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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 튀김. 통닭이 아닙니다.
 배스 튀김. 통닭이 아닙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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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와 튀김가루 비율은 어떡해?"
"뭐…. 그냥 적당히. 없으면 밀가루만 묻혀 튀겨도 되고…."

강원도 화천 붕어섬 쪽배 축제장 귀퉁이에서 한 남자가 생선을 튀기고 있다. 그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생소한 요리란다. 한 조각 맛을 보니 담백하다.

배스 튀김이라고 했다. 배스를 담은 용기가 독특하다. 가스레인지에 양은 냄비를 얹고, 식용유를 끓이고 있다. "프라이팬에 비해 열전도율이 높아서 빨리 끓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얇은 냄비에 라면을 끓이면 더 맛있는 이치와 같단다.

길상수 셰프? 그로부터 엉터리 같은 배스 튀김 요리방법에 대해 들었다.
 길상수 셰프? 그로부터 엉터리 같은 배스 튀김 요리방법에 대해 들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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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수씨는 강원도 화천군청 공무원이다(관련 기사 : 기계가 낚시를 해? 한 번 확인해보시죠). 3년 전부터 배스 낚시에 빠진 그는 배스 퇴치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민물 먹이사슬 최상위에 놓인 배스는 천적이 없다. 환경부에서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로 지정한 외래어종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 물고기 증가 폭만큼 토종 어류는 황폐해 간다. 문헌을 뒤졌다. 중국이나 일본에선 고급 요리로 활용한다는 내용을 찾았다.

배스는 비린내가 강하다. 토속 어종과는 냄새 자체가 다르다. 길씨는 이 부분만 제거한다면 배스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선껍질이 문제인 듯해 제거했지만, 배스 특유의 독특한 냄새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추가로 고안해 낸 방법은 피 빼기. 적중했다. 비린내가 완전히 제거됐다.

배스를 이용해 어떤 음식을 개발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옆에 소풍 나온 가족이 통닭을 먹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배스 튀김을 생각한 동기란다. 강원도 화천군청의 길상수 주무관, 그가 설명하는 (엉터리) 배스 튀김 요리에 대해 들어봤다.

옛날 할머니들 "대충"이 요리법의 답이다?

배스. 배스 튀김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스를 잡는 일이라고 했다.
 배스. 배스 튀김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스를 잡는 일이라고 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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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용기에 튀김가루를 개야 하는 이유. 심심할때 컵라면을 생으로 먹기 위함이란다.
 컵라면 용기에 튀김가루를 개야 하는 이유. 심심할때 컵라면을 생으로 먹기 위함이란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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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스 튀김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은 뭐가 있나?
"야전을 전제로 설명하겠다. 최대한 간단히 준비한다. 먼저 낚싯대와 인조 미끼. 배스를 잡아야 요리를 하지 않겠나. 튀김가루 한 봉지, 양은냄비, 식용유, 소형 식칼과 간장, 컵라면, 가스레인지 하나면 끝이다."

-다른 건 이해되는데, 컵라면은 왜?
"컵라면 용기는 튀김가루를 개는 용도로 사용하면 딱 맞다. 또 기름이 끓는 동안 컵라면을 부숴 먹으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컵라면이다."

배스살을 묽게 갠 튀김가루에 넣는다.
 배스살을 묽게 갠 튀김가루에 넣는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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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스 튀김 요리순서를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해 달라.
"어렵게 설명하려 해도 어려울 게 없다. 일단 배스를 잡는 게 관건이다. (잡았다는 가정하에) 배스를 잡자마자 아가미 부분에 흠집을 내 피를 제거한 후, 납작한 돌 위에 배스를 올려놓고 껍질을 제거한다. 돌 위에 올려놓는 이유는 도마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외에 나갈 때는 자연을 활용하는 게 최고다. 짐도 줄일 수 있고…. 껍질을 제거한 배스는 냄비에 물을 데워 살짝 데치고, 회를 뜨듯 적당히 오려낸다. 주의할 것은 깍두기처럼만 자르지 않으면 된다. 상관은 없지만 튀길 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 튀김가루를 개는 방법에도 노하우가 있나?
"없다. 배스 살에 잘 묻도록 너무 묽지만 않으면 된다. 다음은 가스레인지를 켠 다음 냄비에 식용유를 붓고 기름을 끓이는 게 순서다. 냄비가 얇으므로 채 2분도 되지 않아서 기름이 끓기 시작하는데, 이때 배스 살을 개어놓은 튀김가루를 묻혀 냄비에 투입하면 된다. 나무젓가락이 없다면 불필요하게 자란 나뭇가지를 꺾어 사용하면 훌륭한 대용이다."

왜 두 번 튀기냐고요? "별 이유 없다"

배스 초벌 튀김.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배스 초벌 튀김.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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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반복해 튀기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통닭집에 갔을 때 보니까, 두 번 그렇게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바삭한 식감이 살아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두 번 튀기는 거지, 별 이유 없다."

- 간장에 파도 썰어 놓고 양념을 한 것 같은데, 이 또한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건가?
"아니다. 아침에 집에서 간장을 찾다 아내가 만들어 놓은 게 있어서 가지고 나온 거다. 가게에서 일반 간장을 사 오는 것도 좋지만, 집에 양념간장을 만들어 놓은 게 있다면 몰래 슬쩍 가지고 나오길 권한다. 사는 간장보다 맛있기 때문이다."

배스튀김 맛을 돋우는 양념간장
 배스튀김 맛을 돋우는 양념간장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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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배스 튀김 요리 참 쉽다는 생각을 했다.
"요리는 어려우면 대중화되지 못한다. 최근 백종원 요리사가 뜨는 건 그의 쉬운 요리방법 설명 때문이다. 요리사들 다수가 고상한 척 '파를 몇 센티 자르고, 소금을 1/2 어쩌고...'라고 하는데, 그 말 자체가 어렵다. 우리 할머니들의 '그냥 찝찔할 때까지 대충 넣어'란 말씀이 답일 수 있다."

- 배스 음식이 대중화되면 배스 퇴치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튀김 요리만으로는 좀 부족하단 생각도 든다. 더욱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배스가 남자들 정력에 좋다고 소문을 내면 된다. 삽시간에 사라질 거다. 남자들이 앞다투어 더 맛있는 배스 요리법을 개발하지 않을까. (웃음) 그런데 이게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배스는 일반 생선에 비해서도 고단백 음식재료다. '노화방지를 위한 아미노산인 타우린이 풍부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니 보양식으로 최고 아니겠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시민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배스튀김, #배스, #길상수 주무관, #쪽배축제,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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