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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아이에서 바라본 런던의 밤 거리
▲ 런던의 저녁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런던의 밤 거리
ⓒ 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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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대로였다. 런던의 날씨는 무척이나 변화무쌍했다. 낮까지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더니, 저녁이 되자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얼굴을 때렸다. 나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마지막 관람 시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인파를 뚫고 냅다 달렸다. 평일임에도 런던아이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루고 있었다.

커다란 런던의 눈이 내 앞에서 빙글빙글 춤을 췄다. 길게 늘어선 줄에는 각기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언어로 들뜬 마음을 표시하고 있었다. 무슨 색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여기서는 그런 건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면, 모두 공평하게 '런던의 눈'이 되어 런던의 밤거리를 바라보는 것이다.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빅밴
▲ 빅밴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빅밴
ⓒ 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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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 런던의 눈 하나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약 20명의 사람들이 투명한 런던의 안구 속으로 비집고 들어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사람들은 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만든 채 가장자리에 서서 런던의 동정을 살폈다. 잔뜩 설레는 표정들이 그들의 얼굴 위를 자유롭게 물들였다. 저 멀리서 빅밴(Big Ban)이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다른 건물들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려는 듯, 형형 색의 빛깔을 토해냈다. 파랗게 질린 런던의 하늘까지 더해지면서 런던의 밤 거리는 말 그대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찰칵, 찰칵.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런던의 밤 거리
▲ 런던의 저녁 런던아이에서 바라본 런던의 밤 거리
ⓒ 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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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 약 20명의 사람들은 그 날 저녁 런던의 눈이 됐다. 눈. 인간의 눈은 세계를 인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기관이기도 하다. 내가 상대를 바라볼 때, 상대도 내 눈을 보고 나의 내면을 읽는다. 눈은 세계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나를 세계에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 날 저녁, 런던의 눈이 된 우리는 런던을 바라보는 동시에 우리 자신을 런던에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가 런던의 밤 도시를 바라보고 있을 때, 런던의 밤거리도 우리를 바라봤다. 우리는 런던의 구경꾼인 동시에 투명한 유리에 갇힌 런던의 구경거리였던 것이다.

그날 밤, 런던의 밤거리가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장 완벽한 광학적 요소로 구성된 인간의 시각을 포기하고, 고작 몇 천만 화소짜리 손바닥 만한 카메라에 시야를 양보한 현대인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름다웠던 런던의 밤거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태그:#런던아이, #LONDON, #LONDON EYE, #BIG BAN, #빅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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