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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다. 긴 봄 가뭄으로 지쳐 있던 홍천 농부들 이제 더위와 맞서고 있다. 그냥 맞서는 정도가 아니다. 즐긴다. 농사꾼 출신의 화촌농협 조합장도 나섰고, 평소 사무실에서 업무만 보던 전무이사와 과장도 어깨에 수건 하나씩 두르고 나섰다. 찜통 더위 그까짓 것 아무 것도 아니란다. 그들은 커다란 가마솥에 옥수수 가득 담아 삶아냈다.

홍천찰옥수수 '미백'을 삶아내고 있는 화촌농협 김희철 전무이사 부인
 홍천찰옥수수 '미백'을 삶아내고 있는 화촌농협 김희철 전무이사 부인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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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열리는 홍천찰옥수수축제

31일 홍천강변 토리숲에서 제19회 홍천찰옥수수축제가 시작되었다. 벌써 19회째다. 첫해는 인구 3천여 명이 사는 두촌면에서 시작된 찰옥수수축제였다. 찰옥수수 판매를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수지가 맞지 않는 농산물로 축제를 열어본 들 본전을 건지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찰옥수수는 홍천의 대표 특산물이다.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제3회부터 군에서 축제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홍천군은 찰옥수수 종자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미백'이다. 색깔도 뽀얀해서 맛깔스럽다. 알갱이가 쫀득하고, 육즙이 풍부하여 단맛이 좋다. 먹어본 사람은 환장한다.

실제로 기자도 천여 평의 밭에 몇 해 동안 옥수수 농사를 지어 인터넷 판매를 했었다. 멀게는 제주도에서 주문이 왔고, 부산이나 목포에서도 주문이 왔다. 서울 사람들은 먹어보고 또 보내달라고 전화로 애걸했다.

그러나 옥수수는 수확 시기가 짧기 때문에 일 년 후를 기약해야 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는 옥수수를 보내줄 수 없었다. 한톨에 5백 원 받아서는 품삯을 건지기도 버거웠다. 그래서 기자는 천여 평의 밭에 곤드레나물과 콩을 심어 재배하고 있다.

축제장을 한번 돌아보고 다시 입구으로 돌아왔다. 기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화촌농협에서 운영하는 직판장이었다.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원씩 받던 것을 할인하여 450원을 받고 있었다.

홍천찰옥수수 축제장 입구 직판장 전경
 홍천찰옥수수 축제장 입구 직판장 전경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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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판매해서 돈이 남아?"
"무슨 돈이 남아, 농가에서 산 가격 그대로 판매하는 거야."

화촌농협 김희철 전무는 기자가 귀농한 해부터 친구로 지내는 사이다. 벌써 15년 지기가 되었다.

"미쳤어."
"홍천 특산물을 홍보하는 게 목적이니까. 여기서 파는 것보다 인터넷 판매가 더 활성화 되거든."
"그럼 열심히 해야지. 수고해."

옆 부스인 동면 직판장에서 노승락 홍천군수가 옥수수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다가갔다.

"아침 식사 안 하셨나봅니다."
"하고 나왔는데, 맛있어서 또 먹습니다. 이 선생도 하나 드셔보세요."
"아닙니다. 사진 한 컷 찍겠습니다."

노승락 홍천군수. 먹던 찰옥수수를 먹어보고 사라고 권하고 있다
 노승락 홍천군수. 먹던 찰옥수수를 먹어보고 사라고 권하고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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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찰옥수수, 물만 넣고 삶아도 맛있지만

지난해 민선 6기 군수로 취임한 노승락 군수는 40여 년을 공직자로 근무했다. 과장으로 승진해서는 읍면장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다. 홍천군의 10개 읍면 중에 홍천읍장과 5개 면장으로 근무를 한 것이다. 그만큼 농민과 친화력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내 얼굴은 못 생겼어도, 옥수수는 멋있게 잘 찍어주세요."
"군수님 옥수수 맛있게 먹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하하, 그거요. 홍천 찰옥수수는 물만 넣고 삶아도 맛있습니다. 방법은 따로 없고요. 수확한 뒤 이틀을 넘기지 말고 삶아 드셔야 진짜 찰옥수수 맛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홍천 찰옥수수는 택배로 보내는 날 아침에 수확을 해서 소비자에게 보내는 것은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노승락 군수는 진지하게 답변했다. 사실 홍천 찰옥수수 '미백'은 각 면사무소에서 봄에 주문한 농가에 씨앗을 공급한다. 찰옥수수 종자 연구소가 따로 있으며, 연구소에서 해마다 새로운 씨앗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홍천 찰옥수수는 다른 지역의 옥수수와 맛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졌고, 옥수수 수확 시기에 맞추어 축제를 하다 보니 불볕더위에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축제장에 마련된 어린이용 풀장
 축제장에 마련된 어린이용 풀장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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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홍천찰옥수수 축제는 31일부터 8월2일까지 홍천강변 토리숲에서 열린다. 여행객이 주문하면 택배로도 보내주며, 직판장에서 할인가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이런저런 어린이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고,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국수도 별미이다. 매콤한 홍천총떡도 산골마을 음식 중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이고, 홍천 명품 늘푸름 한우도 싼 가격에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동해안으로 휴가를 떠나거나 돌아오는 길에 한번 들려보시면 홍천의 찰옥수수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덤으로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태그:#홍천찰옥수수, #노승락군수, #홍천축제, #강원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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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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