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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외에 그들이 좋아하는 식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커피믹스가 반응이 뜨겁죠. 이제 커피 맛을 알았다고 할까? 커피가 중독성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큰 주전자에 타서 나눠주다가 나중에는 커피믹스를 줬어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좀 있었죠. 입에 봉지 째 털어 넣고 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아이가 봉지를 뜯어서 가루를 먹고는 밤새 잠을 못 자고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얼핏 들었는데, 커피를 비상약 대용으로도 활용하나 봐요. 북한에서는 연료로 석탄을 많이 쓰는데, 가스중독 비슷한 걸 당해서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을 때 커피를 마시면 괜찮다는 거예요. 카페인의 각성효과 때문인 것 같아요

소시지도 아주 좋아해요. 초코파이를 줄이고 소시지를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죠. 회사마다 주는 간식이 다르니까, 친구들끼리 자기회사에서 받아온 간식을 서로 교환해서 맛을 보고는 '우리도 이걸 달라'고 요구하기도 해요. 한때 율무차, 생강차 등이 장마당에서 인기가 있었던 적도 있데요"-<개성공단 사람들>에서

북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많은 것들이 궁금하기만 하다. 북한이어서가 아니다. 흔한 표현대로 우리의 반쪽이기 때문이고, 통일 되지 않는 한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개성공단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매우 많다.

<개성공단 사람들> 책표지.
 <개성공단 사람들> 책표지.
ⓒ 내일을 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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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개성공단을 '북한에 퍼주기'라는 표현과 함께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또 한편의 사람들은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어떤 시각이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진실은 무엇일까?' 의문과 생각이 분분해지곤 한다.

우리 사회 소위 북한 문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개성공단에 대한 시각 혹은 이야기는 '극과 극'이다. 그렇다면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로 형성된 개성공단은 과연 어떤 곳이며 우리에게 무엇일까? 아니, 북한사람들은 정말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개성공단 사람들>은 '개성공단에서 4년간 대북협상을 담당하고, 개성공단에 장기 체류하면서 북한사회의 구조와 민낯을 속속들이 본 유일한 학자로 평가'되는(저자 프로필 중에서 인용) 북한 전문가 김진향씨가 쓰고 엮은 책이다. '개성공단 사람들'과 그들을 통해 본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여성 근로자가 대다수인데 혹시 남한 여성들의 옷이나 화장에 관심을 갖지는 않나요?
"처음에는 화장을 거의 안 하더니 서서히 달라지더라고요. 언제부턴가 속눈썹에 마스카라도 하고 아이라인도 그리고 립스틱도 빨갛게 바르고 다니는 거예요. 머리 모양도 제 헤어스타일과 비슷하게 하고 다니고, 귀를 뚫어 귀걸이도 하고 다니더군요. 우리를 보고 따라 하는 거죠"

-북한 여성들도 미에 대한 욕구가 강하군요.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어서인지 남한 남성들 중에는 북한 여성들의 미모를 궁금해하는 남성들이 많습니다.
"하얀 얼굴이 미인의 조건인지, 화장을 매우 하얗게 하는 편이에요. 쌍꺼풀 수술도 많이 해요. 쌍꺼풀 수술은 국가에서 무료로 해준다고 해요. 거기서는 '예쁘다'는 말 대신에 '곱다'는 표현을 쓰는데…."-<개성공단 사람들>에서

개성공단의 시작, 그리고 현재

애초 협의대로 2004년 6월에 시범단지 2만 8천 평 부지조성을 완료하는 것으로 구체화된 개성공단은, 같은 해 10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사무소를 개소하는 것으로 공단조성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2012년 1월에는 북측 근로자가 5만 명을 돌파, 현재(책 기준, 이하 생략) 5만 3천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책에 의하면 현재 '우리는 5만 3천여 명의 임금과 세금으로 매년 1억 달러(약 900억 원)를 개성공단에 투자, 최소 약 15억~30억 달러 이상의 생산액을 올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속옷 70%, 의복 30%가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며 휴대폰 부품 상당수가 개성공단에서 조립되고 있는데, 소위 '개성단가(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때문에 가격이 엄청나게 싸게 형성)'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우리의 경제적 측면 의존율이 높다고 한다.

개성공단 건설에 대한 최초의 남북 합의는 1단계(100만 평)부터 3단계에 걸쳐 공단 800만 평과 배후도시 1200만 평 등 전체 2000만 평에 거대도시(창원 공단과 창원시를 합친 규모)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당시인 2008년 2월에 이런 계획들은 모두 중단, 1단계가 한창 건설 중이던 2007년 12월 수준에 멈춰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1단계 계획이었던 100만 평의 40%에 해당하는 대지에 공장들이 건설되어 124개의 기업이 가동되고 있다. 그리고 70여 개의 영업소들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부지 60% 중 일부는 나대지로, 일부는 짓다가 만 공장 건축물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둘로 구분된다. 북한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관련 협상을 담당했던 김진향씨가 들려주는 개성공단의 시작과 현재 및 개성공단 사람들, 그리고 남측 주재원으로 개성공단에 근무했던 사람들 9명이 인터뷰 형식으로 들려주는 개성공단 사람들을 통해 본 북한과 북한사람들이다.

-북측 근로자들과 일하면서 재미있는 일들도 있었겠네요?
"청바지를 생산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북측에 청바지를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어요. 청바지를 입고 근무했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근로자를 맞이하기도 했지요.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북측 근로자가 "법인장 선생님, 첫 대면인데 거지처럼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계시면 어떡합니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우리 주재원들에게도 청바지를 입지 말라고 합니다. 그쪽은 아직도 우리 기준에서는 다소 전근대적인 문화라 정장 차림으로 근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청바지를 입으면 날라리 같으니 입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웃음)"

-(북한 사람들은) 그럼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나요?
"단백질은 식용유로 보충하더라고요. 어떤 국이든 다 넣어요. 심지어 라면을 끓일 때도 꼭 콩기름을 넣어요. 그들이 라면을 처음 먹었을 때는 몸에서 기름기를 못 받아들여서 설사를 많이 했다고 해요. 솔직히 통일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적 없는데 이 사람들이 먹는 것에 예민하게 구는 모습을 보면, 통일이 된 뒤 집에 데려와서 실컷 먹여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개성공단 사람들>에서

저자 김진향씨의 개성공단 관련 설명들이 대체적으로 쉽다. 게다가 인용 부분을 읽을 수 있는 인터뷰 부분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비교적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의미는 남다른 책

각 주제 들어가는 몇줄과 인터뷰 질문 등이 책표지와 비슷한 진노랑색이라 읽기 쉽지 않았다. 몇페이지 읽지 않아 눈이 파곤해지곤 했다. 내용 전달이 우선 아니던가. 그래서 아쉽다. 독자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또한 아쉽다.
 각 주제 들어가는 몇줄과 인터뷰 질문 등이 책표지와 비슷한 진노랑색이라 읽기 쉽지 않았다. 몇페이지 읽지 않아 눈이 파곤해지곤 했다. 내용 전달이 우선 아니던가. 그래서 아쉽다. 독자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또한 아쉽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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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람들이 북한(사람들)의 실정을 100% 대표해주는 것도 아니거니와, 경우에 따라 (인터뷰한 사람들의 대답을) 덜어내고 수정하는 작업도 거쳤을 것이라 책의 내용이 100% 개성공단 혹은 북한을 이야기해주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개성공단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형식으로 나온 최초의 책인 만큼 북한과 개성공단, 그리고 그곳 사람들을 아는데 많은 힌트가 될 것은 분명할 것 같다.

덧붙이면, 매우 불편하게 읽은 책이다. 출판사 측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겠지만, 매 주제 들어가는 글 몇 줄과, 모든 인터뷰 질문 글씨 색이 책표지 색에 가까운 진노랑색이라 읽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밝은 대낮에만 읽는다거나 확대경을 들이대고 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끝까지 읽은 이유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최초로 입을 열었다'는 소재의 특별한 가치 때문이었다. 굳이 이런 식의 편집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독자로서 이해가 쉽지 않다.

덧붙이는 글 | <개성공단 사람들>(김진향, 강승환, 이용구, 김세라 지음/ 내일을여는책 /2015.06 /1만5000원)



개성공단 사람들 -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

김진향 외 지음, 내일을여는책(2015)


태그:#개성공단, #북한문제, #북한 퍼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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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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