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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병원서 멀어지는 인하대 의대

인하대학교가 의과대학(이하 의대) 이전 문제로 시끄럽다. 의대 교수회는 의대 이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뒤,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의대 교사(학교 건물) 신축을 촉구했다.

인하대 의대 이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하대를 소유한 한진그룹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을 운영했다는 비판도 다시 부각했다.

정석인하학원은 1984년 의대 설립인가를 받아 이듬해 개교한 뒤, 1996년 인천 중구 신흥동에 인하대 병원을 개원했다. 1999년 7월엔 의대를 인천 남구 용현동 캠퍼스에서 인하대 병원 옆 정석빌딩(정석기업 소유)으로 이전했다.

인하대는 의대를 정석빌딩으로 이전한 1997년 7월부터 현재까지 정석기업에 해마다 임차료와 관리비를 지급하고 있다. 연간 임차료와 관리비는 약 10억~15억 원으로, 16년간 지급한 액수는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하대가 이렇게 정석기업에 돈을 지급한 것은 정석인하학원이 의대를 인하대 병원 근처 정석빌딩으로 이전하면서 학교건물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석인하학원은 정석빌딩 일부를 의학전문대학원 건물로 임대하고, 매해 임대료와 관리비를 챙겼다. 이 임대료와 관리비는 사실상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온 것이다.

2012년 10월 교육부 감사로 정석인하학원이 건물을 임차해 학교로 사용하는 것이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정석인하학원 소유의 의학전문대학원 교사(학교 건물)를 확보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 기간은 올해 8월 말까지다.

정석인하학원은 용현동 캠퍼스(3호관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는 방안, 인하대 병원과 인접한 건물(약 9900㎡)을 매입하는 방안, 인하대병원 옆 대한항공 운항훈련원을 매입하는 방안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올해 초 취임한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인하대 병원 옆 옹진군 소유 건물을 매입해 의대 건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건물 매입과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정석인하학원이 거부하면서 수포가 되었다.

옹진군 소유 건물 활용계획이 물거품이 되자 2학기부터 새 건물에서 수업해야 하는 의대는 다급해졌다. 용현동 캠퍼스 3호관 부지에 짓고 있는 개교 60주년 기념관은 내년 2월 완공 예정이지만, 인하대는 이 건물 일부의 임시 사용을 승인받아 지하 1층과 지상 2~4층을 의대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대학병원서 멀어지면 교수·학생 불편 뻔해"

인하대 의대는 정석인하학원이 의대 건물을 별도로 짓지 않아, 결국 15년 만에 다시 용현동으로 복귀하게 됐다. 정석인하학원이 의대를 60주년 기념관으로 이전하기로 하자, 의대 교수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대가 이전하면 정석빌딩에 있는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의 강의실과 실습실은 물론 모든 기초학교실과 교수연구실, 행정실도 모두 이전한다.

의대교수회는 "30년 역사를 지난 인하대 의대가 제대로 된 건물 하나 없이 15년 넘게 정석빌딩 일부를 사용했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로부터 3년 기한의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 별다른 대책 없이 재단 눈치 보기로 허송세월한 대학 당국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회는 또, "옹진군 건물 등 이전 가능한 부지가 있었음에도 모두 없던 이야기가 됐다. 그런데 이 옹진군 부동산을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과연 정석인하학원이 육영(인재를 교육해 길러냄)에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고 한 뒤 "15년 넘게 의대가 정석기업에 낸 임차료만으로도 의대 건물을 짓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의대 교수회는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이 대학병원에서 멀어지면 교수와 학생들의 불편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연구적 측면에서 비효율성과 손실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짐작 가능한 일이다. 또, 교육의 질 저하와 함께 인하대 의대의 추락은 가속화될 것이며, 그나마 근근이 이어오던 기초의학과 임상연구를 이어주는 다리도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의대 교수회는 "학교 당국과 학교법인 이사회는 대학병원 울타리에 의대 교사 신축계획을 포함한 의대 발전 종합계획을 제시하고, 그동안 정석기업에 내던 임차료를 의대 발전기금으로 운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재단이 정상적인 투자 제때 하지 않아 발생한 일"

용현동 캠퍼스 내 교수와 학생들은 60주년 기념관이 내년 2월 완공되면 공간 부족으로 허덕이던 형편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또한 대학평가에서 연구실적(교수 1인당 논문 인용 횟수, 학계 평가)과 졸업생 평판도(취업률, 졸업생 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교육여건(교지와 교사 확보율, 기숙사 비율 등)에서는 낮은 평가를 기록한 만큼, 이 부분을 해소할 것이라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기대치가 컸다.

하지만 등록금으로 지은 60주년 기념관에 의대가 들어서게 되자, 용현동 캠퍼스의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도 상당할 전망이다.

인하대와 한진그룹 계열사 간 부정당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정보공개 행정심판을 청구한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이광호 사무처장은 "2012년 10월 교육부 감사로 정석인하학원의 사립학교법 위반이 드러났다. 정석인하학원이 잘못해서 발생한 일인 만큼, 재단인 한진그룹은 의대 임차료라도 받지 않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데 꼬박꼬박 챙겨갔다. 그것도 모자라 60주년 기념관도 등록금으로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등록금으로 정석기업에 임차료 지급, 사립학교법 위반에 따른 대학원 입학정원 축소, 의대 건물 매입 물거품, 다시 등록금으로 60주년 기념관 건립, 교육인프라 실종에 따른 대학평가 하락 등, 인하대의 모든 문제는 한진그룹이 인하대에 정상적인 투자를 제때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현재 의대가 사용하고 있는 정석빌딩을 정석인하학원 소유로 전환하면 의대 이전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60주년 기념관은 용현동 캠퍼스에 부족한 교육공간을 확충하는 데 쓰이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인하대 의대, #정석인하학원, #인하대병원, #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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