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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무더위 속에서 오전 4시간,오후 5시간 쉼없이 일하다 저는 더위먹고 무서워 출근을 중단 했습니다. 저 노동조건 속에서 저 노동을 지속하다간 제 몸이 이 지구별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 같았습니다.
▲ 해체작업하는 작업자 불볕 무더위 속에서 오전 4시간,오후 5시간 쉼없이 일하다 저는 더위먹고 무서워 출근을 중단 했습니다. 저 노동조건 속에서 저 노동을 지속하다간 제 몸이 이 지구별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 같았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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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경, 고물상에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업주는 3개월만 버텨보라 했습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당장에 가족 생계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곳은 제가 2년 전에 1주일 동안 일했던 '잡다한 물건을 다 받는' 고물상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규모가 컸습니다. 고철과 비철만 받았습니다. 게다가 주로 대기업에서 오래 쓴 폐기계를 가져다 해체작업하고 해체된 고철, 비철을 재가공 업체에 납품하는 곳이었습니다.

"여긴 폐기계가 많이 들어와. 이 기계를 동(구리), 신쭈(황동), 알미늄, 스테인레스, 아연 등을 분리해 모으고, 폐기물은 또 따로 모아서 버리는 일이야. 할 수 있겠어?"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중장비 기사가 대형 중장비로 공터에 폐기계를 깔아 주었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폐기계를 잡고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동 드라이버로 풀 건 풀고 망치로 때릴건 때려 분리해 나갔습니다. 반장이 해체 잘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도 했습니다.

"이 기계들은 공기 주입과 전기로 작동되는 기계들이야. 그러니 먼저 공기주입선과 구리선을 다 제거하고 나머지를 해체해야 해."

기계 해체 작업은 저와 저보다 1주일 먼저 들어온 사람 둘이서 했습니다. 허리 높이의 기계는 큰 방 넓이의 크기 정도였습니다. 수많은 실린더에 붙어 있는 공기선과 구리선을 함석가위로 제거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허리를 굽혀 일하거나 쪼그려 앉거나 해야 했습니다. 손에 힘을 주고 가위질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하니 나중엔 손이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발목과 허리, 팔목, 어깨, 목이 저리고 아팠습니다.

오래된 분은 선크림을 바르고 일했습니다. 나중에는 왜 선크림을 발랐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온종일 땡볕에서 일하니 챙 넓은 모자와 선크림이 필수였습니다. 모자를 써도 무더운 날은 온몸이 뜨거워졌습니다. 물과 소금을 수시로 먹어가며 일했습니다.

"여긴 기업이 아니라서 쉬는 시간 별도로 없다. 쉬려면 혼자 알아서 쉬어라."

처음엔 모르고 저와 동료가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10분간 휴식을 취했었습니다. 그런데 들어간 지 3일째 된 날, 오래 다닌 분이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힘들면 혼자 쉬라는데 눈치 보여 쉴 수가 있어야지요. 일한 지 오래된 두 분은 자기 일 처리 후다닥 해놓고는 의자에 앉아 쉬기도 했으나 초보인 우리는 그분들 눈치가 보여 쉴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오전, 오후 10분간 휴식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온몸이 욱신거릴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온종일 뙤약볕에 쪼그리고 앉아 기계 해체작업 하는 일은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나사를 풀고, 선을 자르고, 망치질하는 건 힘들어도 하겠는데 그곳에선 산소 절단기로 절단해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고물상에서 일하려면 적어도 산소절단기는 다룰 줄 알아야지."

오래된 분들은 번갈아 가면서 초보인 우리에게 산소절단기의 불 조절과 절단 잘하는 방식을 알려 주었습니다. 초보인 우리는 오래된 그분들을 따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그것도 못하냐면서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절단 못 하면 이곳에서 일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불 조절이 잘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자꾸 연습하니 불 조절은 좀 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절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산소 절단기는 3종류의 산소와 유압 가스가 나와 철을 절단하는 것입니다. 저는 손이 떨려 불 고정이 잘되지 않아 쇠를 녹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릴 지켜보던 오래된 분들은 "아직도 이걸 못하냐?"면서 절단기를 빼앗아 자신들이 녹여 분리합니다. 일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면서요.

속으로 불편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버텨보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저보다 너덧 살 아래인데도 일머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으나 그 사람이 "그래도 참고 일해보자. 우리 나이에 다른 곳 일자리 가봐도 비슷할 것이다. 여기서 못 이겨내면 다른 곳에서도 못 이겨낼 것이다."며 조언해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그 동료의 격려에 힘입어 한 달을 잘 견딘 거 같습니다.

한 달 동안 비 오면 비를 맞으며 작업을 했고, 햇살 쨍쨍한 날은 무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일을 했습니다. 오전 4시간 동안 화장실 가는 시간, 물 먹는 시간 빼고는 작업을 계속했고 점심은 승합차를 타고 식당에 가서, 먹고 돌아오는 식이라 업체에 도착하면 곧 일할 시간이 됐습니다. 누워서 쉬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피곤함이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오후 작업시간은 1시부터 시작하여 6시까지 계속됐습니다.

7월 중순이 되니 날은 점점 더 무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일한 지 한 달 하고도 8일이 지난 7월 28일, 그날은 더위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거 같았습니다. 작업하는 쇳덩이까지 뜨거워지니 숨까지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작업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들어 몸이 조금씩 무거워지더니 오후 3시 이후부터 온몸의 맥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힘들어서 물을 많이 마시니 소변만 계속 보러 다녔습니다. 허기가 생기고, 말 못할 두통이 찾아 왔습니다. 오후 5시경 몸이 무기력해져서 오후 6시까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멍하니 서 있기만 했습니다.

무더위에 쉼 없이 일하다 보니 더위 먹은 거 같았습니다. '일사병'이 의심되어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니 증상이 나왔습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피로감을 자주 느끼게 되고 어지럼증과 심한 두통이 생긴다고 합니다.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근육통이 오고, 무력감도 생기고 멍해지고... 제가 그날 겪은 상황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하면서 힘들게 집에 도착하여 '쉬면 괜찮아지려나'싶어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려 하자 몸이 무겁고 어지러워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찜통 무더위 속에서 그 일을 지속하면 제 생명이 지구별에서 사라져 버릴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업주에게 "어제 일사병 걸렸습니다. 무더위에 약한 체질이라 더 이상 일하기가 힘들 거 같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일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더위 먹은 후유증은 3일이 지난 오늘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무기력함을 없애려고 밖으로 나돌았지만 어지럽고 다시 두통이 일어나고 목 뒤에선 뜨거운 무엇이 비추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밖'에서 일하는 전국의 노동자 여러분! 땡볕 아래서 일할 때 더위 먹지 않게 조심들 하면서 일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늘에서 하는 일자리를 다시 알아보고 있습니다.


태그:#고물상, #일사병, #울산, #불볕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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