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우리가 이겼어" 지난 6월 23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기아전에서 기아 윤석민(중앙) 투수가 팀동료들과 함께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 기아 "우리가 이겼어" 지난 6월 23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기아전에서 기아 윤석민(중앙) 투수가 팀동료들과 함께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치 한국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명승부와 총력전의 연속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지난 일주일은 매 경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짜릿한 '극장 야구'로 야구팬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극의 해피엔딩은 모두 KIA만의 몫이었다.

본래 한 경기에 많은 투수를 기용하고 변칙적인 운영도 불사하는 '벌떼 야구', 끌려가다가도 후반에 어떻게든 승부를 뒤집어내는 역전승은 원래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한화는 올 시즌 48승 중 역전승만 28승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으며 구원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팀이기도 하다. 짜릿한 명승부가 이어지는 한화 야구에 '마리한화'라는 애칭까지 붙은 이유다.

그런데 후반기 KIA의 극장 야구는 전반기 한화의 모습과 판박이다. KIA는 전반기에 38승 44패를 기록하며 7위로 마쳤다. 당시 포스트시즌 티켓이 주어지는 5위 한화와의 승차는 5경기였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9승 3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거두며 순위싸움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명승부의 연속, 집중력이 만들어 낸 기적

KIA는 역전승이 25회로 한화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9승 중 7승이 역전승이었고 끝내기만 4번이었다. 특히 지난주 6연승을 달리는 동안만 5번이나 지고 있던 승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면 가히 'KIA 극장'이 따로 없다.

특히 6연승(2연속 스윕)을 거둔 상대가 바로 중위권 경쟁자였던 SK와 한화라는 데 의미가 크다. KIA는 시즌 초반 개막 6연승을 달리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대진운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따라줬다. 하지만 현재의 KIA는 전반기에 비교하여 별다른 전력 상승 요소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경기와 상대의 비중도 더 높았던 승부에서, 오직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과 선수들의 집중력만으로 만들어낸 승리라는 점에서 가치가 더 높다.

KIA는 SK와의 주중 3연전에서 상대 주력 투수인 윤길현과 정우람을 잇달아 무너뜨리며 3연속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7월 28, 29일에는 9회 말 김원섭의 홈런과 브렛 필의 적시타로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마지막 30일 경기에서는 백용환이 7회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타선의 뒷심이 승리를 이끌었다.

주말 한화전에서는 벌떼 야구의 원조인 김성근 감독과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마운드 총력전을 펼쳤다. 지난 7월 31일 시즌 8차전에서 타선의 호조로 12-4 쾌승을 거뒀지만, 1일과 2일에는 이틀 연속 치열한 불펜 싸움 끝에 1점 차 승부를 펼쳤다.

김성근 감독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박정진-권혁-윤규진 등 필승조를 가동하며 역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윤석민을 7회부터 가동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1일 경기에 나선 윤석민은 비록 1점을 내줬지만, 3이닝간 무려 50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며 세이브를 따냈다.

지난 2일 10차전 경기에서는 선취점을 뽑은 뒤 1-2로 역전을 허용했으나 4회 1사 3루서 나지완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6회 김주찬과 필의 연속 2루타로 3-2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양 팀 모두 추가점을 뽑지 못하고 팽팽한 불펜 싸움으로 돌입했다. 김기태 감독은 김광수와 에반에 이어 9회에는 에이스 양현종까지 구원 등판 시키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투수의 불펜 등판 역시 김성근 감독의 전매특허다. 그만큼 KIA가 얼마나 절박하게 이 경기에 올인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양현종이 김경언의 안타와 조인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기회를 허용하자, 이번엔 전날 3이닝을 소화한 마무리 윤석민이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랐다. 윤석민은 3루수 앞 내야 안타를 얻어맞아 1사 1, 3루를 만들어주면서 역전의 위기에 몰렸고, 김성근 감독은 다시 황선일을 대타로 기용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윤석민은 황선일에게 2루 내야 땅볼로 병살플레이를 유도해 냈다. 처음엔 1루에서 세이프가 선언되며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동점이 인정됐으나, KIA 측이 심판합의판정을 요구했다. 결과는 뒤집혀 더블플레이가 선언됐고, 경기는 KIA의 승리로 끝났다.

윤석민은 21세이브로 구원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로써 KIA는 한화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6승 4패로 앞서나가게 됐다. 승자인 KIA나 패자인 한화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명승부였고, 김기태-김성근 두 감독의 숨 막힐 듯한 지략싸움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KIA는 이제 SK와 공동 6위에 올라섰고, 5위 한화와의 게임 차는 반게임으로 좁혔다. 무엇보다 이제야 팬들이 원하던 타이거즈다운 야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KIA 팬들은 그동안 승패가 뻔한 승부 혹은 근성 없는 야구에 지쳐왔다. 하지만 지금의 KIA는 최상의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오로지 선수단의 분위기와 집중력만으로 값진 연승을 일궈냈다. KIA의 극장 야구가 프로야구 후반기 판도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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