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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아베 정권이 집단 자위권 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도, 시민들의 거센 반대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시위는 어느새 대학생 단체와 주부들도 가세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의 시위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회 앞에 모여서 집단 자위권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인터넷에서 '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시위에 참가하는 대학생을 채용하기 꺼린다는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시위하면 취업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최근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집단 자위권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처음으로 국회 앞 시위에 참가했다는 한 여대생은 30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기분이 불쾌하다"고 시위에 온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여대생은 "시위에 나간다고 말하니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예전에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씀하셨다"며 "정말로 취업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에 남아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상과 신념의 자유는 헌법의 기본 권리"

최근 일본 인터넷서 떠도는 시위 참가 대학생들 취업 논란을 보도하는 <아사히신문> 갈무리.
 최근 일본 인터넷서 떠도는 시위 참가 대학생들 취업 논란을 보도하는 <아사히신문> 갈무리.
ⓒ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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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명문 히토츠바시대학의 사카구치 쇼지 헌법학 교수는 "시위 참가를 비롯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는 기업의 선택권이다. 1973년 대기업 미쓰비시가 구직자가 특정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사건에 일본 대법원은 "불법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일본 학계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신념의 사유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미쓰비시는 채용을 거부했던 구직자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본은 1999년 직업안정법을 개정해 기업이 구직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범위에서 정치적 사상이나 신념을 금지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기업이 사상을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시대가 흐르면서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법 학계에서는 사상이나 신념을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의견이 다수"라며 "기업이 채용을 확정된 후 사상을 이유로 취소하면 노동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 "사회 문제에 관심 많으면 오히려 긍정적"

다른 의견도 있다. 한 취업상담가는 "기업이 사상을 이유로 채용을 거부해서는 안 되지만, 그런 사례가 지금도 전혀 없다고 확실할 수는 없다"며 "기업이 채용을 거부한 이유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은 어떨까. 한 기업 인사부는 "오히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은 대학생을 좋게 평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충분히 크다"고 밝혔다.

한 화학 업체의 채용 담당 간부는 "시위에 참가했다고 취업에 불리하다는 것이 도대체 어느 시대 이야기인가"라며 "대부분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시위 참가 여부나 사상 따위를 조사할 인력이나 여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우리 회사의 임원진에도 학생 운동 출신들이 있다"며 "시위에 참가했다고 취업이 불리하다는 것은 30년 전에나 있었던 일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태그:#일본, #시위,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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