 1년은 고통이었다. 임대인들은 전세를 수익성이 더 높은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전세 물량이 부족하면서 전세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전세 세입자에게 선택의 폭이 3가지로 제한되었다. 전세 대출을 통해 폭등하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든지 혹은 인상되는 전세금 만큼 월세로 내든지 아니면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하는 방법이다.

상당수의 전세 세입자들이 '깡통 전세'에 대한 불안감과 높은 월세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그나마 당장 주거비용이 적게 드는 은행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했다.

결국 전세 세입자들은 지난 1년간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선택을 강요당했다. 전세를 계속 유지한 세입자는 전세 대출에 대한 이자만큼 주거비 부담이 늘었고, 월세로 바꾼 세입자는 높은 보증금 전환 이율로 인해 추가적으로 많은 월세를 부담해야 했고,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한 전세 세입자도 주택담보대출 이자라는 추가적인 주거비부담을 안게 되었다.

일부 전세 세입자들은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고 원하지 않는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렴한 주택에 거주하던 세입자도 아파트 재건축에 따른 연쇄 작용으로 '비자발적 퇴거'와 '주거비 부담'을 강요당했다.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가 시작되자,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거주하던 세입자들이 이사를 해야 했다. 아파트가 낡았지만 아직 살만 했고,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전월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원하지 않은 '비자발적 퇴거'를 해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근 지역으로 한꺼번에 이사하면서 인근 지역의 전월세 가격이 올라 추가적인 주거비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재건축 아파트 세입자들이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시작하자, 재건축 아파트 인근지역의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매매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이에 건축업자들이 재건축 아파트 인근 지역의 낡은 단독주택, 다세대, 연립을 매입하여 허물고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낡은 주택에 거주했던 세입자들은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연쇄적인 주택 신축에 따라 서민들이 주로 거주했던 '주택은 낡았지만 거주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낮았던' 저렴 주택이 없어졌다. 그리고 신축 주택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감당 못한 세입자들은 임대료가 싼 지역을 찾아 이사를 해야 했다.

지난 1년간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공통적으로 늘었고, 비자발적인 퇴거(이사)를 강요 당해야 했다. 정부는 주택을 경기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임대인들은 주택을 월세 수익 수단으로만 바라보았다. 경제성장률이 당장 몇% 오르는 것이 관심사였고,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 실현이 목표였다. 주택에 사람이 살고 있고 가정이 있음을 생각조차하지 않았다.

세입자의 주거권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 한 해였다.

전세 보증금 폭등과 소득 대비 부담스러운 월세를 감내하는 세입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고, 비자발적 퇴거로 이사를 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설움이 없도록, 그리고 한 곳에 장기적으로 정착하길 원하는 세입자들의 바람이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부동산 경기활성화'에서 '세입자(서민) 주거 안정'으로 바꾸어야 한다.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활성화 조치의 부작용 - 감소했던 미분양 아파트 물량 증가, 소득 대비 과다한 주택 구입자금 대출로 가계 대출 부실화 우려, 세입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내수 경기 약화 -이 나타난 현재가 정책 전환의 적기이다.

세입자는 '대출 없는 전세', '저축 가능한 월세' 원한다

세입자들 요구는 분명하다.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전세 세입자들은 '전세 대출 없는 전세'를 원한다. 세입자들이 노동(사업)으로 번 소득으로 빚을 내지 않고, 전세 가격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세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세 세입자들은 '저축할 수 있는 월세'를 원한다. 월세 지출이 너무 커, 저축할 여력이 없어졌다. 현재 월세는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 선을 넘어섰다.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월세 금액은 30만 원, 중산층이 부담 가능한 월세 금액은 50만 원 안팎이다. 은행 정기 이자보다 3배 이상 많은, 보증금의 전월세 전환 이율을 낮추어야 한다.

소득 없는 대학생의 원룸 임대료가 월 평균 42만 원, 그리고 전용면적 1.5평의 고시텔의 월세가 월 20만~60만 원으로 고급주택인 타워팰리스의 평당 임대료보다 비싼데, 이를 공정하다고 보는가?

현재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 인상이 아닌 인하를, 월세 인상이 아닌 월세 인하를 원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을 생각한다면 '부동산 경기부양(빚내서 집 사라)' 정책을 접고, 주택 정책의 중심을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에 두어야 할 것이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 박동수 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자문위원, 서울시 임대주택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세입자 주거권, #빚내서 집사라 정책1년, #주거비 부담, #세입자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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