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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을 요구하며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 정문 앞에서 413일째(8월 2일 기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소노동자(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지부) 문제가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지역여성계 등은 '영남권 노동자대회' '여성 100인 선언' 등 갖가지 방법으로 청소노동자들을 지원했다. 하지만 대학측이 요구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고 청소업체가 바뀌면서 청소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고통이 가중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이 당 차원에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적극 뛰어들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손삼호 "새정치 입당조건,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

지난 2007년 5월 9일 당시 울산과학대학 이수동 총장, 용역업체 한영, 노조측이 맺은 합의서. 대학측이 타 업체와 계약시 고용승계를 보증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2007년 5월 9일 당시 울산과학대학 이수동 총장, 용역업체 한영, 노조측이 맺은 합의서. 대학측이 타 업체와 계약시 고용승계를 보증한다고 되어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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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 울산을 방문한 새정치연합 전국노동위 지도부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용득 최고위원은 "노동부의 의지가 부족하면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서라도 해결해 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측이 고용승계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업체를 교체해 실직한 상태"라고 호소하자, 즉시 울산노동지청장과 통화해 "고용승계 합의서를 이행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이 중앙당 차원에서 울산의 청소노동자 문제에 적극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0일 지역 노동자와 주민 등 500여 명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한 손삼호 현대중공업 일반직노조추진위원장의 강한 요청을 중앙당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울산 노동계 인사 등 500여명 새정치연합 입당)

손삼호 추진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사무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이에 맞서 현대중공업에 처음으로 일반직노조가 설립되도록 산파역할을 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에 입당하는 조건으로 사전 협상 과정에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중앙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진보정당에 밀려 노동계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에 이번 500여명 입당을 기점으로 노동자들을 포용하고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다.

손삼호 추진위원장은 "지난 33년간 울산에서 노동자로 살아오는 동안 노동자들이 억울함을 겪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며 "그 중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의 문제는 그 핵심이며, 이 문제 해결이 있어야 소외계층의 억울함이 해소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2006년 노조를 설립하자 울산과학대는 2007년 2월 23일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했다. 하지만 파업농성과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결국 고용승계가 이뤄졌다.

지난 2007년 5월 9일 당시 울산과학대학 이수동 총장, 용역업체 한영, 노조측이 맺은 합의서에는 '울산과학대학은 (주)한영과의 도급계약해지로 타 업체와 계약시 동부캠퍼스내에서 근무하는 울산연대노조조합원이 타 업체에 고용승계를 원할 때에는 동부캠퍼스로 고용승계를 담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합의서에는 노사 대표가 서명했고 울산과학대학 이수동 학장이 '상기 합의안에 대하여 그 이행을 보증함'이라며 서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6일부터 장기간 파업농성이 이어지자 대학측은 지난 5월 18일 기존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이 업체와 청소노동자들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새 업체는 농성자를 제외한 다른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했다.

손삼호 추진위원장은 "대학측이 학장 명의로 고용승계 이행을 보증한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중앙당에 적극 요청해 이 문제를 전국 청소노동자들의 고용문제로 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14년간 고용보험료 내고도 실업급여 못 타

새정치연합 울산시당 여성위원회가 지난 7월 31일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 앞에 있는 농성장을 찾아 청소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새정치연합 울산시당 여성위원회가 지난 7월 31일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 앞에 있는 농성장을 찾아 청소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 새정치연합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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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8명의 청소노동자 중 지난 14년 동안 고용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하고도 실업급여 수급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청소노동자 중 맏언니격인 현란희(68세)씨는 이번 해고 후 실업급여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현란희씨는 업체가 바뀌면서 66세이던 지난 2013년 재계약을 했지만 실업급여는 65세 이하 가입자만 지급한다는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 그동안 청소용역업체가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발생한 후유증이다.

중앙당과 함께 청소노동자 지원에 나선 새정치연합 울산시당 여성위원회는 "현행 고용보험의 맹점을 이용한 인력업체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일을 못할 때, 누구나 받아야 하는 정부의 고용의무사항도 우리 청소노동자를 지켜주지 못했다. 정부가 야속하다"고 지적했다.

김순자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지부장은 "이번 문제는 정규직이라면 절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며 "결국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십수 년간 보험료를 어렵게 내고도 막상 해고됐을 때 제외되는 불합리한 제도에 희생된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울산시당 이미영 여성위원장(울산 남구의원)은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을 같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중앙당 전국노동위가 국감에 끌고 가서라도 문제해결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울산시당 여성위원회도 철저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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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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