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오만한 전범기업의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하는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그룹의 이중적 태도가 문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미쓰비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이동년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은 30일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를 왜곡하고 망각하고 회피하는 자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라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일본 미쓰비시 그룹의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두 차례(2009~2010년, 2012년) 미쓰비시 불매운동을 펼친 바 있는 시민모임은 이날부터 2015년 12월까지 서명운동 10만 명 참여(미쓰비시로 강제동원 된 조선인 규모)를 목표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날 시민모임이 발표한 불매운동 물품은 미쓰비시 그룹이 생산한 니콘 카메라, 빔프로젝터, 기린 맥주, 예초기, 엘리베이터 등으로 시민모임은 거리 캠페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불매운동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구글 서명, 다음 희망해).

시민모임은 개인적인 참여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불매운동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발전산업·항공산업 시설과 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등이 최근 미쓰비시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개인적인 불매운동 참여만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중국을 교훈 삼아 미쓰비시를 향한 사회적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하는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그룹의 이중적 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게하는 시민모임이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쓰비시 불매운동' 계획을 발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하는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그룹의 이중적 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게하는 시민모임이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쓰비시 불매운동' 계획을 발표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미쓰비시, 다른 나라엔 사과하면서 왜 우리나라만..."

최근 군함도 등 일제 강제징용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뒤, 여러 나라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해오던 미쓰비시 그룹은 유독 한국의 피해자들에게만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쓰비시 머티리얼(전 미쓰비시 광업) 대표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이먼 비젠탈 센터에서 미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제임스 머피(94)씨에게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중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도 사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표단은 "(한국 피해자들과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사과) 의견을 밝힐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한편 미쓰비시 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미쓰비시 중공업은 이번 사과가 있기 6일 전인 지난 13일,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광주고법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관련기사 : "미국 사람만 사람이냐... 속 뒤집어져 잠도 못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10만 명에 달하는 강제징용으로 가장 많은 피해와 고통과 학살을 당한 우리 대한민국 피해자들에게 (미쓰비시는)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징용으로 끌려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 국민으로 동원된 것이기 때문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이라도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자신들의 탐욕과 제국주의 망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권을 탄압하고 학살을 자행했음을 시인해야 할 것"이라며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모든 분들과 대한민국 국민 앞에 진정어린 사죄와 참회, 그에 따른 배상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한국 정부, 전범기업 등 두드려주는 꼴"

1944년 열다섯의 나이에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양금덕 할머니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28일 유창호 외교부 공보담당관은 "한국 정부 측에서 (미쓰비시를 향해) 좀 더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은 없나"라는 질문에 "현재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가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왜 말 한마디 못하는 건가"라며 "내 나라의 정부마저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원통한 마음을 어디에 대고 이야기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해가 광복 70년 되는 해인데, 70년 동안 매년 8월 15일만 되면 얼마나 두근거리고 원통한지 모른다. 정부와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게 대응 방법을 배우라"라고 강조했다(관련기사(관련기사 : 중국은 35억원인데... 정부가 자초한 '1800원 모욕').

이 대표는 "중국 정부는 시시때때로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해 공식 논평을 내고 시민들의 요구를 담아 일본 전범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중국 정부는)일본 기업과의 소송에서 지고도 중국 내 상행위 견제 등 전범기업을 압박하는 전술로 협상·합의까지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다면 민관이 서로 협력하고 공감하는 전략적 대응을 마련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오히려 전범기업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09년 광주 서구에 생긴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은 시민모임의 불매운동 1인시위로 자진 철수(2010년 11월)한 바 있다. 이어 2013년 6월 국내 모든 영업장을 잠정 폐쇄하기도 했다.

이때 불매운동으로 시민모임과 미쓰비시 중공업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협상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총 16차례 진행됐지만 결국 결렬됐고, 이후 시민모임은 다시 불매운동을 시작, 약 4만 명의 서명을 받은 바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이동년 할머니가 미쓰비시를 향한 메시지를 적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이동년 할머니가 미쓰비시를 향한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태그:#강제징용, #전범기업, #미쓰비시, #불매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