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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별세한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수행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의 분향소가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 마련됐다.
▲ 고 김수행 교수 분향소 성회회대에 마련 지난달 31일 별세한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수행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의 분향소가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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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와 전 국가인권위원장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추모예배에 참석, 고인의 넋을 기린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추모 예배에 참석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김수행 교수는 그동안 번역한 책이나 글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다"며 "얼마든지 같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덜 슬를 것 같다"고 말했다.
▲ 고 김수행 교수 분향소 찾은 신영복-안경환 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와 전 국가인권위원장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추모예배에 참석, 고인의 넋을 기린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추모 예배에 참석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김수행 교수는 그동안 번역한 책이나 글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다"며 "얼마든지 같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덜 슬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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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후배이기도 하고, 나이도 젊은데 나한테 절 받게 생겼네."

고 김수행 교수 추모 미사에 참석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한 말이었다.

4일, 고 김수행 교수 추모 미사가 성공회대에서 동료 교수, 대학원과 학부 제자 등 1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후 2시가 되자,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찬송가 '나의 갈길 다 가도록'이 울려 퍼졌다. 미사에 참석한 110여 명은 한 곳을 향해 입을 모아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김수행 교수 사진이 놓여 있었다. 몇몇 김수행 교수 제자는 눈물을 훔쳤다.

찬송가가 끝난 뒤, 김수행 교수를 위한 기도문 낭독이 있었고, 다시 찬송가 '나의 영원하신 기업'이 불리며 추모 미사가 20분 만에 끝났다. 이어 동료 교수와 제자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신영복 교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 교수는 김수행 교수보다 2년 선배로 서울대에서 함께 수학했고, 정년을 마친 뒤에는 성공회대에서 함께 제자를 길러냈다. 신 교수는 "김수행 교수가 성공회대에 있는 동안에,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석학이 성공회대에 갔더라, 그런 칭찬도 많이 들었다"며 "일찍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남다르다"고 운을 뗐다.

그는 "김수행 교수는 아주 소탈하고, 직선적일 정도로 우직했어요, 이런저런 오해를 살 정도로, 굉장히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고, 아마 학교 학생들도 그런 점에서 많이 따랐을 거라 생각해요"라며 "김수행 교수가 그동안 번역한 책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얼마든지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으니까, 그 점은 좀 덜 슬프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떠나는 이를 추모했다.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추모예배에 참석한 제자와 지인들이 고인의 삶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이날 추모 예배에 참석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김수행 교수는 그동안 번역한 책이나 글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다"며 "얼마든지 같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덜 슬를 것 같다"고 말했다.
▲ 고 김수행 교수 분향소 찾은 추모객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추모예배에 참석한 제자와 지인들이 고인의 삶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이날 추모 예배에 참석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김수행 교수는 그동안 번역한 책이나 글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다"며 "얼마든지 같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덜 슬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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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추모예배에 참석한 동료 교수를 비롯한 제자와 지인들이 고인의 삶을 기리고 있다.
▲ 고 김수행 교수 추모예배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고 김수행 교수 추모예배에 참석한 동료 교수를 비롯한 제자와 지인들이 고인의 삶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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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애씨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박씨는 2015년 마지막 자본론 입문 강의를 들어 김수행 교수의 마지막 제자가 됐다고 소개하며 휴대전화에 절절하게 써온 편지를 읽었다. 박씨가 편지를 읽을 때, 누구는 고개를 떨궜고, 누구는 눈물을 삼켰고, 누구는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편지 일부분이다.

사랑하는 우리 선생님, 당신의 칠판 가득 써내려 가며 열강하시던 모습, "알겠어? OK" 일일이 확인하시고 넘어가셨지요.

당신은 빨간 펜 선생님, 일일이 시험 답안지를 체크해주시고, 빨간 펜으로 정정해주시고, 점수도 여러 번 고치시며 꼼꼼히 그렇게 온갖 정성을 다해 길러내려 애쓰던 흔적들, 우리는 교수님의 시루에 있는 콩나물이었습니다.

당신은 막걸리 교수님, 자본론 입문 수업이 오후 첫 수업이라, 함께 막걸리 한 잔 못 한 게 아쉬워, 노부부께서 우리를 초대해주셨지요. 함박웃음과 함께, 막걸리와 온갖 장아찌들, 밭에서 직접 기르신 온갖 채소들.

또 방학을 맞아 우리 한 명 한 명에게 메일을 보내주시며, 다음 학기에 진행될 교재를 알려주시고, 방학 중 미리 읽으라고 하셨죠. 그래서 교수님 저는 그 책을 구입해서 미리 읽고 있습니다. "우리 2학기에도 또 한 번 즐거운 시간을 가집시다. 건투!" 이렇게 말씀해주시던…

교수님, 벌써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당신 이거 잘했어" "이렇게 잘됐어" 격려해주시는 교수님이 없는 그 자리를 우리는 이제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지요. 종강일 날 종강파티 하시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내가 마르크스 연구하길 잘했어, 갈수록 사회가 딱 그대로 되어가고 있네" 라던 그 모습 생각나고 또 생각납니다.

아이같이 맑게 웃으시며 "당신들은 술도 잘 먹고, 열심히 살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이 책 꼭 읽어, 안 읽으면 안 돼, 집에 가서 꼭 다시 한 번씩 다 읽어야 돼" 교수님이 강의시간에 말씀하시던 한 토시 한 토시 빠짐없이 다 생각이 납니다.

이제 2015년 자본론 입문 수강생들은 교수님의 마지막 제자들입니다. 우리는 온몸으로 보여주신 삶의 귀한 가르침을 고이 간직하며,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흉내라도 내겠습니다.

박씨의 편지를 끝으로,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분향소 옆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서로를 보듬었고, 몇몇은 김수행 교수 영정 앞에 꽃을 놓아 마음을 달랬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건강하셔서 못해도 10년은 더 활동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홀연히 떠나셨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수행 교수의 정치경제학 수업을 들었다는 윤채영(23, 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학생은 "선생님 수업이 있을 땐 매주 신나서 갔던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이게 이거냐 저게 저거냐'고 물어봐도 한 번도 귀찮아 한 적 없고 오히려 좋아하셨다"면서 "교수보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맞는 분이셨다. 선생님을 잃은 느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 김수행 교수 추모 분향소는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 1층에서 오는 7일까지 오후 2~9시 사이에 운영된다.

지난달 31일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수행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별세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교정에서 학생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추모 현수막을 걸고 있다.
▲ 성공회대 교정에 내걸린 고 김수행 교수 추모 현수막 지난달 31일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수행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별세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교정에서 학생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추모 현수막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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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 박현광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김수행,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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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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