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는 친구와 갈등이 있을 때 잘 해결한다(배려·소통)', '나는 내가 한 일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한다(책임)' , '나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게 행동한다(정직·용기)'.

교육부가 내놓은 인성 자가 진단법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령과 함께 7월 21일부터 시행된다. 인성을 법제화해서 학교에서 가르치겠다는 것.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진흥'하기 위해서 마련한 법이라는 주장이 먹힌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대구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 자살 사건, 지난 1월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세월호 이선장의 비인간적 행동 등으로 인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고 국회인성교육포럼, 한국교총 등은 인성교육 강화 해법으로 법제화를 들고 나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100여 명의 국회의원이 인성교육진흥법(일명 이준석 방지법)발의에 동참했다. 정부가 인성을 입시 및 평가와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섣불리 밝히자 사교육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교육부 인증을 위해 '인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민간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인성교육 실천 인증 급수제' 등도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가장 큰 의문은 '인성을 가르쳐서 될 일인가?'하는 것이다. 인성에 해당하는 영어는 'personality'다.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그의 실제 성격과는 다른, 한 개인의 모습'을 의미한다. 5세 전후 가정교육이 인성형성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개인의 인성은 다 각별하여 동일시될 수 없다. 틀에 맞춰 찍어내는 붕어빵이 아니기에 법으로 제정되고 기획할 것이 아닌 것이다. 프로이드와 쌍벽을 이루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형제간 이론'은 이를 방증한다. 형제간의 경쟁으로 한부모 밑의 형제라도 다른 인성과 성격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월 교육부가 내놓은 '인성평가 자가진단법'을 보면 '붕어빵 인성'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다. 인성을 척도로 계량화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발상이 유치하다. 이런 처방으로 매년 학교를 떠나는 6~7만 명의 학생을 학교로 돌아 올 수 있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세계 청소년 자살 1위의 오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학교폭력과 자살 그리고 청소년 문제를 인성 탓으로 돌리기에는 우리 교육과 사회구조적 부조리와 모순이 벅차게 똬리를 틀고 있다. 세월호 문제만 보더라도 30년 가량된 중고 선박을 운항 가능하도록 한 행정입법과 과다선적 방치,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더 큰 원인 제공자가 아닌가? 결국 부패와 부정직의 총체적 암덩어리가 곪아터진 탓이 아닌가?

아이들의 인성이 망가지고 있다고 여긴다면 손대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입시제도 개편에 기반한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각종 사회 비리와 부정직, 경제사정의 악화로 인한 가족의 해체 등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좋은 인성 형성을 가로막는 큰 원인자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그랜트 사회적응연구'에서 어릴 적 가정에서의 부모와 가정 분위기가 일생의 행복과 불행 그리고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서열 입시제도를 개혁해서 협동과 배려심을 갖도록 해야 하며 '뇌물을 먹으면 평생을 감옥에 가야 하니 정직해야 겠구나?'하는 경각심을 갖게하고 대통령부터 정치인, 말단공무원까지 한 번 약속한 것은 지키는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이들 인성교육에 더 큰 도움이 될 터이다.

인성교육의 기본인 가정이 튼튼하여 가족해체가 없도록 국가지원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신하에게 모범을 보여야 신하가 신하노릇을 잘하고, 애비가 자식에게 모범을 보여야 자식은 자식노릇을 잘한다는 이야기다)하고 '비례물신,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非禮勿視,非禮勿聽,非禮勿言,非禮勿動: 예절에 어긋나고 도리에 어긋난다면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를 생활화하는 사회가 돼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 당국과 입법부는 '인성교육법제화'의 간판 아래 숨어 자족할 것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혁하여 '정직하고 바르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그런 사회를 구상해야 한다. 정직하게 노력만 하면 지위향상이 가능한 그런 성실한 사람이 우대받는 건전한 사회가 돼야 한다.

부정직하고 부패한 정치권력자, 사회지도층의 부정과 부패 만연은 열패감과 이기심만 촉발할 것이다. 가족해체로 인해 우울한 가정에서 어찌 인성을 운운할 수 있으랴! 성적경쟁을 하면서 어찌 배려심이 생기겠는가? 군면제를 당연시하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가도를 달리는 부정직한자들이 호위호식한다면 정직한 인성을 가진 아이들이 자괴감이 들지 않겠는가? 미래사회에는 하이터치1)와 하이컨셉2)역할이 강조된다고 한다. 인성에 기반한 이것들을 가르쳐서 될 일인가?

덧붙이는 글 | 주1)'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핑크),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타인의 즐거움을 잘 유도하며 목적,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는 재능

주2)'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핑크), 패턴과 기회를 잘 감지해내며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며고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내고 언뜻 관계 없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능력



태그:#인성교육진흥법, #인성교육법제화, #다시 정직을 논하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앙일간지 기고가이며 교육비평가입니다. 교육과 사회부문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