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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동재개발지구의 본격적인 이주와 2015년 11월에 착공할 예정으로 진행되는 재개발사업이 지역주민들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5년 재개발지구로 선정된 이후 십년의 세월, 지금까지 그곳을 지켜온 지역주민들은 현재의 개발방식대로 한다면 자신들의 재산이 반토막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2-1지구 거여동재개발지구의 본격적인 이주와 2015년 11월에 착공할 예정으로 진행되는 재개발사업이 지역주민들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5년 재개발지구로 선정된 이후 십년의 세월, 지금까지 그곳을 지켜온 지역주민들은 현재의 개발방식대로 한다면 자신들의 재산이 반토막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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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여름, 지역주민이 골목길로 나와 앉아았다. 비가 오면 비가 새고, 폭염이면 찜질방을 방불케하는 곳에서 이들은 열악한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언제 떠날지 모를 그곳, 이제 곧 떠날지 모르는 곳이지만 화분마다 정성껏 가꾼 채소며 꽃들이 한철을 맞아 제법 푸르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폭염과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여름, 지역주민이 골목길로 나와 앉아았다. 비가 오면 비가 새고, 폭염이면 찜질방을 방불케하는 곳에서 이들은 열악한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언제 떠날지 모를 그곳, 이제 곧 떠날지 모르는 곳이지만 화분마다 정성껏 가꾼 채소며 꽃들이 한철을 맞아 제법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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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골목길 폐가의 지붕에 피어난 노란 금계국이 계절을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이번 여름이 마지막 여름일지도 모른다. 재개발을 통해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는 토건세력과 그 사이를 중재하며 나름의 이익을 남기고자하는 조합과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재산을 지키지 못할 위기에 처한 지역주민들의 갈등의 골을 어떻게 매워갈지가 관건일 것이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사람이 떠난 골목길 폐가의 지붕에 피어난 노란 금계국이 계절을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이번 여름이 마지막 여름일지도 모른다. 재개발을 통해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는 토건세력과 그 사이를 중재하며 나름의 이익을 남기고자하는 조합과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재산을 지키지 못할 위기에 처한 지역주민들의 갈등의 골을 어떻게 매워갈지가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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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지구의 좁은 골목길은 햇살이나 바람마져도 공평하지 않다. 합판으로 덧붙인 벽과 이미 칠한지 오래된 듯한 페인트, 그리고 오랫동안 입어 낡아보이는 꽃무늬 옷이 뜨거운 햇살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다. 꽃문양의 낡은 옷, 그들의 피우고자 했던 인생의 꽃은 그렇게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려야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재개발지구의 좁은 골목길은 햇살이나 바람마져도 공평하지 않다. 합판으로 덧붙인 벽과 이미 칠한지 오래된 듯한 페인트, 그리고 오랫동안 입어 낡아보이는 꽃무늬 옷이 뜨거운 햇살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다. 꽃문양의 낡은 옷, 그들의 피우고자 했던 인생의 꽃은 그렇게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려야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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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어있는 집, 화재는 그야말로 대형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 복병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화재가 발생해 몇몇 집들은 소실되었지만, 그냥 방치되어 있다. 쇠락해가는 집들과 함께 아직도 사람이 살아가는 집들의 쇠락도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다. '나라도 하나 민족도 하나 서로가 단결해서 투쟁'이라는 글귀가 마음아픈 절규처럼 들려온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 화재는 그야말로 대형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 복병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화재가 발생해 몇몇 집들은 소실되었지만, 그냥 방치되어 있다. 쇠락해가는 집들과 함께 아직도 사람이 살아가는 집들의 쇠락도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다. '나라도 하나 민족도 하나 서로가 단결해서 투쟁'이라는 글귀가 마음아픈 절규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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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뒤 폐가가 되면 집도 급속히 무너져 버린다. 앙상한 골조에 위태위태 걸려있는 기와들과 임시방편으로 비가 새는 지붕을 막았던 재료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건물의 뼈, 인간이 죽어 썩어가는 과정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사람이 떠난 뒤 폐가가 되면 집도 급속히 무너져 버린다. 앙상한 골조에 위태위태 걸려있는 기와들과 임시방편으로 비가 새는 지붕을 막았던 재료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건물의 뼈, 인간이 죽어 썩어가는 과정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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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기대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삶이 퍽퍽할수록 뭔가 기대야 할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재개발지구마다 유난히도 많은 당집과 사찰과 교회 등 종교시설은 과연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는 했던 것일까?
▲ 거여동재개발지구 더욱더 기대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삶이 퍽퍽할수록 뭔가 기대야 할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재개발지구마다 유난히도 많은 당집과 사찰과 교회 등 종교시설은 과연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는 했던 것일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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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초토화되어가고 있음에도 교회의 십자가 첨탑의 위용은 높기만 하다. 과연, 가난한 자들과 연약한 자들, 소외된 자들과 이 땅 무지렁뱅이들을 친구로 삼아 찌냈던 예수가 이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 하실까? 교회뿐 아니라, 수많은 종교시설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재개발의 열풍 속에서 한 몫을 잡으려는 복부인들의 단면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초토화되어가고 있음에도 교회의 십자가 첨탑의 위용은 높기만 하다. 과연, 가난한 자들과 연약한 자들, 소외된 자들과 이 땅 무지렁뱅이들을 친구로 삼아 찌냈던 예수가 이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 하실까? 교회뿐 아니라, 수많은 종교시설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재개발의 열풍 속에서 한 몫을 잡으려는 복부인들의 단면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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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지구의 철물점, 그곳에 주로 어떤 것들이 필요했는지를 암시하고 있다. 철물점 안에 걸린 가마솥과 닭장속의 붉은 닭,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여름, 말복엔 그 둘이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임을 직감한 것일까? 철물점 아랫길 어간에서 그고ㅓㅅ을 지날 때면 늘 짓어대던 견공들이 잠잠하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재개발지구의 철물점, 그곳에 주로 어떤 것들이 필요했는지를 암시하고 있다. 철물점 안에 걸린 가마솥과 닭장속의 붉은 닭,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여름, 말복엔 그 둘이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임을 직감한 것일까? 철물점 아랫길 어간에서 그고ㅓㅅ을 지날 때면 늘 짓어대던 견공들이 잠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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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일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이 철거된다면 저 연탄은 뜨겁게 타오를 시간도 갖지 못할 것이다. 처음 이곳에 철거민들이 몰려올 때만 해도 다들 그만그만 한 살림살이였으므로 그만그만 의지하며 살았다. 그러나 십년전인 2005년, 재개발의 광풍이 이곳을 한번 휩쓸고 지나간 후 이곳은 초토화되었다. 이제는 그냥 살 수도 없고, 개발이 되어도 그곳에 살 수 없다. 또 어디로 쫓겨가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쫓겨가며 또 어디서 여름을 맞이할 것인가?
▲ 거여동재개발지구 마음 아픈 일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이 철거된다면 저 연탄은 뜨겁게 타오를 시간도 갖지 못할 것이다. 처음 이곳에 철거민들이 몰려올 때만 해도 다들 그만그만 한 살림살이였으므로 그만그만 의지하며 살았다. 그러나 십년전인 2005년, 재개발의 광풍이 이곳을 한번 휩쓸고 지나간 후 이곳은 초토화되었다. 이제는 그냥 살 수도 없고, 개발이 되어도 그곳에 살 수 없다. 또 어디로 쫓겨가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쫓겨가며 또 어디서 여름을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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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의 마지막 날, 이제 이번 여름이 이곳을 기록하는 마지막 여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딸아이를 데리고 거여동재개발지구를 걸었다. 가타부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사는 형편을 남이 기웃거리는 것이 싫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이렇게 슬럼화가 지속되는데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도 없고, 재개발을 하면 이곳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 사이에 서로가 좋은 대안은 없는 것일까?

답답하다.

하루하루가 마지막이긴 하지만, 오래전 이곳의 여름, 그리고 또 여름에 그곳을 거닐 때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곳을 감도는 긴장감이나 쇠락해가는 현실이나 그 모든 것들이 이젠 정말 올해 여름이 마지막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재개발지구로 선정된 지 십년의 세월, 동네의 쇠락과 함께 살던 이들의 삶도 쇠락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덧붙이는 글 | 7월 31일, 거여동재개발지구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태그:#거여동재개발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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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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