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에서 일본은 세계 정상급 실력이다. 캐나다 월드컵에서도 일본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위용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한국도 뒤쳐지지 않는다. 이번 캐나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여자 축구 사상 최초 16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상대전적에선 열세였다. 일본이 14승 8무 3패, 한국은 3승 8무 14패​였다.​ 대부분의 경기를 비기거나 졌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뛴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 대표팀은 체력적으로도 일본에 비해 악조건이었다.

또한 수비의 중심 심서연의 부상으로 대표팀의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결코 좋지 않은 상황에서의 한일전이었지만 승부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대표팀은 당당히 일본을 격파하며 '투혼'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거둔 승리라 더욱더 값진 승리였다.

대표팀, 조소현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다

 조소현이 절묘한 중거리 슛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기뻐하고 있다.

조소현이 절묘한 중거리 슛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기뻐하고 있다. ⓒ KFA


중국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조소현이 일본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윤덕여 감독도 한일전에선 조소현을 중원의 적임자로 선택했다. 이 기대에 보답하듯 조소현은 특유의 투지 넘치고 헌신적인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선보였다. A매치 82경기를 소화했던 경험의 노련미가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졌다.

공격에 가담하다가도 공을 뺐기면 수비진영까지 바로 내려와서 4백 앞을 확실하게 커버해주었다. 일본은 해외파가 대거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세밀한 패스로 대표팀의 중앙을 헤집고 들어갔다. 전반 29분에 코너킥 상황에서 볼처리가 미흡했던 대표팀은 일본의 나카지마에게 골을 허용했다. 나카지마의 중거리 슛팅이 굴절되어 김정미가 손을 쓸 수 없었다.

쫓아가는 입장의 대표팀은 공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1선과 2선에 정설빈, 이민아, 이금민, 강유미는 중국전으로 거의 방전된 상태였다. 48시간 동안 2경기를 연속적으로 출전하는 탓에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공격 작업과 전방 압박 시에 그대로 드러났다. 선수들은 몸이 무거운 듯 강한 포어체킹을 하지 못했다. 또한, 공격에서 세밀함과 움직임이 일본의 골대를 위협할 만큼 압도적이지 못했다.

윤덕여 감독은 이를 빠르게 간파하여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권하늘을 빼고 장슬기를 투입했다. 장슬기는 일본 코베아이낙에서 뛰고 있어 일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투입의 의미는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장슬기를 통해서 풀리지 않는 공격을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수비적인 교체가 아닌 공격적인 교체였다. 권하늘이 나감과 동시에 4-1-4-1로 전형을 바꾸고 일본을 매섭게 몰아부쳤다.

드디어 후반 9분에 공격의 결실을 맺었다. 조소현은 일본의 수비진에서 미드필더 사이로 공이 넘어가는 찰나에 빠르게 달려가서 볼을 끊어냈다. 그리고 문전까지 혼자 드리블한 후 정확하게 왼쪽 골대를 겨냥했다. 매번 주요 대회에서 특히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어주는 조소현에게서 주장의 품격이 느껴졌다. 또한 세러머니로 심서연 선수를 위로하며 진정한 리더쉽을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었다.

윤덕여 감독, 전가을 투입이 신의 한 수가 되다

 전가을은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일본에 비수를 꽂았다.

전가을은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일본에 비수를 꽂았다. ⓒ KFA


대표팀은 동점골 이후 후반 32분에 이금민을 빼고 전가을을 투입했다. 전가을은 현대제철
소속으로 70경기 33골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팀 공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지소연이 없는 동아시안컵에서 전가을은 대표팀 공격의 보물이었다.

투입된 이후 줄곧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던 전가을은 후반 46분에 그림과 같은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베컴의 전성기 시절 프리킥을 연상케했다. 바나나 모양으로 공이 아름답게 휘어지며 골대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일본의 야마시타 골키퍼도 손을 쓰지
못할 정도의 완벽한 프리킥이었다. 전가을은 윤덕여 감독이 원했던 조커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며 대표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여자 축구 대표팀을 주연으로 한 윤덕여 감독의 드라마는 캐나다에서 우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상대는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 동아시안컵(2013)에서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번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도 대회 강호 일본을 4:2로 격파하며 무시무시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윤덕여호가 북한까지 넘어서며 '투혼'이라는 단어로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기억될 수 있을까? 북한과의 상대 전적이 1승 1무 13패이긴 하다. 그러나 축구는 아무도 모른다. 승리하는 팀이 더욱 더 강한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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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스포탈코리아에 게재될 예정
동아시안컵 전가을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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