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아. 보고 있지? 우리가 해냈어!"

태극낭자들이 가슴 뭉클한 동점골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지난 1일 개최국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귀중한 1-0 승리를 이끌어낸 주역 심서연이 당시 후반전에 무릎을 크게 다쳐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다. 태극낭자들의 동점골 세리머니에는 심서연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심서연 선수의 자리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주장 조소현이 그 세리머니를 펼쳤다. 골을 넣고 벤치 앞으로 달려온 주장 조소현은 심서연의 붉은 유니폼을 받아들고 높게 치켜들며 그녀의 쾌유를 빌었다. 종료 직후 TV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조소현은 심서연이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을 바라면서 울먹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4일 오후 7시 20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전가을의 그림같은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2-1 기적의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동아시안컵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조소현, 가로채기 후 멋진 동점골 성공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조소현이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조소현이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멀티 플레이어 심서연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윤덕여 감독은 '권하늘-조소현'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내보내며 미드필드 점유율이 높은 축구를 구사하는 일본을 상대했다.

상대 팀 일본은 최근 두 차례의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에서 모두 결승전에 올라 우승 1회(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준우승 1회(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를 차지한 세계 여자축구 최정상급 팀이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했다. 물론, 이번 대회에 나온 일본 선수 중 월드컵 본선에서 주역으로 뛴 선수는 거의 없었다. 사사키 노리오 감독이 이번 대회를 본격적인 세대 교체의 계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은 어린 선수들로 물갈이하는 중이었지만 미드필드에서 짧고 정확한 3자 패스를 통해 한국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그렇게 몰아붙이던 30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선취골로 연결하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수비수 나카지마 에미의 오른발 슛이 한국 선수의 몸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뀌어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간 것이다.

이에 한 골을 뒤진 상태에서 후반전을 시작한 한국의 윤덕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권하늘을 빼고 장슬기를 들여보내 중원 공격을 더욱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심서연 대신 들어온 조소현의 부담이 더 커지는 4-1-4-1 포메이션으로의 변화였다.

그 부담스러워 했던 조소현이 54분에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놀라운 활동량을 자랑하며 공을 가로챈 조소현이 20미터 이상을 몰고 들어가다가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일본 골문 왼쪽 구석에 차 넣은 것.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고 물러서는 일본 수비수 무라마스 토모코를 앞두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 반전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게 된 셈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전가을의 짜릿한 오른발 프리킥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전가을이 후반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전가을이 후반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덕여 감독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78분에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이금민을 빼고 노련한 전가을을 들여보낸 것이다. 캐나다 월드컵을 끝내고 컨디션이 완전하게 올라오지 않은 전가을을 경기 시작부터 내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선택은 결과만 놓고 봐도 '신의 한 수' 바로 그것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경기 내내 강유미와 이금민의 측면 크로스를 저지하는 데 대부분의 경기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장슬기와 전가을의 역동적 몸놀림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1 점수판이 그대로 끝날 것으로 보인 이 경기는 4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그때 장슬기의 재치있는 드리블이 빛나며 좋은 위치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가 만들어졌다. 일본 골문으로부터 약 27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결코 직접 감아차 넣기 힘들었지만 또 다른 교체 선수 전가을의 오른발은 황금발이었다.

90+2분, 김수연의 속임 동작 이후에 공으로 달려든 전가을은 회심의 오른발 감아차기를 일본 골문으로 날렸다. 그녀의 발끝을 떠난 공은 일본 수비벽을 넘어 골문 왼쪽 톱 코너를 꿰뚫었다. 일본 골키퍼 야마시타 아야카가 오른쪽으로 훌쩍 날아올랐지만 전가을의 킥은 도저히 쳐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웬만한 남자 선수들도 흉내내기 힘든 완벽한 역전 결승골이 기적처럼 터진 것이다.

이로써 태극낭자들은 2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단독 선두(6점, 3득점 1실점)에 올라섰다. 반면에 일본은 2패(3득점 6실점)의 기록으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태극낭자들은 오는 8일 오후 6시 10분에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북한과의 맞대결을 통해 우승 트로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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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EAFF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여자부 결과(4일 오후 7시 20분, 우한 스포츠센터)

★ 한국 2-1 일본 [득점 : 조소현(54분), 전가을(90+2분) / 나카지마 에미(30분)]

◎ 한국 선수들
FW : 정설빈
AMF : 이금민(78분↔전가을), 이민아, 강유미
DMF : 권하늘(46분↔장슬기), 조소현
DF : 김수연, 김도연, 임선주, 김혜리(84분↔서현숙)
GK : 김정미
- 경고 : 조소현(85분)

◇ 여자부 중간 순위표
한국 6점 2승 3득점 1실점 +2
북한 3점 1승 4득점 2실점 +2
중국 0점 1패 0득점 1실점 -1
일본 0점 2패 3득점 6실점 -3
여자축구 동아시안컵 전가을 조소현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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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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