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콘서트 기자간담회를 연 에픽하이

3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콘서트 기자간담회를 연 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우리, 6개의 테마를 잡아서 콘서트 해볼까 싶어요."

3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그 후 공연 기획을 담당하는 스태프의 입에서 "그래요. 해보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에픽하이의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는 콘서트마다 빠지지 않고 보러오는 관객을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아무리 우리가 좋다고 해도 매번 같은 콘서트를 본다면 돈이나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에픽하이는 고민 끝에 공연할 곡을 당일에 정하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30일 오전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에픽하이의 소극장 콘서트 <현재상영중>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에픽하이는 이곳에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또 8월 7일부터 9일까지 6일간 8회에 걸쳐 콘서트를 연다. <현재상영중>은 공연 전, 액션, 휴먼, 멜로, 공포, SF, 에로 중 관객이 보고 싶은 공연을 투표로 선정하고 그중 3가지 테마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회 다른 게스트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멜론에서 진행된 사전 투표에서 8회 공연 모두 1위를 차지한 '에로' 테마에는 빅뱅의 'BAE BAE'가 들어 있다. DJ 투컷츠는 "우리가 만들었던 노래가 6가지 테마에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더라"면서 공연마다 3가지 테마밖에 할 수 없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히트곡은 모든 테마에 잘 배치해서 녹여냈다"고 전했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빛을 보지 못하는 테마도 있기 때문에 미쓰라진은 "관객들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태프들은 애정을 담아 불평하기도 했다. "안그래도 준비하기 힘든 콘서트에 왜 이런 기획까지 더해서 힘들게 하느냐"고. DJ 투컷츠는 "콘서트를 많이 하는데 일방적으로 우리가 만든 세트 리스트를 들려드리는 것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타블로는 "스태프들도 우리가 평범한 공연을 하는 애들은 아니라고 느꼈던 것 같다"면서 "(소식을 전하자) 잠시 정적이 흐르긴 했지만 별로 놀라진 않더라"고 말했다.

에픽하이가 소극장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데뷔하기 전에도, 데뷔해서 활동하면서도 소규모 공연장에서 공연해왔다"는 이들은 "국내외에서 투어를 하면서 '가장 그리웠던 공연이 무엇이었나'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나이가 들어서인지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 소극장 공연의 추억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현재상영중>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본-북미 투어, 에픽하이에게 남긴 것은?

 3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콘서트 기자간담회를 연 에픽하이

3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콘서트 기자간담회를 연 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올해 초 대만, 필리핀, 홍콩에서 공연했던 에픽하이는 이후 일본 클럽 투어와 북미 투어 일정을 연이어 소화했다. 특히 북미에서는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11회에 걸쳐 공연했다. 미쓰라진의 말대로 "자고 일어나면 공연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에픽하이에게 뿌듯함을 선사했다. 미쓰라진은 "동양인의 잔치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알아주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그 기억 때문에라도 돌아와서 더 열심히 음악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에픽하이가 미국 투어를 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6년 만에 다시 그곳을 찾은 에픽하이는 달라진 한국 힙합 신의 위상을 몸소 체험했다. 타블로는 "한국 힙합 자체에 굉장히 관심이 많더라"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현재 사랑 받는 힙합 그룹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기뻐했다. 이어 타블로는 "언젠가는 우리와 친한 많은 힙합 그룹과 함께 전 세계를 페스티벌처럼 돌아다니는 것도 꿈꾸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새 레이블 하이그라운드 설립..."즐거움 주고 위로 받는 음악이면"

타블로는 올해 새로운 레이블 하이그라운드(HIGH GROUND)를 설립했다. 에픽하이는 여전히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하이그라운드는 새로운 뮤지션을 영입해 이들이 음악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하이그라운드의 첫 뮤지션은 밴드 혁오. 과거 힙합 레이블인 맵더소울을 꾸리기도 했던 타블로는 "에픽하이의 활동과 레이블 운영은 최대한 분리하려고 했다"면서 "새로운 친구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블로는 하이그라운드를 "<꿈꾸라> 선곡표 같은 레이블"이라고 소개했다. 직접 노래를 골라서 트는 MBC FM4U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처럼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고. 그는 "막연하게 '언젠가 레이블을 만들어서 다양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돕는다면'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서 "아이돌, 밴드, 언더, 오버, 인디, 메이저 따지지 않고 사람들이 듣고 즐거워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꿈 있는 친구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혁오는 최근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혁오의 보컬인 오혁은 SNS를 통해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혁오의 음악을 리스너로 접했고, 좋은 계기로 만나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이 친구들의 순수한 열정과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등에 빠져들게 됐다"면서 "아직은 음악한지 1년쯤 된 이들인데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많은 이들의 사랑에 걸맞은 발자취를 보여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픽하이 현재상영중 하이그라운드 혁오 소극장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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