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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점포에 휴가를 알리는 문구
▲ 울산 동구는 휴가중 어느 점포에 휴가를 알리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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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
▲ 울산과학대 노숙농성 412일 언제 끝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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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북구는 대기업 휴가철이 되면 대부분 휴가로 가게 문을 닫는 곳이 많습니다.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짧게는 일주일이고 길게는 10여 일이나 휴업합니다. 지금 울산 동구는 그렇게 대기업 휴가철입니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오늘(1일) 오후 울산 동구 지역에 있는 울산과학대를 가보았습니다. 그곳에 손자, 손녀를 볼 나이가 된 이들이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번 300일 때 가본 후 생업에 신경쓰느라 못 가보아 그동안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동안 일이 많았는데 변 기자님은 왜 한번도 안 왔어요?"

청소노동자 분들이 울산과학대 교문 한쪽 모서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300일 때만 해도 과학대 본관 뒤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었는데, 100여 일이 지난 후 가보니 밖에서 그야말로 노숙 농성 중이네요.

"말도 마소. 지난 4월 20일 말도 안 되는 협상안으로 합의하자 해서 거부했더니 그 다음 날 아침 6시 30분경에 잠들어 있는 우리를 밖으로 집어 던지고 농성장을 다 때려 부쉈어요. 그리고 이렇게 밖으로 쫓겨 났지요."

그날 비가 많이 내렸다고 했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활임금'이 쟁취될 때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대학쪽은 청소 노조원들을 모두 밖으로 몰아낸 후 노조원이 소속되어 있던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 업체를 선정해 버렸다고 했습니다.

법원에서 보낸 고시와 대학쪽에서 보낸 공문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 고시와 공고 법원에서 보낸 고시와 대학쪽에서 보낸 공문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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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자들은 "대학쪽이 우릴 너무 무시한다"며 많이 억울해 했습니다.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국 어디에서나 이런 처지에 놓인 것 같습니다.

"대학내를 깨끗하게 청소 해줄 테니 생활임금을 다오"라는 게 너무 큰 무리일까요. 처음엔 시급 7910원에 상여금 100%였다가 시급을 6000원으로 내렸습니다. 대학쪽은 4월 20일 마지막 협상안이라며 시급 6643원만 제시했다고 합니다. 김순자 지부장은 그날 이야기를 이렇게 했습니다.

"대학쪽 태도가 뭉뚱그려 6600원으로 퉁치자고 해서 우리는 상여금을 100%줘야, 그래야 생활임금에 조금 도달한다고 했어요. 우린 양보할 만큼 했어요. 그런데 대학쪽은 우리가 청소나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라 그런지 그것까지 못 주겠다 해서 그날 협상이 그렇게 결렬 되었지요."

그 후 대학쪽은 법과 경찰의 힘을 빌려 무력으로 청소하는 할매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출입 불가를 알리는 고시문을 대문짝 만하게 붙여 놓았고, 집회 장소로 쓰이던 정문 옆 분수 공터는 화단으로 가꾼다는 명목을 내세워 철판으로 막아 버렸습니다. 필자가 갔을 때 '청소 못한 날 411일'이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본래는 412일인데 미처 고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화단 만든다고 철로 공간을 막아 버렸습니다.
▲ 공터였던 분수광장 화단 만든다고 철로 공간을 막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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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화장실도 젊은 경비들이 서서 청소 노동자만 못 들어가게 막고 있다고 합니다. 그 위 작은 주차장엔 동부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청소 노동자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쪽은 업체를 바꾸어 버렸고, 대학과 협약을 맺은 소속 업체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대학쪽과도 하청업체와도 협상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노동 현실이 지금 휴가 기간 울산 동구에 있는 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 현실은 언제나 되어야 나아질까요?


태그:#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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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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