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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후에 떠오른 아침의 햇살이 삼척의 바다 곳곳을 비추고 있다
▲ 구름 사이 햇살이 가득한 삼척의 하늘 비온 후에 떠오른 아침의 햇살이 삼척의 바다 곳곳을 비추고 있다
ⓒ 연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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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식이 유독 없던 올해 여름, 드디어 기다리던 장맛비건만 하필 우리 가족 여름 휴가와 같이 올 게 뭐란 말인가. 회사에서 당첨된 리조트 덕에 삼척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첨된 날짜와 장마 기간이 겹쳐 휴가 기간 내내 리조트 안에만 있는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첨된 리조트와 미리 결제 받은 휴가 날짜를 옮길 수는 없어 일단 가보자는 심정으로 우리는 삼척으로 향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이제 갓 돌이 된 이서에 더해서 어머니와 여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가 함께 떠났다. 삼척까지 가는 데에 장정 네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가족끼리 떠나는 장거리 여행인지라 들뜨는 기분이었다.

삼척에서 아는 사람만 안다는 막국수와 한우

삼척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막국수집이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메밀면과 자극적이지 않은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삼척의 유명한 집이다. 군복무 시절 가끔 이곳에 와 먹던 막국수가 그리워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맛과 모습 모두 5년 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여행지에서는 잘먹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 삼척의 막국수와 한우 여행지에서는 잘먹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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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를 시원하게 먹고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비가 오기 전에 얼른 리조트의 수영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옷을 잽싸게 갈아입고 물에 들어갔다. 아! 그런데 이게 웬걸! 물이 완전 냉탕이었다! 햇볕에 물이 데워졌어야 했는데 흐린 날씨 때문에 오후 3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귀가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가웠다.

이서에게도 생애 최초 물놀이를 시켜주겠다는 꿈도 함께 무너졌다. 아이는 물이 너무 차갑고 무서운지 물에 내려놓자마자 안아달라고 울고불고 난리였다. 결국 수영은 포기하고 저녁을 조금 일찍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한우다. 사전에 블로그에서 검색해 찾은 유명 식당이라 하여 찾아갔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서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맛이 매우 일품이라 가족들 모두 좋아했다. 서비스로 나온 육회도 부폐에서 먹던 냉동 육회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산지에서 먹는 음식이 왜 맛있는지 삼척에 와서 다시 깨닫는다.

자연이 만든 걸작품 '대금굴'

둘째 날은 아침 일찍부터 '대금굴'을 찾아갔다. 태백 가는 방향에 산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대금굴'은 함께 위치에 있는 '환선굴'과 달리 하루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 제한이 있어 사전 예약이 아니면 입장하기 어렵다. 정거장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면 '대금굴' 입구 앞에 도착한다.

탐방은 50분 코스이고 개인마다 안내 오디오가 지급되어 구간마다 가이드의 설명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사진 촬영은 금지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대금굴'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동굴이기 때문에 사람의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이 동굴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대금굴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동굴이다,
▲ 대금굴 출입구 앞에서의 가족사진 대금굴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동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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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은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전시장에 온 기분이 들게 했다. 시원한 물소리와 석주, 종유석, 석순 등이 만들어낸 다양한 연출 등은 오랜 시간 자연이라는 장인이 만든 솜씨이기에 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대금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천지연'이라 이름 붙인 동굴 호수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동굴 내부에 흐르는 물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호수는 마치 영화 <생텀>의 한 장면 같았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한국에도 이런 장엄한 광경의 자연 환경이 많겠구나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의 나폴리 '장호항'

동굴 체험을 마치고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금굴'에서 차로 50분 정도를 가면 나오는 '장호항'은 삼척에서 울진으로 가는 길목에 나온다. '장호항'에 다다르자 도로에서 보이는 청록색 바다와 마을이 빚어내는 풍경은 한국의 '나폴리'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장호항'은 또 관광객이 많아 스노클링, 투명카누 등 레포츠 산업이 발달한 편이다. 사진만 보면 계곡물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맑고 투명한 물위에서 스노클링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동생과 함께 투명카누를 즐겼다. 2인용 카누 30분에 2만 원이라 가격은 비쌌지만 '장호항'에서 한번 정도 해볼 만한 체험이었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 장호항에서 투명카누를 즐기는 사람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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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떠나는 소풍 '해양레일바이크'

다음날은 삼척의 명물 '해양 레일 바이크'를 타러 갔다. 용화정거장에서 궁촌정거장까지 가는 코스와 반대로 궁촌에서 용화까지 가는 코스가 있다. 바로 오른 편에 바다를 끼고 바이크를 타고 싶다면 용화발 궁촌착이 더 낫다.

약 1시간 코스인데 해안선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매우 청쾌하다. 가는 길목에는 소나무 숲길과 테마가 있는 인공동굴, 마을 등 바다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삼척의 바다와 산, 그리고 그 사람 냄새의 장면들을 눈에 하나하나 담고 싶다면 여유로이 레일 바이크 산책을 권하고 싶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삼척의 자랑 중 하나이다.
▲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삼척의 자랑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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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여행을 마치고 이 글을 쓰면서 행복한 2박3일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늘 바쁘고 정신 없는 서울생활, 삼척에서의 슬로우 체험은 자연과 사람 속에서 나를 다시 찾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휴가 복귀 하루 만에 충천한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휴식은 나를 참 새롭게 한다. 삼척이 벌써 그립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연응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척여행, #삼척, #대금굴, #레일바이크,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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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사회에 평범한 신입아빠, 직장인인 연응찬이라고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가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고 공감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평범한 눈과 자세로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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