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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 킬로미터를 달려 24일 만에 멜번에 도착한 유스드림 팀.
▲ 멜번 입성, 중심가에 서다 2천여 킬로미터를 달려 24일 만에 멜번에 도착한 유스드림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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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람이 좀 잠잠해지기를... 그렇게 빌면서(?) 이틀을 기다렸다.

'유스 드림 팀 코리아(Youth Dream Team Korea)'라는 이름의 아마추어 스포츠 동아리를 만든 한국인 청년 3명이 자전거로 2천여 킬로미터를 달려 멜번(Melbourne)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청년들의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현준, 경희대학교 체육교육학과 학생인 양유진, 그리고 역시 경희대학교 공대에 재학 중이며 이 팀의 막내인 정승혁. 이 세 사람이 자전거로 호주 대륙 횡단을 하기 위해 퀸슬랜드(Queensland)의 골드코스트(GoldCoast)를 출발해 시드니를 경유, 멜번을 향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칼바람 부는 호주를 달립니다, 지금

이 겨울(호주는 지금 겨울철이다)에 너무 황당한 도전이 아닐까,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호주 주요 도시들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지만, 겨울이란 이름이 결코 무색하지 않을 만큼 체감 온도는 낮다. 특히 강풍과 소나기가 자주 몰려오기 때문에, 한국과는 다른 겨울 추위가 있다. 그 바람을 맞으며 허허벌판 달려오려면 힘들 것은 자명하니, 그나마 날씨라도 맑기를 바랄 뿐이었다.

개인 연락처를 주고 받고 난 후부터 소식이 계속 전해져 왔다. "비박을 하고 난 뒤의 아침은 지뿌듯할 수 밖에 없다"면서 햄버거 가게에서는 커피 한 잔만 시키며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라면으로 아침을 때운다는 사진이 올라왔다. 비가 너무 내려 일정을 조금 미루며 하루쯤은 실내에서 잠을 자려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리고, 지난 1일 오후, 이들은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멜번 시내에 입성했다. 이에 앞서 7월 3일, 한국에서 골드코스트로 날아온 양유진, 정승혁 두 친구를, 몇 개월 전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미리 와 있던 김현준씨가 마중해, 골드코스트에어포트(Airport) 마라톤을 함께 뛰고, 7월 7일 자전거로 출발한 지 24일 만이었다. 시드니에서 며칠 쉰 기간을 빼면 21일 동안 자전거를, 그것도 하루 평균 100킬로미터를 주행한 셈이다.

멜번에 도착한 이들은 빅토리아주한인회(회장 최유근)가 미리 예약해준 한인 운영 학생숙소에 일단 짐을 풀고 자전거 서비스를 맡겼다. 이후, 한인회관 방문, 주멜번총영사관(총영사 조홍주) 방문 등 일정을 시작했다. 모두들 따뜻한 환영과 격려, 그리고 칭찬으로 이들을 맞아 주었다. 이들의 일정을 몇 시간 지연 시킨 비는 어느새 그쳤다. 환하게 맑은 햇살 아래, 조금 지친 몸도 추스리고 자전거 상태도 점검하면 멜번에 사흘간 머무를 예정이라는 이들을 만나봤다.

'대한민국 청년 3인의 자선모금 호주 횡단 프로젝트'라는 작은 제목 아래 "아이들의 꿈을 위해 무동력 7051km 희망의 길을 달립니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은 포스터가 이들이 달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좀더 풀어 설명하자면, 아프리카 부룬디라는 나라의 어린 아이들이 가난한 환경, 먼 학교의 위치 등의 이유로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은 처음에는 이들에게 자전거를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입고 갈 교복조차 마련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에, 일단 작은 일부터 시작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리고 그 첫 프로젝트로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1달러의 기적'을 베풀어 달라는 홍보를 함께 하고 있다. 호주 횡단 7051킬로미터를 할 테니, 1킬로미터에 1달러씩 후원해 달라는 것이다.

자선단체와 연계해 모금 운동을 시작한 이 청년들은 "사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방식의 모금 운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너희들이 좋아서 자전거 타는데, 무슨 돈을 달라는 것이냐"는 반응이 가장 먼저 돌아온다는 것이다. 

1킬로미터에 1달러씩...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하지만 호주를 비롯해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모금 운동을 많이 벌인다. 재해가 일어난 나라를 돕기 위해 학생들이 일정 거리를 정하고 달릴 것이라는 계획을 알리고 부모와 지인들, 또는 마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1킬로미터 당 얼마를 주겠다는 약속 서명을 받아 학교에 제출한다.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잘 달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그런 약속을 받았고, 또 모금이 되면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진다는 믿음 때문에 자신이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게 된다. 호주에서는 이런 모금 운동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모금에 응해준 만큼 꼭 약속을 지키라고 격려하며 누군가를 돕는 일에 즐거움까지 부여하게 된다.

유스드림 팀 양유진
 유스드림 팀 양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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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 육상 선수를 도운 적이 있어요. 강원도 고성에서 강릉까지 달려 170만 원을 모금했습니다. 그 장애인 선수가 지금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받고 있어요. 그때 느낀 감동과 보람이 참 컸습니다. 그러던 중에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게 됐고, 그 첫번째 프로젝트로 자전거 호주 횡단을 하게 됐습니다."

남자들에게도 힘들 이 도전에 리더를 맡고 있는 양유진씨의 설명이다.

"지난 해부터 이야기가 나왔고요, 실질적인 계획은 올해 2월부터 짜기 시작했습니다. 제가먼저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와서 이것저것 상황을 알아보며 구체화 시켰고요."

유스드림 팀 김현준
 유스드림 팀 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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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골드 코스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현준씨. 덕분에 실생활을 통해 예산 등을 검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다 더 빨리, 보람 있는 일을 차곡차곡 쌓고 싶은 막내 정승혁씨가 합세해, 팀 이름을 만들고 실행에 옮겼다.

"날씨가 많이 추운 때라서 변수가 많다고 말리는 분들도 있었어요."

한국과는 정반대 계절인 호주.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실행에 옮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들은 굳게 마음을 다지며 결정을 내렸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 때가 아니면 자꾸 뒤로 미루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도전의 의미가 퇴색할 것 같은 조바심도 들었다.

평소에도 운동을 해왔으나 지난 7월 3일 골드코스트에 도착해 이틀을 쉰 후, 5일에는 자체 체력 점검을 겸해 골드코스트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모두 완주를 하며 자신감을 다시 확인한 이들은 드디어 7일, 골드코스트를 출발해 동부해안도로를 따라 시드니에 도착했다. 거기서 사흘을 쉰 후, 다시 호주의 수도 캔버라를 거쳐 24일 만에 2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멜번에 들어온 것이다.

"저희가 찾아간 한국공관, 한인회에서 모두 분에 넘치는 환대를 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면서 이들은 "그리고 무엇보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한인동포분들이 저희 뜻을 들으시고는 끼니 때면 밥을 사주시거나, 잠자리를 제공해 주고, 또 시간이 맞지 않으면 밥 거르지 말고 꼭 끼니 챙기라며 용돈을 쥐어 주시기도 해서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스드림팀 정승혁
 유스드림팀 정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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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부룬디 어린이를 돕기 위해 이 험난한 도전을 하게 됐을까?

"그렇죠. 물론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제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라가 아닐 만큼 성장했잖아요. 특히 교육에 관해서는 고등학교까지 일단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많은 곳에서 아주 어린 아이들이 기본적인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참 가슴 아프더라고요."

'파이팅'이라는 말밖에 생각 나지 않아요

그래서 그들은 가슴에 'Korea(코리아)'를 새기고 자신들의 뜻을 플래카드에 새겨 호주를 달리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한인동포들이 보내는 격려도 눈물 날 만큼 고맙지만 길에서 마주치는 호주인들이 물어보고, "엄지 척" 하면서 칭찬해주면, 대한민국의 멋진 모습을 알리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든다고 한다. 참으로 대견한 한국의 청년들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에서 'Human in Love(휴먼 인 러브)'를 치신 후에 '활동참여'로 들어가시면 '아이들의 꿈을 위해 희망의 길을 달립니다'로 접속이 가능합니다. 거기서 후원을 해주셔도 되고 네이버에서 해피 빈(Happy Bean)을 통해 기부에 참여하실 수도 있어요."

열심히 홍보를 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싱그러운 젊음,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쁨을 주는 것인지 알아버린 기쁨이 가득해 보였다.

"58일 정도 더 가면 일단 첫 프로젝트의 대장정이 끝날 것 같아요. 여러 각도에서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이 있는 한 저희는 비록 매일 밤마다 악 소리 나는 통증이 와도 달릴 겁니다. 벌써 2천 킬로 넘었잖아요. 이제 5천여 킬로가 남았습니다."

점검을 마친 자전거에 올라 이들은 다시 페달을 밟았다. 아델레이드(Adelaide)까지 1000킬로미터를 달린 후 또 조금 쉬고, 그리고 서부 끝에 있는 퍼스(Perth)까지 가면 7천여 킬로미터.

파이팅, 대단해요, 응원합니다, 이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눈빛으로 보낸 진심의 응원이 분명 전해졌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뿐이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8 월 7 일 호주 멜번에서 발행되는 <멜번저널>에 중복 게재 됩니다.



태그:#멜번, #자전거 횡단, #유스드림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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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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