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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시간 동안 그의 속내를 다 읽을 수 있을까?
 우리는 2시간 동안 그의 속내를 다 읽을 수 있을까?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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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 우리는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 위치한 땡스북스 2층에서 만났다. 작가 이우성과의 브런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 우는 남자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남들은 우리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만큼 우리는 남의 고통에 무감각하기도 하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이니 억울할 것도 없다. 주는 만큼 돌려받게 되는 것일 뿐. 하지만 작가 이우성은 달랐다. 받기도 전에 줬다. 그것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그의 진심을.

"요즘 휴가철인데 강원도 안 가시고 그것도 토요일 대낮에 여기까지 제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 분들은 이미 글을 쓰시고 있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쓰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그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온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다가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저는 사실 유명한 대학을 졸업한 것이 아니라서 기죽을 때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이끌어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어요."

어찌 보면 상투적일 수 있겠지만 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를 위해 울어주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혹은 "제가 뭐라고."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혹은 "제가 뭐라고."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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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참 쉽다

10년 동안 글을 쓴다는 건 말이야 쉽지 실천하기에 몹시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글은 나 혼자 쓸 수밖에 없다. 작가 이우성은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은 글을 쓰기 위해 혼자가 되었다. 그것도 일과가 모두 끝난 후에. 미국의 유명작가 스티븐 킹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는 그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작가로서 미래에 절망한 적이 있다면 바로 이 때였다. 3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면, 여전히 팔꿈치에 가죽을 덧대나 허름한 트위드 외투를 걸친 모습,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 카키색 '갭' 바지 위로 똥배가 출렁거리는 모습이었다. (중략) 내가 햄프던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그 2년 사이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은 아내였다. 나는 폰드 스트리트의 셋집 현관이나 허먼의 클래트 로드에 있던 임대용 트레일러의 세탁실에서 소설을 썼는데, 만약 아내가 그것을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면 나는 용기를 잃고 말았을 것이다."

본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이 휴식을 취할 때 또 다른 직장에 출근하는 꼴인 셈이니까. 그러니 스티븐 킹이 먹고 살기 위해 세탁소와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도 글을 써온 건 참으로 고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작가 이우성도 그랬을 것이다. 잡지 에디터로 불철주야 마감을 위해 뛰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는 휴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일이 딱 끝나면 토, 일, 월, 화 이렇게 4일 쉬게 되는데 그때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이제 내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어서 밖에도 잘 안 나가고 시를 썼죠."

황현진 소설가과 함께 가진 대담
 황현진 소설가과 함께 가진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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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왜 써야 하는가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꽤 오래 전부터 소설을 썼다. 매일 밤 원고지 20매를 채우려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았다. 어떤 날은 잘 써졌고 어떤 날은 그렇지 못했다. 쓴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조회수와 댓글을 보며 웃고 울다가도 이게 다 뭔 소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처음 한 3년간은 수 없이 물었다. "내가 글을 왜 써야 해? 작가도 아닌데?" 하지만 결국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 포기하고 그냥 쓰기로 했다.

작가 이우성은 한 독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0년 동안 썼음에도 불구하고 유명해지지 못했더라도 시를 계속 썼을 것 같아요."

그는 그런 운명이라고 했다. 자신이 작가가 될 운명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쓸 운명이라고. 사실 그도 자신보다 더 잘되는 동료를 부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글을 써서 유명해지는 게 목표가 아니었기에 그는 결국 지치지 않고 완주했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쉬는 대신에 선택한 이우성 작가와의 만남에서 나는 한 가지 느낀 게 있다. 가족도 친구도 아닌 완벽한 타인인 사람이 글을 쓰는 나를 위해 울어준다면 그건 이미 충분한 격려이자 위로가 아니겠냐고. 그러니까 계속 써도 된다고.

덧붙이는 글 | 최근 <로맨틱 한 시>를 내놓은 작가 이우성은 패션 잡지 에디터로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인의 사물들>, <여자는 모른다> 등의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이우성 지음, 문학과지성사(2012)


태그:#이우성, #다음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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