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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의 구상권 청구는 실제로 돈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보다는 반대세력을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해군의 구상권 청구는 실제로 돈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보다는 반대세력을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 대한민국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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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은 공사지연의 원인을 제공한 단체와 개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31일 국방부 브리핑룸, 해군 임명수 공보팀장(해군중령)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주 강정마을 일대에서 진행 중인 해군 기지 건설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시위로 14개월가량 지연된 데 대한 해군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273억 원은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이 해군에 청구한 추가 비용 360억을 대한상사중재원이 중재해 결정한 금액이다.

전망은 명확하다. 해군이 이날 발표한 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해도 강정 주민과 시민단체는 공사 지연 보상금 273억 원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공사를 늦췄는지를 해군이 판단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해군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못 받을 돈인 것을 알면서도 "물어내라" 호통치는 속내는 뻔하다. 공사 지연의 책임을 묻겠다는 해군의 말은 곧 그동안 겪어온 어려움을 되갚아주겠다는 말로 들린다. 해군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상권 청구 방식과 일정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가압류 신청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압류는 개인에게 경제적 사형 선고에 가깝다.

강정 기지 공사는 이미 막바지 단계다. 지난달 말 공정률은 86.7%를 기록했고, 이대로라면 공사는 올해 말에 마무리된다. 

그러나 강정을 둘러싼 갈등은 엄연히 현재진행형이다. 8월 2일까지도 800여 명이 건설 중단을 촉구하며 제주 전역을 걸었다. 반대 운동은 3일로 3000일을 맞았다. 강정에 남아있는 이들은 "3000일이든, 30000일이든 계속해서 강정을 지킬 것"이라고 말한다. 완공까지 남은 몇 개월 동안 이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1년 2개월의 시간과 273억이라는 돈은 해군의 생각처럼 허공에 날아간 것이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렇다. 대규모 국책사업에는 사회적 갈등 비용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강정은 국가가 주민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을 때 더 큰 비용을 치른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맞닥뜨릴 갈등을 해결하는 데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당장 밀양 송전탑 문제도 해결이 요원한 상태지 않은가.

해군이 '강하고 믿을 수 있는' 군이 되려면 설득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군에 반감을 가진 국민들이 늘어만 가는 이유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제 와서 짐짓 강한 체하며 책임을 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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