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육상선수 800명 이상의 도핑 의혹을 담은 보고서가 유출돼 세계 육상계를 뒤흔들고 있다.

영국 BBC는 선데이타임스와 독일 방송 보도를 인용해 조사 대상 육상선수 5천명 중 800명 이상에 대해 '도핑이 매우 의심된다'고 기록한 국제육상연맹(IAAF) 보고서가 유출됐다고 3일(이하 한국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선수 800여명의 도핑 결과가 비정상적이라며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열린 올림픽·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나온 육상 메달 3분의 1을 이들이 차지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려고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도핑이 의심되는 선수가 딴 메달은 모두 146개다. 이중 금메달이 55개나 된다. 도핑을 이유로 메달을 박탈당한 선수는 없다.

보고서는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에서 나온 육상 메달 10개를 도핑 의혹이 있는 선수가 받았다고 기록했다.

또 러시아 전체 메달의 80%를 도핑 의심 선수가 차지했다며 러시아를 '세계 도핑의 진원지'라고 표현했다.

케냐도 도핑 의혹을 받는 선수가 18개 메달을 땄다.

100m·2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29), 영국의 육상 장거리 영웅 모 패러(32)는 '비정상적 도핑 결과'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파문이 커지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엄정한 대처를 약속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의혹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올림픽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준 사례가 드러나면 IOC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한 치의 관용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조사 결과에 따라 메달이 취소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2007년에는 미국의 매리언 존스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실토하면서 존스가 100m와 200m, 멀리뛰기 등에서 딴 메달 5개를 모두 박탈당했다.

IOC는 지난 5월 2012년 런던올림픽 때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미국 타이슨 게이의 올림픽 남자 육상 400m 계주 은메달을 취소했다. 게이와 함께 뛴 동료들의 은메달 기록도 삭제했다.

IAAF는 공식 성명에서 "보도 내용은 사적이고 기밀에 해당하는 의료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IAAF 조직의) 동의 없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준비 중"이라며 "IAAF와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뒷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바스찬 코 IAAF 부회장은 "유출된 보고서에 적힌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적절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크레이그 리디 세계반도핑기구(WADA) 회장은 "세계 육상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의혹이 나와 유감"이라고 말했다.

WADA는 유출 보고서로 드러난 의혹을 곧바로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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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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