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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niconico를 통해 방영된 박근령씨 인터뷰 모습.
 4일 일본 niconico를 통해 방영된 박근령씨 인터뷰 모습.
ⓒ niconico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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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자꾸 일본만 타박하는 뉴스가 나가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일본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는 "나라가 잘 살게 돼 살아계신 어머니들을 모실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이웃에 대고 탓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씨의 발언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상반되는 의견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에 과거사 반성이 담겨야 한다는 국내 여론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견해라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동영상 포털사이트 <니코니코>는 박씨와 일본 저널리스트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가 한일 관계 등을 주제로 약 100분 동안한 대담한 내용을 5일 녹화방송으로 중계했다. 박씨는 한국이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를 놓고 사과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며, 신사참배에 개입하는 것 역시 내정간섭이라고 발언했다.

"과거사 반성 요구, 바람피운 남편 타박하는 것과 같아"

박씨는 "위안부 (피해) 과거사를 갖고 계신 분들이 직접적으로 배상 같은 보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일 협정(1965년)으로 우리나라가 자립경제와 자주국방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전체적으로 나라가 잘 살게 됐기 때문에 이제는 이웃(일본)에 대고 탓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발전돼서 (위안부 피해) 어머니들을 모실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우리 손으로 직접 할머니와 어머니들을 모시며 위로해드리는 것이 더 중요한 몫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에 과거사 반성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도 비판했다. 박씨는 "우리가 (과거사를)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피운 남편을 화해 후에도 계속 타박하는 것(과 같다)"이라며 "선친 시대에 다 화해한 것을 다음 세대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건 역사를 후퇴시키는 모양으로 국익에 피해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일왕과 총리들이 과거사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총리가 바뀔 때마다 자꾸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1990년 아키히토 일왕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한 '통석의 염' 발언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한 것으로 소개하거나, 고노 담화를 '고도 담화'라고 잘못 말하는 등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했다. 일왕과 일왕의 부인을 지칭할 때도 '천황폐하' '황후폐하'라는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박씨는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것 역시 내정간섭이라는 견해를 분명히 밝히면서,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그는 "아버지가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고 해서, 그분(김재규)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다"라며 "아베 총리가 앞으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노골적으로 식민지 근대화론과 맞닿는 주장을 펼치면서 일본 정부에 거듭 감사의 표현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한일협정 때) 일본에게 유·무상으로 원조 받아서 포항제철도 지었고, 일본을 대표하는 봉사 재단의 도움 덕분에 한센병 환자 병동도 짓게 됐다"라며 "일본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많은 협조가 이뤄져서 국익에 많은 도움이 됐는데, 그런 부분이 (한국에)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아쉬워했다.

박씨는 '한일 국교가 정상화돼서 한국 경제 발전이 가능했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결정적이었다"라고 답했다.

"노무현, 과거사 정치적으로 이용해"

4일 일본 niconico를 통해 방영된 박근령씨 인터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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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 정부에게 도움 받은 일을 알리지 못한 배경으로 박씨는 2003년에 들어선 참여정부의 과거사 진상 규명 작업을 꼽았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으로서 한 말씀 드리겠다"라고 운을 뗀 그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느닷없이 저희 아버지와 국회의원들의 선친을 반민족 친일파라고 했다,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일 협정을 반대하며 아버지를 친일·반민족 행위자라고 비판한 사람들도 경제발전의 열매를 같이 향유하고 있다"라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한국 국민 대부분은 저와 같이 생각하고 있다"라며 "그런(일본 과거사 관련) 뉴스만 나가기를 좋아하는 세력과 우리가 맞서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담 말미에는 "잘 돼가는 일에 찬물 끼얹은 사람들 있지 않나, 일본과 한국의 군사동맹을 방해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지혜로운 분들은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국내 친일파 청산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씨는 언니인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한일 관계와 관련해 본인과 생각이 사실상 일치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할 수 있는 비서실장은 얼마 전까지 주일대사로 활동하신 분"이라며 "일본과의 관계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좀 더 건설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좋은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여전히 박 대통령은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는 질문에 박씨는 "워낙 친북에 가까운 인사들이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다 보니 그런 부분을 많이 의식하셨을 것"이라며 "이제는 정치인만의 대통령이 아니시기 때문에 이웃과 어떻게 지낼지도 생각하셔야 한다"라고 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박씨는 이날 대담에서 박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우리가족 비리나 그런 것을 철저히 단속하는 분이기 때문에, 제가 어딜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등을 다 보고 받으신다"라며 "열 번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해도 불호령이 떨어지지만, 제 활동에는 참견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했다"라고 전했다. '언니를 맨 마지막으로 만난 건 언제인가'라는 질문에는 "매일 TV에서 보고 있다, 형님이 뜻하신 바를 많이 이루시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태그:#박근령, #박근혜, #위안부, #야스쿠니신사,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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