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경언(33)은 이글스 팬들 사이에서 최근 '갓경언'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투수에 권혁이 있다면, 야수에는 김경언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김경언은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야신의 수혜자로 꼽힌다.

사실 올시즌 전까지만 해도 김경언은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지만 대박 계약이 속출하던 FA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박한 3년간 8억 5000만 원의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김경언은 한화 전력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이미 지난 겨울부터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지옥훈련을 가장 잘 견뎌낸 선수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김경언은, 땀방울의 대가가 헛되지 않게 올 시즌들어 '커리어 하이급' 맹활약을 펼치면서 한화 타선의 신데렐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경언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시즌 10차전에서, 홀로 결승타 포함 4타점을 쓸어담으며 5-2 승리에 기여했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두산에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역전승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한화는 이날 승리로 올시즌 29번째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에게 두산과의 3연전은 5위 수성의 고비였다. 선발진의 붕괴와 불펜진의 피로누적 속에 상대전적에서 열세였던 두산을 상대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었으나 위닝시리즈를 따내며 4승 6패로 시즌 전적을 좁혔다. 또한 6위 SK가 부진한 틈을 타 승차를 2.5게임까지 벌리면서 5위 수성에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특히 3연전 내내 김경언의 활약이 빛났다. 김경언은 13타수 6안타(타율 4할 6푼 2리) 8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찬스마다 매서운 결정력을 과시했다. 시리즈 1승 1패로 맞선 30일 경기에서는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전매특허인 만루상황에서의 결정력은 명불허전이었다. 두산에게 0-2로 끌려가던 한화는 6회부터 반격에 나섰는데, 김경언이 6,7회 만루 상황에서만 두 번이나 찬스를 놓치지않고 2연속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동점과 역전을 홀로 이끌었다.

김경언은 올 시즌 만루 상황 타율만 놓고보면 8할3푼3리(6타수 5안타)에 13타점을 쓸어담으며 찬스에서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경언의 득점권 타율도 3할 8푼 1리나 된다. 누상에 주자가 많아지거나 홈플레이트에 가까워질수록 김경언의 방망이는 더욱 불을 뿜었다.

이날 한화 타선이 7안타에 그쳤고 5회까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번의 기회를 모두 살려낸 김경언의 결정력이 더욱 빛났다. 이날 김경언이 8회 2사 후 수비서 송주로 교체되자 한화 관중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진 것이 이날 그의 활약을 보여준다.

또한 김경언은 올 시즌 결승타만 6번째를 기록중이다. 한화 팀내에서 정근우(9개)-김태균(8개)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김경언이 잦은 부상으로 김태균(88경기)-정근우(74개)에 비하여 55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효율적인 활약이 아닐수 없다. 실제로 한화는 김경언이 빠졌을때 타선의 약화로 애를 먹어야했다.

김경언은 지난 5월26일 대전 KIA전에서 임준혁의 사구에 맞아 오른쪽 종아리를 다친 이후 한동안 재활을 거친 후, 7월 8일 두산전부터 복귀했으나 6타수 무안타 삼진 4개를 기록하는 부진으로 다시 열흘간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1군 복귀이후 첫 경기였던 26일 삼성전에서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서서히 되찾기 시작했다. 이번 두산과의 3연전까지 최근 4경기에서만 타율이 4할 7푼 1리(17타수 8안타) 1홈런 9타점의 맹타를 이어가며 가파르게 전반기의 타격감을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김경언은 프로 데뷔 이후 공격력으로 크게 주목받던 선수가 아니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이 무려 3할 5푼 1리다. 홈런은 9개로 이미 지난해(8개) 세운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넘어섰고, 타점도 44개나 올렸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각 부문에서 자신의 개인 역대 최다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울 태세다.

가뜩이나 외국인 타자 없이 버티고 있는 한화는 현재 이용규-정근우-김태균이 버티고 있는 상위타선에 비하여 하위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여기에 이종환과 최진행도 각각 부상과 징계로 결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김성근 감독의 고민이 컸다. 그러나 적시에 돌아온 김경언이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면서 한화 타선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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