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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일부 주민들은 인천시청사를 루원시티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몇 년전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인천 서구 일부 주민들은 인천시청사를 루원시티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몇 년전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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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내년 4월 13일)을 앞두고 인천시 청사 이전이 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쟁점이 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청사의 서구 이전을 꾸준히 주장해온 이학재(서구ㆍ강화군 갑) 국회의원의 진정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학재 의원은 2002년 서구청장에 당선됐다. 전국 최연소 구청장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선 인천지역 기초단체장 중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서 구청장직을 중도에 포기하고 2008년 18대 총선에 뛰어들어 당선된 이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서구는 면적이 넓은 편이고 뿌리산업인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도 조성돼, 송도지구와 함께 인천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구엔 애물단지도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인천의 주요 현안이 된 경인아라뱃길, 수도권매립지, SK인천석유화학, 루원시티 등이다.

 2011년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사업정상화를 촉구하며, 촛불을 든 이학재 국회의원. <사진 : 이학재 의원 공식카페>
 2011년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사업정상화를 촉구하며, 촛불을 든 이학재 국회의원. <사진 : 이학재 의원 공식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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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원시티에 시청사 옮기자고 촛불 들었던 이학재

특히 루원시티는 서구의 애물단지일 뿐 아니라, 인천시의 재정난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현 새누리당 안상수(서구ㆍ강화군 을) 국회의원이 인천시장으로, 이학재 의원이 서구청장으로 각각 재임하던 시절에 추진한 루원시티 개발 사업은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 개발 사업 중 하나다. 프랑스의 '라데팡스'를 모델로 삼았는데, 전철ㆍ고속도로ㆍ일반도로 등을 모두 지하로 설치하고 지상에는 쇼핑과 문화생활이 가능한 대규모 주상복합건물 등을 지을 계획이었다.

루원시티 개발 사업은 2006년 8월 28일 시의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승인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8년 토지 등 보상에 착수해 2010년 11월 토지와 건물 매입을 완료했다. 이로 인해 1만 5000여 명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개발 사업이 중단돼, 시의 재정난을 가중하고 있다. 루원시티 개발 사업에 따라 시가 지불해야할 하루 이자만 3억 원에 달한다. 사업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사업 추진을 위해 개발구역에 앵커(핵심)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선거 때마다 나왔다.

이학재 의원은 앵커시설로 시청사를 제시했다. 협소해진 시청사를 루원시티로 옮기면,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청사가 신축된 지 25년 이상이 돼, 청사가 비좁아 증축이 필요하나 증축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현 시청사 부지(남동구 정각로 29)에 청사를 신축하면 개발이익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교통체증이 유발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 시청사는 지나치게 남쪽에 치우쳐 있어 서북부 160만 시민의 접근성이 좋지 않고, 서북부지역 개발을 촉진할 곳에 시청사를 신축하면 도시개발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시청사 이전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학재 국회의원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당시 정체된 루원시티에 한류문화특구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이학재 국회의원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의원은 당시 정체된 루원시티에 한류문화특구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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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재 19대 땐 총선"시청사 이전"…지방선거 땐 "한류문화특구"

이 의원의 이런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총선 때만 쟁점화하는 경향이 있어, 선거용으로 이용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시청사 이전을 강하게 주장했다. 시청사 이전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의 집회에 여러 번 참석해 뜻을 같이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이 주장을 하지 않았다. 인천시장 출마를 준비했던 이 의원은 당시 시청사 이전을 공약에 넣지 않았다. 시청사 이전 공약이 서구 주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는 있어도, 시청사가 소재한 남동구를 비롯한 다른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17일 인천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시청사 이전 대신에 "창조경제 시대 한류문화를 통한 관광과의 연계가 루원시티의 답이 될 수 있다"며 "루원시티에서 한류관광의 중추적 역할과 일자리 창출이 직접 연계되게 한류문화산업과 창조경제를 접목한 한류문화창조특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국을 비롯해 한류문화 콘텐츠 제작ㆍ유통기관과 한류 상설공연장을 앵커시설로 유치해야 하고, 여의도의 보도방송국, 일산의 예능방송국처럼 인천에 한류를 지원할 수 있는 음악방송국을 유치해 인천이 국내 방송 트라이앵글의 역할을 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경기도 김포의 3선 국회의원이자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장관인 유정복 현 인천시장이 출마를 선언하자, 출마를 포기했다. 유 시장은 이 의원의 공약을 그대로 받아들여 루원시티를 한류문화창조특구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랬던 이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청사 이전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24일 '인천시청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이전ㆍ신축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시청사 이전 용역을 한 자리만 놓고 하는 것은 인천 발전을 위한 미래비전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인천의 중심지 루원시티를 용역에 포함시켜 타 지역과 비교검토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최근엔 청라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된 온라인 카페 등에 시청사 이전 문제와 관련한 글을 올려 시청사 이전이 필요하다는 뜻을 재차 밝히고,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시청사 루원시티 이전ㆍ신축 추진위는 '시가 지난 3월 12일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한 시청사 건립 연구용역에 서구지역이 배제됐다'며 이 용역에 루원시티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신청사 건립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본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 시청사가 1985년(당시 인천시 인구는 약 130만명)에 준공됐는데, 지속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 수요 급증과 그에 따른 행정조직 증가로 인해 사무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과 17개, 센터 1개가 시청사 밖에 나가 있다. 이 연구용역 기간은 4월부터 9월 말까지다.

그러나 유정복 시장은 시청사 이전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시 관계자도 "현 부지를 전제로 하고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인천시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에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학재 의원은 '시청 신축 용역에 가정오거리 루원시티로의 이전 방안도 포함하라'는 글에서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루원시티로의 시청 이전은 영영 불가능해질 수 있고, 총선은 내년 4월이고, 용역은 올 9월에 끝난다"며 "이 중요한 시기에 정치적 유ㆍ불리를 계산해 시청 이전 관련 주장을 선거용이라고 폄하하는 분이 있다"고 했다.

인천 서구 일부 주민들은 인천시청사를 루원시티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몇 년전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인천 서구 일부 주민들은 인천시청사를 루원시티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몇 년전부터 계속해오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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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흥 "정치적 악용 말고 진정성 있게 서구 발전 논하라"

이 의원의 정치적 경쟁상대인 김교흥 새정치민주연합 서구ㆍ강화갑 지역위원장은 "이학재 의원이 선거 때마다 시청사 이전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라는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다"며 "정치적 놀음보다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서구 발전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정난에 시달리는 시의 재정여건상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시청사 이전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서구로 이전 시 지역 갈등이 우려돼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루원시티 앵커시설로 시청이 아니라 시교육청 등 교육연구 관련기관과 시 산하 기관ㆍ공기업을 집적화하는 교육타운과 제2행정타운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이전과 제2행정타운 조성은 송영길 전 시장과 유 시장, 이청연 교육감의 공약이었다.

김 위원장은 "선거 때마다 주기적으로 시청사 이전 요구를 들고 나오는 것을 순수하게 바라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루원시티, #가정오거리, #한류문화특구, #유정복, #김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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