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에도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2연패에 빠진 한화는 다시 5위 수성의 고비에 놓이게 됐다.

한화는 지난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와 홈경기에서 8-9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양팀은 이날 모두 3번의 역전을 주고 받는 치열한 난타전을 펼쳤지만, 결국 뒷심에서 앞선 KIA가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한화의 고단한 현 주소가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벌떼 야구를 앞세워 전반기 프로야구 돌풍의 중심에 섰지만, 후반기 들어 연이은 악재 속에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는 현재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날 경기에서는 리드오프 이용규가 KIA 박정수의 사구에 맞아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최소 4주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한화는 올 시즌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한 이태양과 쉐인 유먼을 비롯해 윤규진, 강경학, 김경언, 조인성, 이종환, 제이크 폭스 등 많은 선수가 부상에 시달렸다.

장기레이스에서 부상자는 필연적으로 나오기 마련이지만, 한화는 유독 한 달 이상 전력에서 이탈했거나, 지금까지도 복귀 시기가 미정일 만큼 큰 부상에 시달린 선수들이 많았다. 지금도 잔부상을 달고 뛰는 선수들이 상당수다. 오히려 시즌 개막 이후 빠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들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지난 1일 KIA전에서는 이용규 대신 리드오프로 출전한 강경학이 5타수 3안타 1득점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며 이용규의 공백을 메웠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마운드에서 터졌다.

위기 봉착한 한화

한화는 선발진이 붕괴된 상태다. 쉐인 유먼이 부상으로 방출된 가운데 안영명이 갓 복귀했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빨라도 다음주에나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긴 이날은 선발과 구원을 겸하는 스윙맨 송창식이 모처럼 대체 선발로 나섰고, 송은범은 28일 선발 등판 이후 사흘 휴식만에 중간 계투로 등판했다. 확실한 이닝이터가 부족한 한화로서는 선수들의 보직 파괴를 통한 변칙적인 총력전이었다.

그러나 선발 송창식이 2.1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사구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김성근 감독의 계산은 초반부터 어긋났다. 특히 3회에만 KIA에 6점을 대량으로 허용하며 흐름을 내줬다.

이중 3점은 송은범의 책임도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1사 만루에서 송은범을 구원등판하는 강수를 택했으나 결과적으로 송창식이 남은 승계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김 감독의 투수 교체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송은범은 타선의 힘으로 7-6으로 재역전한 5회에도 이홍구에게 재역전 투런 홈런을 맞는 등 1.2이닝 4피안타 1홈런 2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7-8로 역전당한 상황에서 박정진-윤규진-권혁 등 주력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며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박정진이 신종길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1점을 더 내준 게 결승점이 되고 말았다. 이후로는 불펜진이 추가점을 내주지 않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번엔 한화 타선이 침묵했다.

KIA도 마무리 윤석민을 7회부터 투입하는 초강수를 선택하며 한화의 재역전 의지에 힘으로 맞대응했다. 한화는 9회에야 김태균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만회했고 다시 김경언의 고의 4구로 2사 만루의 마지막 찬스를 잡았지만, 마지막 타자 이성열이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돼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필승조 3인방을 소모하고도 승부를 뒤집지 못한 게 한화로서는 더 뼈아프다. 권혁은 그나마 11개의 투구수에 그쳤지만 박정진(32개)과 윤규진(31개)이 이날 모두 30개 이상의 공을 던지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서 한화는 일요일 경기운영에도 부담을 안게 됐다. 김성근 감독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혹사 논란에도 주력 필승조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유지해왔으나 7월 들어 불펜진의 구위와 체력 저하까지 겹치며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KIA의 무서운 상승세도 한화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KIA는 최근 5연승의 무서운 상승세를 달리며 SK를 제치고 어느덧 6위로 올라섰다. 5위 한화와의 승차도 어느덧 1.5게임에 불과하다. 애당초 한화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SK가 후반기 들어 주춤하면서 KIA가 새로운 추격자로 등장했다.

KIA가 5연승을 거둔 대승이 바로 SK와 한화였던 탓에 중위권의 순위 판도에도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한화에 이어 리그 역전승 2위(25승)를 달리고 있는 KIA는 이번 주에만 무려 4번의 역전승으로 추가하며 무서운 뒷심으로 한화를 위협하고 있다. KIA가 일요일 경기마저 잡게 된다면 주중 SK전에 이어 2연속 스윕이 된다. 한화 입장에서는 여기서 KIA의 상승세를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가 올 시즌 3연패 이상을 당한 것은 지난 6월 17일~21일(SK-NC)까지 5연패를 한 차례 기록했다.시즌 첫 스윕패도 당시 NC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 유일하다. 5위 수성의 기로에 놓인 한화가 시즌 두 번째 3연패와 스윕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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