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 '한일전'은 그동안 수많은 명승부를 남겼다.

40승 22무 14패로 한국이 역대 전적에서 크게 앞서 있긴 하지만, 일본의 전력이 부쩍 강해진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매 경기 늘 불꽃이 튀었다.

이번엔 동아시아 축구 정상 길목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났다. 역대 77번째 한일전이다. 울리 슈틸리케(61, 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7시(아래 한국시각)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영원한 맞수' 일본과 2015 동아시아축구대회 두 번째 경기를 벌인다.

지난 2013년 7월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1-2로 석패했던 한국은 2년여 만에 설욕전에 나선다. '국내파' 선수들의 맞대결이 될 이번 한일전의 초점은 단연 양 팀 감독인 슈틸리케와 바히드 할리호지치(63, 보스니아)에 모인다.

'신바람' 슈틸리케 vs. '울상' 할리호지치

경기장 바라보는 슈틸리케 감독 지난 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 경기장 바라보는 슈틸리케 감독 지난 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호가 거침없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을 달성하는 등 이후에도 호성적을 이어갔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무너졌던 축구 국가대표팀을 확실히 보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일 동아시안컵 1차전 중국과의 경기서도 2-0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으니, 주어진 중요한 승부에서 원하는 결과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9월 축구대표팀 수장으로 부임한 이래 12승(1무 3패)의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다. 동아시안컵 전까지 손흥민(레버쿠젠), 기성용(스완지 시티) 등 유럽파들을 중심으로 팀 전술의 골격을 세웠고 이정협(상무), 이재성(전북), 이용재(나가사키), 김승대(포항), 이종호(전남) 등 K리그 무대에서 '흙 속의 진주'를 찾아 선수단을 살찌우고 있다. 지나치게 어리고 선수층이 얇아 전술 운용이 탄력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임 감독 시절의 단점을 말끔하게 걷어내고 있다.

한국 축구가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신바람을 내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할리호지치 감독 때문에 연일 울상을 짓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의 16강 진출을 이끌며 영웅 대접을 받았던 할리호지치 감독은 지난 3월 일본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는 일본 대표팀에 부임하자마자 강력한 압박은 물론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심을 강조하며 일본 축구에 변신을 요구했다. 지난 10년간 패스 중심의 '예쁜 축구'를 구사했던 일본의 기존 플레이 스타일을 버리고, 선수들에게 '투사'로 변신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할리호지치 군단은, 엄격한 훈련방식은 물론 선수들의 체지방까지 직접 관리할 정도로 강력한 규율과 카리스마로 무장했다. 할리호지치가 지휘한 일본 대표팀은, 데뷔전을 시작으로 3연승 행진을 달리며 일본 축구 팬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부진과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할리호지치를 향한 여론은 감탄에서 탄식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은 지난 6월 홈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50위 싱가포르와 충격의 0-0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일 열린 동아시안컵 1차전에선 FIFA 순위 129위 북한에 1-2로 패하며 일본 축구 사상 처음으로 100위권 밖에 팀에게 2연속 무승부를 거두는 굴욕을 맛봤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패배의 결과를 다른 이에게 돌리는 할리호지치 감독의 행동은 일본축구계를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다. 할리호지치는 북한과의 경기 직후 "우리는 3일 전에 중국에 도착한 데 반해 상대는 몇 주 동안이나 준비를 했다"며 "일본의 축구관계자들은 확실히 봐두길 바란다. 내가 옳고, 이것이 일본 축구의 현실이다"며 패배의 원인을 일본축구협회에 돌렸다.

하지만 변명도 한두 번이다. 결국, 오늘 열리는 한일전이 할리호지치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할리호지치가 이끈 알제리에 4-2로 완패했던 한국축구로서는 이번 대결이 자연스레 설욕전이 될 수 있다.

운명의 일본전... '킬러'는 김신욱

김신욱 '좀 더 가까이' 지난 7월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과 이랜드FC와의 연습경기. 대표팀 김신욱이 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김신욱 '좀 더 가까이' 지난 7월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과 이랜드FC와의 연습경기. 대표팀 김신욱이 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대표팀 명단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처음으로 슈틸리케호에 이름을 올린 스트라이커 김신욱(27, 울산)이다.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전에 선발 출전하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의미 있는 2014년을 보낸 김신욱이지만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으로 올해 초반까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한동안 국가대표팀과 멀어져야 했다.

하지만 김신욱은 최근 K리그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는 등 컨디션이 살아나며 리그 득점 공동 2위(8골)까지 올라오며 부활을 알렸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아시안게임 이후 부상에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 지켜본 결과 체력에 큰 문제가 없고 득점력도 다시 살아났다"며 김신욱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196㎝의 장신 공격수인 김신욱은 오늘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상대 수비진을 격파할 '공격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과의 1차전에서 장신 공격수 박현일(190cm)을 제대로 막지 못하며 패배의 빌미를 내준 일본축구의 모습을 생각해볼 때 김신욱의 활약에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지난 2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교체 투입됐던 김신욱은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전술훈련과 슈팅 연습 등을 완벽히 소화하며 일본전 출격준비를 모두 마쳤다. 1차전 중국전에서 김승대와 이종호, 이정협 등 '젊은 피'들을 선발로 내세웠던 슈틸리케 감독은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다른 선발진을 꺼내 들 것이라고 예고한 터라 김신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신욱에게 있어 이번 한일전은 그동안의 아쉬움을 날려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최근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3경기 연속 무릎을 꿇어야 했다. 지난 2011년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한 것을 시작으로 친선전, 동아시안컵에서 연이어 패하며 체면을 구겨야 했다.

당시 세 경기 모두 출전해 패배의 아픔을 함께했던 김신욱으로서는 이번 경기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한일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라며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꼭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필승의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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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축구 국가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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